남자는 결혼과 동시에 섹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결혼 전에는 몸과 마음이 항상 섹스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상대나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섹스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결혼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성욕을 쉽게 해결해 준다. 언제든 섹스 할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섹스를 열심히 탐닉했던 신혼이 지나면서부터 매일 밤 섹스 하기에는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배우자에게 흥미를 잃어버려서만은 아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성적 능력 때문이다.

성적 능력을 상실한 남자는 남자로서의 자부심을 상실하게 된다.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 능력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도 섹스가 없다면 결국 가정이 깨지게 되어 있다. 섹스는 남자의 자존심이자 가정의 평화를 지켜주는 근본이다.

남자는 남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섹스를 잘하고 싶지만 본인의 의지만 가지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섹스 능력은 타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옥처럼 뜨겁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섹스를 신의 뜻이라고 포기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풍요로운 경제적 여건은 신의 섭리라고 자포자기 하게 만들지 않는다. 섹스 보조제라도 사용해 남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또한 남자는 남성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부터 스스로 치유하고자 한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치욕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섹스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중년의 남자가 가장 먼저 섹스의 도우미로 찾는 것이 자연 강장제다. 자연 강장제는 맛있는 것도 먹고 성적 능력도 키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주고 있어서 즐겨 찾게 된다. 더군다나 매일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 비록 효과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최음제 그린 얀 스텐의 <굴을 먹는 젊은 여인>
장어, 해구신, 굴 등 성적 능력을 키워주는 스태미나 식품 중에서 많은 남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 굴이다. 굴은 시대를 불문하고 성욕을 돋우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강력한 최음제로 여겨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 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굴을 먹는 젊은 여인>-1658~1660년경, 패널화, 헤이그 마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 소장


굴을 최음제로 그린 작품이 얀 스텐의 <굴을 먹는 젊은 여인>이다.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풍속을 그렸다. 방 안의 여인은 델프트 도자기로 된 물병, 굴 껍질, 반쯤 잘려 있는 롤빵, 은식기, 소금, 백포주가 담긴 술잔이 놓여 있는 식탁에서 굴 하나를 들고 소금을 뿌리고 있다. 그녀 뒤로 커다란 침대가 보인다.

여인은 섬세한 손짓으로 굴에 소금을 뿌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 여인의 미소와 시선 그리고 침대는 굴이 최음제라는 것을 암시한다. 열려 있는 문 뒤로 남자가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자와 여자 앞에도 굴이 놓여 있다. 굴은 두 사람이 섹스를 하기 전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여인의 붉은 옷차림은 정욕을 의미한다.

얀 스텐의 이 작품에서 모피로 깃을 댄 붉은 색의 웃옷은 당시 유행하던 옷차림으로 여인이 매춘부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여인이 들고 있는 굴은 굉장히 비싸 부르주아들만 먹을 수 있어 부를 상징한다. 단정하게 빗어 넘겼지만 여인의 화려한 헤어밴드 역시 고급 매춘부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식탁 위 화이트 와인이 담긴 술잔은 굴과 더불어 작품의 주제를 더욱 더 고조시키고 있다. 17세기에는 정화시설이 미미했기 때문에 물 대신 와인을 마셨지만 풍속화에서 와인이 담겨 있는 술잔은 성욕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얀 스텐은 여인을 화면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으면서도 표면이 매끄러운 도자기 물병, 거친 굴 껍질, 거울처럼 사물을 비추고 있는 은식기, 속이 보이는 롤빵, 후추를 말아 놓은 종이, 소금 알갱이 등 사물의 질감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자를 유혹하는 음식, 반 윙글의 <부엌 장면>
연인은 결혼과 동시에 성적 매력을 잃어버린다. 항상 손만 뻗으며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변덕스러워 손에 있으면 버리고 싶고 손에 닿지 않으면 더욱 더 갖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남성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배우자 탓을 하면서 다른 여자에게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 한다.

남자들이 여인을 유혹하는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가 밥을 먹자는 것이다. 밥은 여인의 마음을 풀어 놓게 만들면서 남자들로 하여금 부족한 스태미나를 보충시킬 수 있게 만들고 있어서다. 음식을 앞에 놓고 여인을 유혹하고 있는 것을 그린 작품이 반 윙글의 <부엌 장면>이다. 이 작품은 음식을 통해 성적 욕망을 담아내고 있다.

<부엌 장면>-1613년, 패널화, 개인소장


커다란 식탁에는 생선, 고기, 닭 등 육류와 배추, 당근이 요리되지 않고 놓여 있다. 식탁 앞에서 남자는 여인을 끌어안고 속삭이고 있고 여인은 가슴을 손으로 여미면서 한 손을 뻗어 남자를 살짝 밀치고 있다. 소년은 두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식탁 위에 있는 사과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열려 있는 창문 밖에서 세 명의 남자들이 주사위놀이를 하고 있다.

남자의 붉어진 뺨은 달아오른 성적 욕망을 암시하며 여인의 미소와 가슴을 여미고 있는 손은 수락의 의미를 나타내고 남자의 유혹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암시한다.
닭, 육류는 성적 교섭을 상징하는 것이며 당근과 배추는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음식물을 의미하고 있다. 조리되지 않은 음식물은 두 사람이 아직 결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주사위놀이는 도박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는 행동을 나타내며 남자와 여자의 불륜을 강조하고 있다. 예레미아스 반 윙글의 이 작품은 윤리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년이 손을 내밀고 있는 사과는 선악과를 상징하고 있으며 접시에 담겨 있는 생선은 기독교 사순절을 상징한다. 또한 화면 왼쪽에 보이는 빵과 포도주는 성찬식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종교적 의미와 쾌락적 의미가 한 화면에 동시에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박희숙 작가 bluep6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