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아이폰 전성시대’다. 최근 4G 출시로 가속도가 붙은 아이폰 돌풍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아이폰 라이프를 도와주는 주변기기다. 특히 아이폰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내 편리한 사용을 돕는 아이폰 액세서리는 아이폰 유저들에겐 이미 필수 아이템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아이폰4의 수신 결함을 고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케이스를 구입하도록 권하면서 휴대폰 액세서리 업체들이 더욱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1분기 모바일기기 액세서리는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억3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향후엔 연 5억 달러 이상의 거대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의 급팽창과 함께 그 수혜주로 유독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애플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 ‘벨킨(Belkin)’이다.

소비자 불편 해결하는 혁신적 제품
벨킨은 공유기, 가전연결 케이블, 노트북 받침대, 마우스, MP3 플레이어 액세서리 등 디지털 주변기기를 만드는 업체다.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명성을 쌓으며 주요 가전기기 솔루션 분야의 세계적 선두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아이팟은 물론, 아이폰 출시 때마다 발 빠르게 액세서리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아이폰 액세서리 제품 가운데서도 ‘스타 프로덕트’를 척척 만들어내며 회사 설립 이후 평균 25% 성장률로 27년째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벨킨은 또한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IDEA((Industrial Design Excellence Award)상 6회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83년 캘리포니아 호손의 차고에서 직원 2명, 연매출액 10만 달러에서 소박하게 출발한 벨킨은 현재 직원 수 1000여 명에 연매출액 10억 달러를 상회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20여 년 넘게 고속 성장하며 IT 주변기기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힐 수 있었을까.

이하연 IGM(세계경영연구원) 연구원은 ‘26년 흑자 경영의 비결, 벨킨 전략’ 이라는 보고서에서 ‘연결(Connection)의 기업철학’ ‘주변기기 시장에 대한 집중전략’ ‘디자인을 통한 소비자 불편 해소’ ‘끈끈한 파트너십’ 이 4가지를 벨킨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연결성’주목…차세대 성장 동력 찾아내
이 연구원은 제품과 제품, 제품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연결’ 이라는 철학은 벨킨의 끊임없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벨킨 본사.


1983년 당시 UCLA 학생이었던 창업자 쳇 핍킨(Chet Pipkin)은 제품과 제품을 연결하는 ‘케이블’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핍킨은 “컴퓨터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케이블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남보다 더 싼 가격, 빠른 생산 속도, 두 제품을 한 번에 판매하는 번들 아이디어로 케이블 사업 1년만에 167배 성장이라는 괄목할 만한 매출 성과를 거뒀다.

이후 빠른 PC 확산 속도에 주목, PC와 PC 그리고 사용자를 연결해 주는 인터넷 공유기술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았다. 정확한 예측과 빠른 대처로 벨킨은 현재 세계 4위 업체로서 유무선 공유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제품과 제품을 연결하던 케이블 시대를 지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인터넷 시대의 강자가 된 것이다.

이후엔 MP3, PMP, PDA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 될 경우, 이어폰, 가방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돕고 그 가치를 높여주는 디지털 액세서리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최근 디지털 액세서리는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등 벨킨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연구원은 벨킨이 주변기기 시장에만 관심을 집중한 데에는 그것이 가진 매력, 즉 주기기에 비해 고도의 기술이나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며,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컴퓨터와 MP3 주변기기만을 생산, 판매하는 이유도 있다. 벨킨이 신규 사업 진출 시 사업 확장을 판단하는 4가지 요소, ‘핵심역량의 활용가능성’, 고객의 니즈 충족, 차별화, 성장성 등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경쟁력’ 또한 벨킨이 점차 심화되는 디지털 주변기기 시장의 경쟁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벨킨은 2001년 자체 디자인 연구소인 IDG (Innovation Design Group)를 설립했다. 현재 이곳엔 전체 회사 예산의 20%가 투자되고 있으며, 무려 전 직원의 10%인 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애플과 제휴
HP, DELL, 삼성, 샌디스크(SanDisk), 애플 등 주 기기 기업들과의 ‘돈독한’ 제휴 관계도 벨킨의 성공 전략이다. 애플과의 끈끈한 ‘우정’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시작됐다. 애플 제품을 다른 제품과 호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용 케이블을 만들던 벨킨은 PDA 액세서리 등을 공급하며 애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다 아이팟 출시를 앞두고 ‘아이팟 액세서리’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받는다.

결국 벨킨은 아이팟을 충전하면서 차 안에서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차량용 충전기를 만들어 대히트를 쳤다. 현재 아이팟 케이스와 암밴드(ArmBand), 음악을 믹스해 들을 수 있는 튠스튜디오(TuneStudio) 등 애플 관련 제품은 벨킨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벨킨이 세계적인 디지털 기업과 지속적인 관계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제안해 제품의 이용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또 벨킨만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사용자들이 자신이 구매한 주 제품에 대한 애착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앞으로도 벨켄의 지속 성장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의 인기를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아이패드(iPad)의 출시 확산으로 애플 주변기기에 대한 수요가 더욱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대표 일간지 은 최근 보도를 통해 “대다수의 아이패드 구매자들이 제품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가방 또는 보호 케이스를 구매하고 있어 아이패드 액세서리 제품 역시 아이폰 액세서리에 이어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