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오설록 매장 내부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지난 몇 년 사이 커피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마시는 차(茶)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차를 새로운 사업 개척지로 내다보고 있으며, 국내에도 차 브랜드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는 등 새로운 ‘티이즘(Teaism)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듯하다.

차 산업이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로 접어들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5~10년 후에는 커피, 와인처럼 차 산업도 시장 자체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역시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차(tea) 시장을 선택했을 정도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2년 6억2000만달러(약 6800억원)를 투자, 미국과 멕시코 등에 300여 개 매장을 갖춘 차 전문 체인점 ‘티바나’를 인수하고 지난해 10월 1호점을 열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점점 치열해짐에 따라 ‘차 사업’을 지속성장의 수단으로 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차류의 수입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1월 관세청이 내놓은 ‘차류 등 겨울철 기호식품 수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차류 수입량은 8234톤으로 2009년(4171톤)보다 9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사이 연평균 24%가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중 차류 수입액도 1686만달러에서 4838만달러로 187%(연평균 47%) 늘었다.

차의 종류별로는 마테차가 2009년 47톤에서 지난해 446톤으로 수입량 증가율이 849%로 껑충 뛰어 가장 높았고, 녹차는 15톤에서 34톤으로 126% 증가했다. 하지만 인스턴트커피는 2009년 5003톤에서 지난해엔 6990톤이 들어왔으나 2011년 8486톤, 2012년 8937톤에 비하면 대폭 줄었다. 서재용 관세청 통관기획과장은 “건강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차류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인스턴트커피는 국내 고급커피 열풍으로 수입량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국내에 웰빙바람이 지속됨에 따라 건강에 좋은 차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업계 역시 이미 포화상태인 커피시장의 한계를 딛고 차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이 운영 중인 오설록은 1970년대 창업자 서성환 회장이 해외를 둘러보던 중 ‘왜 한국에는 특유의 차 문화가 없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면서 일찍부터 관련 산업을 키워왔다. 40년 전부터 시작된 이들의 차 산업에 대한 열정이 최근 국내에서 움트고 있는 ‘티이즘 시대’에 돌풍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설록 개척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그 스토리를 되짚어봤다.

초창기, 화장품 회사가 차를 품다: 서성환 선대회장은 70년대에 해외 시찰을 다니면서 ‘차 문화’가 사라진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한국의 차 문화를 정립하겠다는 소명을 갖게 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서 회장의 차 문화 부흥에 대한 열망은 1979년 녹차 사업을 공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다. 국내에서 화장품 회사로서 입지를 굳히던 당시 과감하게 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제주도를 차 재배지로 선정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엔 차(茶)라는 게 없지. 보리차나 숭늉이 전부야.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야. 일본의 차 문화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다듬고 가꾸어서 세계에 자랑하고 있어요. 산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고. 이제 나라도 나서서 차 문화를 보급하고 전파해야 되겠어. 사실 이런 문화 사업은 우리보다 훨씬 더 큰 대기업들이 앞장서야 하건만 그들은 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손을 대지 않아요. 그러니 나라도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내고 싶어요.”  -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장원 서성환 회장

태동기, 차 문화를 알리다: 1979년부터 1980년대까지는 본격적으로 오설록 브랜드 및 사업을 시작한 시기다. 제주도 도순다원 개관을 시작으로, 서광·한남다원까지 문을 열어 현재 제주 330만m2(100만 평)에 이르는 유기농 다원을 갖추게 됐다. 전통차 문화 보급을 위해 1980년대 국내 최초로 국제 녹차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설록차 교실 운영과 차 전문지 창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차 문화를 알리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성장기, 대중화 속 ‘최초’라는 이름: 오설록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전통을 현대에 되살리고 차 산업을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특히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 개발, 차 박물관 설립, 도심 속 티하우스 오픈 등을 최초로 시도하며 선도에 앞장섰다. 특히 오설록이 개발한 한국적 후발효차 원료를 베이스로 하는 프리미엄 밀크티 라인을 선보이며, 오설록 티하우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퀄리티의 밀크티 메뉴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이 밖에 시즌 한정 메뉴 등 타 브랜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오설록 특유의 메뉴를 선보였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현재 오설록은 전국에서 13개의 티하우스를 운영 중이며, 백화점 내 41개의 티숍이 있다. 지난해 오설록은 2012년 대비 34%의 성장을 일궈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신규 고객 증가율은 72%로, 그중 70%가 20~30대의 젊은 층이다. 이는 차가 젊은 층에게 기존의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벗고, 세련된 문화로 인식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설록 관계자는 “문화는 경험의 합으로 형성되기에 차와 관련된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들로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며 “동시에 프리미엄급 차 문화를 복합적으로 체험하기 위한 티하우스를 통해, 입체적인 차 문화 경험이 확산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순수차를 베이스로 다양하게 블렌딩한 ‘블렌딩티’를 중심으로 맛있고 멋있게 즐기는 차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단순히 물과 차를 섞는 믹스 수준을 뛰어넘어 시간·공간·기억에 대한 감성을 블렌딩하고 이를 매력적인 맛과 향, 그리고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고객에게 어필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오설록 관계자는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짐에 따라 앞으로는 맛과 향이 다양한 블렌딩티가 트렌드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설록에서는 꽃과 과일 등을 녹차, 발효차, 한국적 후발효차 삼다연 베이스에 블렌딩한 다양한 블렌딩티를 개발 및 출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차 트렌드를 이끄는 프리미엄급 블렌딩 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표적인 한국 차 브랜드로,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와의 융합으로 대중의 삶 속에 차 문화가 활짝 꽃필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2014 티 토크(TEA TALK) “차 산업, 건강 트렌드와 함께 성장 중”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2014년 식품 트렌드 TOP 10에 차(茶)의 다양한 활용과 변신이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힐링&웰빙 건강 트렌드와 함께 차와 기능성 기호 음료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차 시장의 성장으로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차 전문점을 인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포화상태의 커피보다는 차로 음료 소비시장의 변화가 예측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오가다, 공차 등 프랜차이즈화로 차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만의 차(茶) 음료 브랜드인 해피레몬이 롯데백화점 본점에 ‘해피레몬 플러스’ 1호점을 열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2009년 커피전문점이 한창 성황하던 시기, ‘다섯 가지 아름다운 차’라는 의미의 전통차 카페 ‘오가다’가 서울 무교동에 7㎡(2평) 크기의 작은 공간에 처음 문을 열어, 현재 60여 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가다 측에 따르면 연 평균 성장률은 90%로 2011년 140%, 2012년 80%, 2013년 50%로 2015년 매출액은 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차 역시 싱가포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성공한 케이스. 2011년 11월 공차코리아 법인을 설립했으며, 2012년 4월 홍대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공차는 2012년 10개의 직영 매장에서 지난해 29개, 올해 35개(4월 10일 기준)로 가맹점 수는 현재 141개에 이른다. 공차는 현재 17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장 고객도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공차 관계자는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차 문화에 대해 공차는 프리미엄 잎차에 과일과 밀크폼 등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 맛있는 버라이어티(Tea)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쉽게 접할 수 있는 차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1년 설립된 차오름은 올해 초 ‘본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에 인수됐다. 중견 외식업체가 신생 전통차 브랜드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커피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논 커피(Non coffee)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커피 수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웰빙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지속됨에 따라 차 시장 또한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차, 오감으로 느끼다 | “‘차(茶)’하면 어떤 게 생각나세요? 쌍화차일까요? 아니면 상화탕일까요?”

사진: 이코노믹리뷰

티 소믈리에는 이 같은 질문을 하면서 사실 차라는 것은 나무에서 채취한 잎을 말하는 것으로, 쌍화탕이 맞는 말이라고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인덕면에 위치한 오설록 티스톤에서는 이처럼 차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직접 차를 우려 마시는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다. 보통 10명 내외 소그룹으로 진행된다.

이날 안내를 맡은 티 소믈리에는 “차를 우려내는 시간, 온도, 차 잎의 양이 차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며, 후바루차와 녹차를 직접 우려서 마시는 과정을 소개했다.

특히 녹차는 너무 뜨거운 물에 우리면 떫고 쓰다. 물의 온도는 70~80도가 적당하며 발효차나 후마루차는 90도 이상이다. 차 잎은 한 번 우릴 때 2g이 적당하다. 먼저 ‘숙우’라고 불리는 큰 그릇에 뜨거운 물을 한 번 따르고 난 후에 김을 한 번 식히고 차를 우려내는 주전자인 ‘다관’에 물을 부은 후 뚜껑을 닫고 1분 30초간 초시계를 잰다.

이후 두 개의 잔 중에서 왼쪽 잔에 먼저 30% 정도를 따르고 난 후, 오른쪽 잔에 80%를, 이후 나머지를 다시 왼쪽 잔에 따른다. 이는 차의 농도를 맞추고 마지막 한 방울인 ‘감도’를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한 것으로, 왼쪽 잔은 손님에게 오른쪽 잔은 본인이 마신다. 보통 차의 경우 1분 30초~ 2분을 권장하지만 기호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차를 마실 때, 엄지 손가락은 나를 뜻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보이지 않게 가려서 찻잔을 들고 눈으로 차의 색감을 보고 향을 맡은 후 마시면 된다.

티 소믈리에는 “차는 오감으로 마시는 것”이라며 “청각(차를 따르는 또르르 소리가 사람에게 안정감을 줌), 시각(우려서 나오는 차의 색감을 봄), 후각(차의 향기를 맡는 것), 촉각(따뜻한 차의 기운을 느낌), 미각(차의 맛을 음미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이 호전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히 피부에 좋다”며 “녹차의 카페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인 성분이 녹차의 카페인을 잡아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설록 티스톤은 평일 기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 가능하며, 예약제로 운영된다. 약 4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고, 가격은 1인당 1만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