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몰락과 신화폐전쟁》
- 서정명 지음
- 무한 펴냄
- 1만2500원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젖과 꿀이 흐르는 국가였다. 아메리칸 드림의 꿈과 희망을 안고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19세기 미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20세기에는 금융 산업을 통해 글로벌 경제를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미국의 경제 패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일본, EU(유럽연합), 중국, 러시아 등 대항 세력들이 호시탐탐 패권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으로 멸망했던 로마제국이나 만주족에 흡수됐던 중국 대륙처럼 엉클 샘의 시대가 황혼을 향해 저물고 있다.

엉클 샘이 몰락하는 징후는 달러가치의 추락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미국은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부실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달러화폐를 물 쓰듯이 찍어내고 있다.

EU 통화인 유로와 중국 위안화에 대비해 달러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 경제의 회생 가능성에 기대를 걸며 일본, 중국, 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찍어내는 달러를 사들였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와 중동의 오일머니 국가들은 달러 대신 유로와 엔화 등 다른 통화로 보유자산을 다변화하고 있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글로벌 경제주체들은 새로운 국제통화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달러의 취약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통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2004~2007년까지 3년 동안 뉴욕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월스트리트 현장에서 목격한 미국 경제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다양한 통계 데이터와 이론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썼다. 단지 미국경제의 추락과 달러 몰락만을 서술한 것이 아닌 미국 경제의 침체가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와 거세지는 신화폐 체제에 대한 목소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교수와 분석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의 금융파워는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전문서적에 흥미를 잃은 독자들은 마치 흥미진진한 소설이나 수필을 읽는 것처럼 글로벌 경제의 구조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희 기자 wooang13@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