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글로벌 영화인이 필요하다

연일 앞다퉈 경쟁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국내 촬영으로 그로 인한 손익계산에 바쁜 국내 언론과 더불어 한국 내의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조스 웨던 감독과 제레미 레너 같은 배우들이 국내 촬영에 대한 감사 혹은 양해의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분히 일반적일 수도 있는 해외 촬영의 분위기가 다른 국가의 반응과 달리 유독 국내는 유심히 살피고 있는 것 같군요. 그리고 연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 한국 노래가 엔딩 타이틀 곡으로 삽입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두 작품 모두 전작의 엄청난 국내 흥행에 힘입어 국내 관객을 상당히 의식한 마케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촬영 로케이션이나 영화 내적인 일부를 특정 국가에서의 성공을 위해 공들이는 경우를 종종 확인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아직 한정적이긴 하지만 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먼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배우 수현이 한국인 박사로 등장할 예정이어서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국내 유명 배우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을 감안하면 국내 관객들에겐 상당히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서구적인 외모와 영어 구사 능력 등이 다양하게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하네요. 사실 이전에는 배우 정지훈이 <스피드 레이서>를 시작으로 <닌자 어쌔신>까지 주 조연으로 활약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분히 장르적인 특성이 명백하고 아시아적 정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일본으로부터 파생된 캐릭터에 가까웠기에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요. 이병헌의 <터미네이터5> 캐스팅 소식이 들리면서 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제작자 혹은 감독이나 다른 주연배우들과의 협업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이후 추가 제작작품에 다시 합류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는 이병헌의 행보는 그만큼 성실함을 보였기 때문에 재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액션과 언어, 외모 그리고 연기까지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모습과 더불어 아시아 내, 특히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안심 장치까지 이병헌이란 카드는 쉽게 포기하기 힘든 매혹적인 카드로 변모했습니다. 만약 영화 속에서 특별히 인종이나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캐스팅 카드가 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전에는 동양인과 흑인들을 위한 동양의 액션 배우 정도가 필요해서 캐스팅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위상인 셈이죠. 할리우드 진출 1세대에서 이젠 2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의 대표 감독이라 할 수 있는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영화에서 연출을 맡은 두 사람은 흥행의 성패와 상관없이 장르 안에서의 완성도와 재미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의 한계와 어려움을 토로하긴 했지만 굳이 대대적인 흥행 성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후배를 위한 토양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국열차>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은 아니지만 직접 만든 작품을 할리우드에 선보일 예정인데요. 이렇게 한국의 대표 3인 감독이 여러 차례 할리우드 진출의 문을 두드림으로써 향후 국내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감독과 배우의 진출 등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이 세 명의 감독은 해외 영화 팬들에게 인지도가 상당하기 때문이죠.

배두나의 경우처럼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은 <주피터 어센딩>에 출연하는 것은 정지훈의 캐스팅 사례와 유사한 듯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배두나는 이미 일본에서 몇 편의 영화를 찍었던 사례가 있어 다른 국가 제작진과의 협업이 충분히 가능했으리라 추측되고 또한 일정 이상의 언어 장벽을 넘어선 결과로 보입니다.

이렇게 다수의 할리우드 진출 영화인들의 모습을 보면 영화에 대한 강한 애착과 개인 역량으로 준비된 자세, 그리고 범아시아적인 대중의 인기까지 맞물리면서 중국과 일본 배우들이 점령했던 할리우드 시장을 국내 배우들이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성공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글로벌화 준비가 필요합니다.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기회가 다가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먼 훗날 아시아인 슈퍼 히어로가 탄생할지 그 누가 알겠습니까.

글: 네이버 영화 파워블로그 비됴알바 http://blog.naver.com/hanyu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