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반인, 정부 할 것 없이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금리 인상 가시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변수의 영향으로 당분간 거래 부진과 가격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23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10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주택시장의 수요 위축에 비해 공급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낮아 약보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시장 역시 미분양이 적체돼 있어 부산·대전 일부 지역이 상반기 중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전국 시장을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며

“다만, 금융 위기 여파로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던 지난해 3월 수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주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나온 전망치고는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정부 역시 이와 비슷한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 6월24일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거래가 부진하지 않도록 거래 활성화를 위한 보완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르면 8월부터 ‘금리 인상’
한편 ‘금리 인상’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발 금융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경제 또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4개월 만인 2009년 2월 2.0%까지 끌어내린 바 있다. 인하된 금리는 17개월째 유지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각종 경제 지표가 회복됐고 금융통화정책의 초점이 성장에서 물가 안정 쪽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풀어놓은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 초청 강연에서 “현재의 금융 완화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급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재가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위험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지난 6월1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상당수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이 지난 6월29일 공개한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장래의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준금리의 정상화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오르면 집값 떨어진다(?)
수요자 입장에서 금리 인상이 두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이자 비용의 증가이고, 둘째는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다.

기준금리가 결정되면 이는 시장의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바꾸는 일은 경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순수 자기자본만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은 드물다. 상당수 가계가 주택담보 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고, 전세 방식으로 차입을 대신해 주택을 구입한다.

이처럼 수요자의 레버리지가 높은 구조에서는 자본 비용이 결정적인 부담 요소로 작용해 주택 수요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부동산 가격과 금리가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금리 상향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매가격 또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금리의 오르내림을 주택의 수요와 가격을 통제하는 결정적 요소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불황기 재테크 전략 ‘이렇게’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금리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낙심하기에는 이르다. 불황에는 대출금이나 세금 부담으로 인한 급매물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를 잘 공략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부동산 매입을 통해 얻는 기대수익률이 부담해야 할 금리나 세금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아야만 성공적인 매수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되,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곳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먼저, 분양시장에서는 서울 도심, 역세권, 유망 신도시 등 청약률이 높고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곳을 노리는 게 좋다. 불황기에는 경쟁자 수가 줄어들어 당첨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분산투자’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덩치가 큰 부동산보다는 작은 부동산 여러 곳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고, 주택에만 투자하는 것보다는 토지 및 수익형 부동산 등에도 함께 투자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이렇게 하면 리스크는 줄어들고 환금성은 높아지는 데다 절세 효과까지 누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조급함은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꼼꼼한 분석을 통해 ‘오를 곳’을 선택했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한 부동산 투자 카페에서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모씨는 “부동산은 적어도 3년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 투자 상품인데, 국내 투자자들은 크고 작은 가격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혁 기자 press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