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며 다 덮어버리면 그제야 알 것 같다. ‘관광’이 뭔지 말이다. 단순하다. ‘즐기는 거’다. 너도 나도 즐기면 된다. 관광에서 일방적인 건 없다. 내가 웃은 만큼 돈 버는 이가 있으면 되고, 내가(내국인) 나간 만큼 너도(외국인) 들어오면 된다. 어쨌든 ‘지 좋고 내 좋으면’ 그만이다.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어떻게’다. 최근 정부는 이를 둘러싸고 고심하고 있다. 쏟아지는 ‘관광 활성화 정책’이 말해준다. 그런데 일방적이란 느낌이 강하다. 위에서 뿌리면 밑에서 주워 담거나, 외면하는 식이다.

머잖아 ‘관광주간’이다. 그야말로 ‘여행하라’고 주어지는 기간이다. 1년에 총 22일이다(5월 1일~11일, 9월 25일~10월 5일). 지난 2월, 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며, 오는 5월 시행된다. 3일에는 전국 17개 시도 관광국장들이 모여 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기도 했다.

한데 심도 있는 건 ‘윗선’들에 그치는가 보다. 막상 소비자들과 이들의 접점인 업계는 시큰둥하다. 지방의 한 특급호텔 마케팅 담당자는 “관광주간이라고 하는 기간이 각각 ‘가정의 달’과 ‘단풍철’로 원래 성수기였다”면서 “딱히 이 기간에 방문객이 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 특별한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답십리동에 사는 고경은(42) 씨는 “취지는 좋으나 워킹맘 입장에서 이 기간에 아이와 시간을 맞춰 여행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인바운드 정책도 일방적이다. 최근 들어 ‘러시아 관광객’ 모시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월 27일 ‘러시아 관광객 유치 활성화 방안’이 나왔고, 이들의 관광효과와 경제적 가치를 짚는 기사가 속속 등장했다. 사실 러시아 관광객 얘기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올 1월에는 한-러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기도 했다.

협정이 체결되고 얼마 후인 1월 중순이었다. 취재과정에서 “러시아 관광객이 무비자로 들어오게 됐는데 이들을 위한 어떤 대응책을 마련 중이냐”고 물었지만 관광 관련 기관 및 지자체 관계자 누구도 명쾌한 답을 하지 못했다. ‘관광으로 도시경쟁력을 활성화한다’는 기관의 관광 마케팅 본부장급 직원도 “이 답변은 서울시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황당한 회신을 해왔다.

기관뿐만이 아니다. 업계는 거의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인천시 한 특급호텔 홍보 담당자는 “러시아 관광객이 많이 들어올 거란 얘긴 처음 들었다”면서 “호텔 마케팅팀에서 따로 대비하고 있는 건 없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딱 한 달 후 ‘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방안’이라는 걸 냈다는 건, 관련 기관 및 업계에서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점검했다는 얘기일 텐데, 그 직전까지도 무방비 상태였단 게 도무지 납득이 안 됐다. 말인즉슨, 지시가 떨어지면 따라가겠다 정도 아니겠나.

어쨌든 이런 (혼란) 가운데 지난 2일, 한국관광공사 신임사장이 내정됐다. 변추석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다. 변 교수는 업계에서 광고디자인 전문가로 통했다. 관광 분야 경험은 없다. 한 관광공사 임원은 8개월간 사장 공석이 이어지던 지난 3월, “관광 쪽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들어오면 경험상 적어도 1년은 업무를 익힌다는 이유로 허송세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임원은 “홍두표 사장과 김종민 사장, 그리고 이참 사장 등 총 3명이 역대 사장 중 (개인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인재”라고 꼽았는데 그에 따르면 홍 사장은 ‘화장실 문화’를 개선했고, 김 사장은 ‘구석구석 캠페인’에 적극 나섰다. 이참 사장은 ‘중저가 숙박시설’ 확충과 바우젠 인센티브 투어단 1만1000여명 등 중국인 관광객을 집중 유치한 치적을 남겼다. 관광업계의 한 소식통은 “이처럼 관광의 패러다임을 한 발짝 먼저 짚고, 임직원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사장석에 앉았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내거는 패러다임은 관광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관광은 ‘눈에 안 보이므로’ 쉬우면서도 명쾌한 명제가 필요하다. 또 ‘눈에 안 보이므로’ 상호 간 ‘통’해야 실감이 난다. 변추석 신임 사장이 내걸 ‘관광 패러다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