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쌓인 세계최대 유통기업 ‘아마존’ 이야기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아마존이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 그 뉴스에 놀랐다. 한동안 잊고 있던 터라 그 이름 ‘아마존’을 다시 듣는 게 반가울 정도였다. 당시 올드 미디어인 신문을 사들인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 아마존이 다시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양인데, 아마존이 어떤 형태로 한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에 진출할 지 궁금했다. 역시 이번에도 속시원하게 밝혀진 내용이 없다. 

아마존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움직인다. 철저한 비공개 방침으로 운영된다. 중요한 사업계획은 물론 시애틀 본사 직원의 수나 킨들 판매 대수 같은, 언뜻 보기에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자료들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 탓에 명성에 비해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마존의 창업과 성장, 제프 베조스의 성공비결 등을 낱낱이 보여주는 최초의 시도인 셈이다.

아마존은 1995년 7월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다. 당시 직원은 제프 베조스와 부인 매켄지, 그리고 엔지니어 한 명이 전부였지만 비전은 정말 담대했다. ‘에브리싱 스토어(Everything Store)’였다. 

아마존은 비전대로 책뿐만 아니라 DVD, 음반,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자제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혔다. 지금은 장난감, 주방용품, 가구, 의류, 뷰티 등 소비재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의 상품을 판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콘텐츠 기업도 확보했고, 우주산업에까지 투자하고 있다.

저자는 아마존의 성장 요인으로 ‘고객 중심’, ‘장기적인 안목’, ‘창조’를 꼽는다. 제프 베조스는 비서와 함께 자신의 이메일 주소 ‘jeff@Amazon.com’로 온 모든 이메일을 읽는다. 고객의 불만 내용이 담긴 메일이 오면, 베조스는 그 이메일에 물음표만 추가한 뒤 해당 중역이나 직원에게 직접 전달해 원인분석과 대책을 요구한다. 

아마존은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본다. 워싱턴포스트의 스티브 힐스 사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수 후 제프 베조스는 줄곧 경영진에게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 안에 디지털 독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과거에 우리가 받았던 질문은 '어떻게 2~3년 내에 매출을 늘릴 수 있겠는가'였다." 

이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영을 하다 보니, 2012년 구글이 순익 107억4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을 때 아마존은 3900만달러 적자를 냈다. 그러나 제프 베조스의 장기적 비전을 신뢰하는 아마존 주주들은 놀라지 않았다. 회사의 시장 가치는 오히려 1750억달러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1997년 베조스는 주주들에게 첫 번째 서신을 보냈는데, 그 속에 있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신입사원과 인터뷰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오래 일하거나, 열심히 일하거나 혹은 똑똑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네.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이 셋 중 둘을 고를 수는 없다네.’ ”  

한마디로 ‘오래(늦게까지) 일하고, 열심히 일하고, 똑똑하게 일하라’는 것인데,이 것은 ‘제프이즘’으로 불리는 제프 베조스의 어록 중 가장 유명한 말이 됐다.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의 치열함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일독할 만하다. <이코노믹리뷰 편집인.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