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쇠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전 세계 쇠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참치를 먹기 시작했다. 참치 관련 주식이 오르고 있다. 중국인이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물 관련 펀드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단순히 우스갯소리라 단정 짓기에는 중국의 소비 잠재력이 너무나 크다. 이러한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최근에는 한국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中자본 한국 부동산 투자 러시…최근 3년간 7억9천만달러 투자

중국인들이 한국 부동산 투자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주도와 부산 등 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구매 열기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는 것.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11~2013년) 동안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총 94건으로 7억8697만3000달러에 달한다,

정도숙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전략지역유치팀 박사는 “최근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토지와 주택, 숙박시설 등을 매입하고 아예 개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주권 획득‧장기투자 수익 ‘한몫’

중국인에게 한국 부동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중국인들이 한국 부동산을 구입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영주권 획득과 투자 목적 등이 꼽힌다.

제주도의 비즈니스호텔 분양 관계자는 “최근 제주지역에서 비교적 임대가 손쉬운 분양형 호텔을 몇 채씩 대량으로 구입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분양상담 결과 이들은 특히 한국 부동산의 가치 상승 잠재력과 장기적인 수익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 투자자들이 매월 발생하는 임대소득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반면, 중국인들은 월세 수익률보다 자금을 장기적으로 넣어두는 개념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에서 부동산은 국가 소유로, 개인이 매입할 경우 주택 70년, 상업용지 50년 임대권을 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본인 소유라고 하기에는 제한이 많고, 단기 수익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 부동산을 구매하면 완전하게 자신의 소유가 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고, 자녀에게 상속도 가능하다는 점이 중국인들에게는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중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 열기를 지피고 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자격(F-2)을 주고, 5년이 지나면 영주권(F-5)을 허용하는 제도다. 투자 대상은 콘도, 호텔, 별장, 펜션 등 휴양 목적 체류시설이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늘려 지역경제 및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2010년 2월 제주를 시작으로 △강원 평창 알펜시아 지역 △전남 여수 대경도관광단지 △인천 경제자유구역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 5월 부산의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관광리조트와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가 추가로 지정돼 2013년 현재 6곳에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적용되고 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분양형 숙박시설인 ‘제주 센트럴시티호텔’의 경우 전체 분양자의 약 20%가 외국인이거나 교포”라며, “제주에서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통해 국내 거주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은 어느새 400명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세컨드하우스’ 개념 주택구매 늘어나

중국과 한국 간 거리가 가까운 점도 중국인들에게 한국 부동산은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중국과 한국은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중국 칭다오에서 비행기를 타고 70분이면 한국에 도착한다.

제주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분양형 호텔이나 주택을 매입해 한국에 와서 여가를 즐기고, 거주하지 않는 날에는 임대를 놓아 수익을 챙기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인들은 최근 한국에서 새로 짓는 주택 대다수가 내부 부대시설부터 세밀한 것까지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최근 포스코건설의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중국인 마쭝신 씨(馬忠新, 남, 44세)는 “부실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 아파트의 경우 건축물에 대한 엄격한 요구조건이 있어 안정성이 검증돼 있다”며, “특히 최첨단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한국식 인테리어가 기존 중국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장점”이라고 밝혔다.

◆차이나머니 급증에 제주 부동산경기 ‘꿈틀’

제주도는 연간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현재 민간 자본뿐만 아니라 외국 자본도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특히 현재 1000억원 이상 규모의 관광개발사업 대부분은 중국 자본으로 추진되고 있다.

3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제주지역에서 중국인이 투자한 관광개발 사업은 헬스케어타운, 차이나비욘드힐관광단지, 제주백통신원리조트, 상모유원지 등 12개 사업(2013년 말 기준)이다.

이 중 대표적인 관광개발 사업인 제주 헬스케어타운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국영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이 지난 2012년 10월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투자협약을 체결, 1조원을 투자해 개발하는 사업이다. 헬스케어타운은 한국의 의료기술과 제주도 천혜자원을 연계해 의료 서비스와 휴양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의료 복합단지로 다음 달 1차 콘도미니엄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녹지그룹 관계자는 “콘도미니엄 분양가는 1가구당 7억5000만~8억5000만원 수준으로 1차 180가구는 90%, 2차 220가구는 50% 계약을 완료했다”며 “계약자의 90% 이상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거주하는 부자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중국인의 ‘제주도 투자’ 열풍에 힘입어 제주도 부동산 가격도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12~2013년 말) 제주도의 아파트 매매가는 8.6%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7.8%, 6.5%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도의 토지 가격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제주도의 지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24% 올라 전국에서 세종시(0.31%)에 이어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제주도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면서 별장을 지을 수 있는 330~500㎡ 규모의 땅은 매물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3.3㎡당 10만원 미만이던 제주 동부 일대의 해안가 땅은 이미 10배 이상 오른 지 오래다. 지난해 3, 4분기에만 58만6000㎡의 제주 땅이 외국인에게 팔렸다”고 전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중국인 투자 유치의 물꼬를 트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건축경기 활성화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고용창출 효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인천 송도에 밀려드는 황색 자본

한국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중국인 입장에서 인천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은 국제공항 가까이에 있는 인천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송도국제도시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가 결정되고, 셀트리온과 포스코건설, 삼성바이오로직스, 동아제약, 코오롱글로벌과 같은 기업들이 입주하는 등 인프라가 속속 들어서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송도신도시에 들어서는 국내 최초의 외국인 주택단지인 ‘재미동포타운’은 전체 2500세대 중 벌써 1200여 세대가 해외에서 우선 분양됐다”며, “특히 상층부에 배치된 중대형 펜트하우스가 완판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송도에 들어선 채드윅 국제학교와 한국뉴욕주립대 등 차별화된 교육 환경도 자녀를 둔 중국인들에게는 매력적인 환경이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40대 이상의 중국인 주부들이 자녀를 이곳에 입학시키기 위해 근처 아파트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송도국제도시와 함께 영종도도 최근 카지노를 포함한 총 2조3000억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건설 추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청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활성화를 위해 해외 부동산 업체들과 열심히 접촉하고 있다”며, “영종도 미단시티 내 복합리조트의 카지노와 연계해 호텔별장 등에 대해 중국 내 개발 파트너와 협의 중에 있어 올 상반기 안으로 투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도 한류 열풍…수도권 고급주택 중국인 관심 ‘UP’

중국인들의 한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정은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수도권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현지 부동산 컨설팅회사들은 서울과 인천은 물론 미분양이 많은 용인과 김포, 파주, 일산, 남양주까지 상세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천호동에 분양한 ‘천호역 한강 푸르지오시티’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별장 개념의 세컨드하우스에 관심이 많은 일부 중국 부유층들은 용인이나 판교 등에 위치한 고급빌라나 타운하우스 구입에 나서고 있다. 실제 중국 유명 여배우인 탕웨이는 경기도 분당 구미동에 위치한 시가 13억원 정도의 약 485.9㎡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한 바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으로 ‘한국 아파트는 비싸다’는 외국인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겨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수도권 아파트의 투자가치에 중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