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산 디젤 중형 세단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치솟는 디젤차 인기를 재빠르게 반영해 디젤 중형 세단으로서 첫 테이프를 끊은 차는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다. ‘말리부 디젤’은 국산 디젤엔진의 기술 한계를 고려해 정통 독일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섬세함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일본 변속기까지 장착해 독일차의 성능과 일본차의 섬세함을 담았다는 평가다. 국산 디젤 중형 세단을 목마르게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1분기 판매 기록을 보면 ‘말리부 디젤’이 3263대가 팔려 전년 동월 대비 64.4% 증가율을 보이며 한국지엠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말리부 디젤의 첫 시승은 지난달 말 강원도 홍천을 출발해 한계령을 넘어 강릉 경포대까지 이어지는 130km 구간이었다.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간간이 눈발이 날리더니 한계령 정상에서 꽤 굵은 눈을 만났고 경포대까지 향하는 길에는 빗방울과 함께 젖은 노면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신차 시승회를 하기엔 최악의 날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코스에 주목했다. ‘왜 한국지엠은 시승코스로 한계령을 택했을까?’ 이유가 있었다. 디젤 엔진의 파워 넘치는 드라이빙 능력을 맘껏 경험해 보라는 것이었다.

시동을 걸고 ‘어디 보자’라는 심정으로 있는 힘껏 밟았다. 디젤 엔진음이 적당히 실내로 유입되며 독일차를 탄 듯 ‘부글부글’거리더니 뒤에서 밀기라도 하듯 치고 나간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차체는 안정감을 더하고 핸들은 묵직해진다.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주행 중인 다른 차를 수십 대 따돌리고 오르막길을 달려 한계령 정상에 도착했을 때 연비를 확인해보니 14.2km가 나왔다. 내리막길과 고속도로에서는 ‘말리부 디젤’의 매력이 한층 더해진다. 페달을 자신 있게 밟아보니 속도계는 어느덧 220km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이날 빗길 도로 사정상 더는 밟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야 했다. 이 같은 고속 주행이 가능한 것은 운전자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말리부는 3.9톤 무게 컨테이너 박스 4개를 올려놓아도 변형되지 않는 단단한 차체를 가지고 있다. 고속 운전 중 탄탄한 차체는 낮게 깔리면서 출렁거림이 없어 체감 속도를 줄여준다. 경포대에 도착해 확인하니 18.5km의 연비가 나왔다. ‘실연비’에 대한 한국지엠의 자신감은 빈말이 아니었다. 말리부 디젤의 복합연비는 13.3km/ℓ다. 내리막길과 고속주행을 감안해도 높은 효율성이다.

말리부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3년째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50년 이상의 명성을 자랑한다. 말리부 디젤은 부드러운 미국차에 강력한 독일엔진과 섬세한 일본변속기를 장착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한국 고객층의 요구가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하면서도 한국 자동차 시장의 요구를 읽을 수 있다. 자신이 붙은 한국지엠은 최고 인기 차종 준중형 ‘크루즈’와 CUV ‘트랙스’에도 디젤 엔진 장착을 저울질하고 있다.

‘말리부 디젤’은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이 생산한 2.0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156마력과 35.8kg·m이다. 판매가격은 LS디럭스 2703만원, LT디럭스 2920만원으로 경쟁차종으로 지목한 폴크스바겐 ‘파사트 2.0TDI’(414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