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가시화되면서 13억 중국 내수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중국 현지에 진출한 소비재 업체들의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중국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인 국내 유통업체의 기대감도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다.

이진환(41) 한중패션유통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황금 마켓임은 분명하지만 각 지역별로 유통 환경 및 문화,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전제돼야만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어 “일찍이 1990년대부터 신세계 이마트, 롯데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줄기차게 중국 시장을 노크했지만, 대다수가 이렇다 할 성공사례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중국시장을 제대로 모르는 채 무작정 진출했기에 발생한 당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그의 거침없는 충고는 본인이 직접 중국 시장에서 겪은 쓰라린 실패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2006년 말 이 소장은 대기업 유통업체 바이어라는 안정적 직업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코자 중국으로 건너갔다.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든 탓에 초기엔 어려움도 컸다.

그러나 거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국내 패션 브랜드 중국 현지 사업체의 해외사업 업무에 이어 롯데백화점 북경점에 진출한 6개 브랜드에 대한 관리 업무를 대행하며 현지 경험을 차근차근 쌓았다. 최근엔 화승르카프, 삼성테스코, 좋은사람들 등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 컨설팅까지 도맡을 정도로 중국 유통 전문가로 인정받게 됐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정보 제공 차원에서 블로그를 운영해 오던 그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2008년 10월 한중패션유통연구소를 설립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서다.

현재 그의 블로그와 연구소 카페엔 중국 유통시장 및 지역별 백화점에 대한 리포트, 상해·북경·항주·광주 등 지역별 시장상황 등 알짜배기 정보가 가득하다. 5년 가까이 중국 현지 유통시장에서 직접 체득한 ‘중국시장 진출 성공’을 위한 노하우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0명이 넘는 회원들을 위한 사업 컨설팅 또한 그의 몫이다.

중국 진출 Tip을 살짝 공개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맞춤형 인재양성론’을 펼쳤다 “언어나 실무 능력만 갖춘다고 해서 능사는 아닙니다. 사람도 ‘현지화’가 되어야 합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야만 중국인들에게 환영받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죠.”

올 초 취업 연수기관 하니플러스의 ‘중국 패션 디자인 및 유통 실무 전문가 양성 과정’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것도 이같은 지론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 소장은 또한 “도시만 50개인 중국의 경우 지역별로 소비자들의 체형에서부터 선호 트렌드까지 유통 환경이 천차만별이기에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 즉, 시장 세분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연구도 빼놓아선 안 된다고 했다. CJ가 닭고기 육수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 과감히 ‘닭고기 다시다’를 중국 현지에 내놓은 것이 바로 좋은 사례. 이 소장은 중국에서 인생의 2모작을 꿈꾸는 30~40대 직장인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한국에는 58년 개띠 CEO가 많다고 하죠. 그런데 중국에는 70년 개띠 CEO가 많습니다. 새로운 기회와 메리트가 많은 중국은 분명 도전해볼 만한 시장입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