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원규 구글코리아 R&D 총괄 사장>

“사용자 정서보다 원하는 결과가 중요”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구글의 길은 검색으로 통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검색 기술의 발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검색이 뭐길래 이리도 중요할까. 구글코리아에서 검색 외 다양한 분야의 R&D총괄을 맡고 있는 조원규 사장으로부터 해답을 들어봤다.

 

Q. 구글은 글로벌 검색 엔진으로 발돋움했다. 원인을 뭐라고 보나

조원규 사장: 시작할 때부터 ‘전 세계 정보(World Information)’가 목표였다. 구글 검색 다음에 나온 서비스가 구글 번역이다. 이런 론칭 전략을 봤을 때 구글은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랬기 때문에 기술 면에서도 스케일이 컸다. ‘미국에 1억 개 문서가 있으니 이것만 하자’가 아니고 ‘전 세계는 5억일 테고 나중에는 50억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스케일을 잡은 것이다. 처음부터 규모를 그렇게 잡았다. 야후와 비교해보자. 당시 야후는 모든 작업을 손으로 했다. 카테고리 웹 사이트 인덱싱(Indexing)을 손으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가능했다. 1000명이 앉아서 일일이 분류할 수 있을 만큼의 문서 양이었던 것이다. 카테고리가 나뉘고 분류를 해놨으니 검색이 됐는데 그 뒤로부터는 안 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네트워크 속도가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웹 문서 규모도 어마어마해졌기 때문이다. 자동 검색의 중요성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구글 봇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자동으로 정리하기 때문에 웹 문서의 양이 아무리 늘어나도 구글 검색 로봇의 기능을 추가하고 제대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출발부터 다른 스케일의 차이가 마침내 빛을 발한 것으로 보면 된다. 결국 구글의 초창기 철학이 주효했다고 본다.

 

 Q. 구글의 글로벌 전략이 달랐던 것인가. 단시간 내 해외시장을 휩쓸었는데...

국제적으로 보면 현재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지만 해외에서 나오는 검색 건수가 더 많다. 글로벌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의미다. 구글 번역도 일조했다. 80개 언어로 번역이 가능한데 각 번역 상으로 따지면 이 수는 더욱 많아진다. 문법을 비교해가며 번역했던 시기와 달리 동일한 내용의 한국어 문서와 영어 문서를 놓고 ‘이것이 같은 것이다’라는 식으로 학습을 통해 구글 번역을 완성해가고 있다. 스케일과 번역 등의 서비스가 해외에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Q. 사실상 경쟁업체가 없어 보이는데...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에는 ‘빙’이 있고 한국에는 ‘네이버’, 중국에는 ‘바이두’가 있다. 이런 경쟁사들의 입지를 무시하지 못한다. 기술적인 차이가 많지만, 구글은 한 서비스를 159개 언어로 제공한다는 점이 차별점이기는 하다. 인터넷 서비스는 경쟁이 치열하다. 계속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Q. 다들 검색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검색이 중요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반대로 물어보자. 하루에 몇 번 검색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다들 한두 번씩은 한다고 답할 것이다.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가면서 검색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모바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은 게임이 아니라 검색 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모바일 초창기 시절부터 그래 왔다. 또 사람들이 검색이라고 여기지 않는 많은 서비스가 기본적인 ‘검색’과 맞닿아 있다. 맛집은 물론이고 지도로 길을 찾는 것도 검색이라고 볼 수 있다. 검색은 사실 사용자의 삶에 깊이 녹아 있어서 그것을 검색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본다.

 

Q. 국내에서는 네이버 등에 밀려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표 들어감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트래픽을 집계하는 리서치 회사에서 정확하게 모든 걸 캐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PC 부문에서 구글 사용자 추이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이버도 잘하고 있지만 구글 사용자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Q. 그래도 아직은 네이버에 비해 후발 사업자처럼 보인다. 국내 네티즌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분석하는 이들이 있다.

정서를 고려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확한 검색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사용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용 피처들도 론칭됐다. 하지만 구글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지금 당장 검색을 잘하게 하고 결과의 정확성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 외에도 향후 나올 미래의 검색 기능들을 한국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고 보여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지식 그래프를 체계화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Q. 디바이스의 변화로 검색 엔진 쪽도 많은 변화를 겪지 않았는가

구글은 늘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다.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었지만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이 나올 것에 대비해 관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검색 회사들은 모바일로 나오면 광고를 어디서 보여줘야 하는가가 고민이었기 때문에 모바일 시대가 천천히 오기만을 희망했다. 구글도 물론 이 부분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여 모바일 시대가 빨리 오는 데 일조했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에서도 앞설 수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떨어질 수 있지만 뉴 디바이스 시대에도 구글이 갖고 있는 원래의 ‘생각(미션)’대로 하면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구글에서는 ‘숫자가 이노베이션을 못 이긴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해 혁신을 막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사용자가 먼저다. 그렇기 때문에 디바이스가 변화하는 시점에서도 멀리 보고 혁신적인 준비를 해왔다.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주요 기기가 변화한 것은 구글에는 새로운 제약이자 도전이었다. 스마트폰은 개인화된 검색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