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디자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차 커짐에 따라 이를 반영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의 종합 제약기업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J&J)이 최고디자인책임자(Chief Design Officer, CDO)직을 신설했다고 보도했다.

샌디 피터슨 J&J 최고경영자(CEO)는 “훌륭하게 디자인된 제품은 그 자체로도 잘 팔린다”며 “디자인은 마케팅에서 큰 이점을 차지한다”고 CDO직 신설에 대해 설명했다. 오는 5월, J&J의 CDO직에 오르는 에르네스토 퀸테로스는 벨킨인터내셔널에서 아기 모니터와 전등 스위치, 플러그 등을 디자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기기를 디자인한 경험도 있는 퀸테로스는 “디자인적 사고는 소비자 경험을 재정립하고 조직 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J&J는 선크림과 같은 헬스케어 제품을 위한 소규모 디자인 팀을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해왔다. J&J는 경쟁사들이 몇몇 디자이너를 컨설턴트로 영입하고 있지만, 디자인 관련 고위 직책을 신설한 헬스케어 기업은 자사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CDO직을 신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조사 측이 결함 없는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디자인을 통합함으로써 더욱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피오르드(Fjord)의 최고고객책임자(Chief Client Officer, CCO) 마크 커티스는 “소비자들이 마케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며 “그들은 기발하게 디자인된 제품에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좋은 디자인의 상업적인 잠재력을 인식하기 시작함에 따라 마케팅과 제조 부문의 입지 역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J&J뿐만 아니라 펩시와 필립스전자도 최근 몇 년 새 디자인책임자직을 새로 만들었다. WSJ은 이러한 미국 대기업들의 디자인 강화 정책은 애플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MP3 플레이어와 스마트폰, 매장 등에 걸쳐 디자인에 주력해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판매를 늘린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미 1996년 ‘디자인 혁명’을 선언한 후 디자인혁신 정책을 추진해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2001년부터 CEO 직속으로 디자인경영센터를 두고 디자인 전략을 전 계열사가 공유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