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7일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다. 김 회장은 ㈜한화, 한화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해외에서 신병치료와 건강회복에 전념할 예정인 만큼 당분간 경영일선에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전날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 머물고 있던 김 회장이 신병 치료를 위해 이날 오후 4시께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구속 수감 후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등을 앓아오다 지난해 초 구속집행 정지 이후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달 19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김 회장은 의료진으로부터 해외 치료를 권유받아 미국으로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김 회장의 부재 속에서 산적해 있는 그룹 주요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비상경영위원회가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굵직한 현안을 잘 풀어나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비상경영위원회는 사업 매각이나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드림파마, 한화 L&C 등 계열사 매각과 미국의 석유화학업체인 다우케미칼, 3억달러 규모의 GDR(해외주식예탁증권) 발행 등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고 있다.

현재 가장 큰 현안은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 재무건정성 해소다. 한화케미칼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8조35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무려 187%로 전년대비 16% 상승한 수치다. 더욱이 해외 자•손자회사 실적 부진도 문제다. 지난 2006년 249억원을 들여 설립한 한화인터내셔널(미주법인)이 최근 사업연도까지 순손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중국 닝보 소재 한화화학 유한공사도 2012년 기준 353억48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화케미칼이 지분 24.92%를 보유한 미국 태양광 벤처 크리스탈 솔라 역시 2012년 기준 1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해외 자•손자회사 실적 부진은 차입금 증가로 이어져 한화케미칼의 재무구조를 열악하게 만들었다.

증권사 연구원은 "세계시장 기준으로 보면 한화케미칼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태양광과 화학 업황이 좋지 않아 국내 시장의 우려는 있다"며 “향후 불확실한 업황을 대비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케미칼은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면서 회사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우선 한화케미칼은 제약부문 계열사인 드림파마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드림파마는 한화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드림파마 실적은 2009년 한화갤러리아에서 한화케미칼로 분할합병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다.

2009년 10월 한화갤러리아의 분할합병으로 최대주주가 한화갤러리아에서 한화케미칼로 변경됐다. 당시 한화케미칼은 드림파마 지분 100%를 3000억원대에 인수한 바 있다. 2012년에는 매출액 855억원으로 영업이익 74억원, 당기순이익은 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화 케미칼은 지난 19일 조회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주)드림파마 지분매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매각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인 한화L&C도 건자재사업부 매각 방침을 정했다. 예상 매각 금액은 약 3000억원 정도로 전해졌다.  한화L&C는 지난 2012년부터 소재와 건재 사업부문을 분리 운영 중으로 그동안 시장에서는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제기돼왔었다. 한화L&C 측은 3월 말이나 4월 초 현장 실사 후 본 협상을 거친 후 7월을 기점으로 모든 매각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3000억원 내외 GDR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GDR는 해외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로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자에게 자사 주식을 발행해 판매하면 해외 투자자는 해당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하는 방식이다. 국내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없는 외국투자자를 위한 투자방식으로 외국투자자는 주식을 직접 소유하진 않지만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GDR 발행은 단기적으로 EPS가 15.2% 감소하는 등 기존주주에게 부담스럽지만, 차입금 감축, 재무구조개선 등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굵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가냐는 것이다. 한화 측은 “매각 및 GDR발행은 그룹의 공식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비상경영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국내증시와 글로벌 경기 상황을 고려한다면 오너 부재에 따른 부작용은 예상외로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시장에선 주력사업인 태양광 업황의 부진으로 지난 2년간 쌓여온 차입금과 부실을 계열사 매각과 GDR발행으로 보전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