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이후 득세 예상…경제 위기 해소되면 운신 폭도 커질 듯

대표적 가치주인 동서식품의 커피 모델로 27년째 활동 중인 배우 안성기씨가 이 회사 주최 문화행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주가수익배율이 10배 이하면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을 늘리고, 이미 많이 오른 테마주 비중은 줄이고 있습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이른바 ‘증시 7공주’들은 단 한 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분했습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의 운용 현황은 가치주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가늠하게 한다.

‘소극적이지만, 꾸준한 펀드’ 가 가치주 펀드의 특징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다. 성장주 펀드가 고수익을 얘기할 때 ‘이자율+알파’를 강조하는 것이 가치투자자들이다.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그리스발 유럽 금융 위기, 천안함 사태로 증시가 출렁거려도 상대적으로 가치투자펀드가 덜 요동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치주 펀드는 요즘 잘나가는 자동차나 IT주에도 대체적으로 시큰둥하다. 정보기술(IT)·자동차 업종을 유망하게 보는 전문가들과는 대조적이다.

IT·자동차의 비중도 줄이고 있다. 두바이발 금융 위기, 유럽발 금융 위기, 천안함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는 어찌될지 알 수 없는 데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투자 대비 수익률(ROE) 등이 저평가 종목발굴의 잣대이다. 물론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투자 방법론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채원 부사장은 가장 보수적인 가치투자자에 속한다.

현재가치와 과거가치, 미래가치를 두루 감안한 자신만의 가치주 종목 발굴 기준이 있는 이 부사장이 운용하는 10년 투자 펀드는 자산주와 중소형주 비중이 높다.

지난 2008년 9월, 금융 위기 이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투자 여건이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 가치투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부사장은 올 하반기 이후 가치주의 득세를 예상한다. 경제 위기의 ‘데프콘’이 해제되면 내수시장 1등 기업들의 운신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대상그룹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품목에 걸쳐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가운데 롯데제과도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을 올렸다.

국내 가치투자자들의 주요 보유 종목인 한국전력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꾸준히 내비친다.

하반기 금리 인상도 증시에는 호재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우호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금리도 인상할 수 있다는것이 이채원 부사장의 분석이다. 올 들어 주요 가치주 펀드들의 성적은 시장 평균을 웃돌고 있다.

코스피지수(-1.24%)와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0.94%)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에도 상대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가치주 펀드, 시장평균 상회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대표 가치주 펀드인 ‘10년 투자’(4.91%), 신영자산운용의 ‘마라톤’(0.46%)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치주 펀드의 방어력이 강한 건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KB운용의 ‘밸류포커스’는 연초 이후 수익률 12.27%를 기록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조사를 바탕으로 선별 투자한 ‘하나UBS안정성장1월호’나 장기가치 상승기업을 분석해 내재가치 이하에 투자하는 ‘트러스톤칭기스칸증권(주식)’도 빼놓을 수 없다.

신영자산운용의 마라톤은 삼성전자·포스코를 비롯한 대표 종목의 비중이 더 높다. 밸류포커스는 더 날렵하다.

중소형주 중심이란 점에선 10년 투자와 비슷하다. 성장성을 동시에 본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주식을 사고 파는 주기도 더 짧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 금융사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투자자문사에도 숨은 진주는 있다.

서울대 출신의 김민국·최준철 대표가 운영하는 VIP투자자문사, 서울대 공대 출신의 김두용 대표의 머스트 투자자문, 고대 출신의 최정용 대표의 에셋디자인 등이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투자자문사들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가치투자 펀드들이 선호하는 종목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치투자 종목을 선별하는 기준이 펀드 운용자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가치투자자들이 대체적으로 선호하는 종목은 있다. 동서식품. 동서, 한국전력 등이 대표적이다.

동서는 3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국내 식품 전문회사. 식자재 및 포장재를 제조판매하며 커피 사업을 하는 자회사 동서식품의 지분을 50% 보유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국내 커피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 믹스(인스턴트) 시장의 경우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밖에 의류업체인 한섬, 반도채 재료 공급업체인 테크노세미켐, 롯데 삼강, 진로발효, 줄자를 생산하는 코메론, KT, 한국전력, 포스코 등도 가치투자 펀드의 선호종목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센터장은 “주식시장의 주가수익 비율은 과거 20배 이상으로 높다가 이제는 10배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며 “금리는 떨어졌지만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장기 성장성이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