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 달라진 점은 없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의 경고음은 울렸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내년 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발언 이후 데이비드 저보스 제프리스 시장 수석 연구원은 이같이 말했다.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으로 시장은 크게 동요했지만 그 영향은 길지 않을 것으로 데이비드는 분석했다. 시장은 이미 연준이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옐런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 축소하기로 했고 다양한 경제지표를 포함하는 정성적인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FOMC는 테이퍼링을 4월부터 현재 월 650억달러에서 550억달러(국채 300억+MBS 250억)로 축소한다. 또한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가이던스를 기존 정량적 방법(실업률 6.5%/인플레이션율 2.5%)에서 다양한 경제 및 금융지표(고용시장,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 금융시장)를 포함하는 정성적인 방법으로 변경한다.

이러한 FOMC의 변화가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지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는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발언이 화근이 됐다.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채권매입 종료 이후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성명서 내용 중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에 대한 질문에 ‘약 6개월 (around six months)’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시장은 이 답변을 연준이 조기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테이터링 규모가 현 추세대로 FOMC 회의 때마다 100억달러씩 준다고 가정하면, 오는 10월 양적완화 조치가 종료되고, 내년 4월쯤 금리인상이 단행된다. 이는 시장이 당초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인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최소 1분기 이상 빠른 것이다.

이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61%와 -0.5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중국(1.4%), 홍콩(1.7%), 베트남(0.9%) 등 아시아 증시의 주가도 떨어졌다. 국내 금융시장도 흔들렸다. 20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8.16포인트(0.94%) 내린 1919.52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5.70원 올라 달러당 107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올라 연 2.87%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옐런의 발언이 단기 악재는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만큼 위력적이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박성현 한화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은 “시장의 예상과 달라진 것은 없다. 단지 저금리 시대 종결이라는 경고등이 켜진 정도다”라며 “옐런 의장 발언에 대한 논란은 차차 줄어들어 하반기 이후에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과 관련해선 “이미 지난해부터 연방기금금리 예상과 다르지 않으며, 금리인상 시기 또한 시장이 걱정할 만큼 큰 차이가 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철희 동양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임 의장도 9월에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으로 못박아 말했지만 실제로는 올해 초부터 실행했다”며 “버냉키 전임 의장처럼 옐런 의장도 금리인상안을 시장에 던져놓고 그 반응에 따라 인상폭과 시기를 조절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조만간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화탁 동부증권 매크로전략 팀장은 “주식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옐런 발언보다 오히려 중국경제 둔화와 위안화 약세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도 당장은 금리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안정적인 수급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조만간 진정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신얼 현대선물 연구원은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선진국에 가까운 한국 채권시장 매력으로 안정적인 금리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보다는 중국 이슈에 더 민감한 상황이다”라며 “중국 내 회사채와 신탁상품 디폴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국내 금리상승은 미국에 비해 제한적일 전망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