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날씨는 점점 화창하고 따스해지는데 마음은 여전히 겨울처럼 차갑고 외로운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조량이 가장 적은 겨울 내내 우울함을 최고조로 느꼈다가 봄철 무렵 해가 길어지면, 밝아진 분위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겪는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중·고령층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중·고령층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0.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고령층 자살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다. 65세 이상 인구 빈곤율 또한 76.6%로 OECD 회원국 평균(25.0%)의 3배가 넘는다. 빈곤 문제만 해결돼도 중·고령층의 자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1955년부터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은 위기 그 자체다. 민간부문 평균 퇴직 연령이 5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다.

2008~2012년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률은 76.8%에서 74.3%로 2.5%포인트 하락해 2017년엔 65%로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거리 부족과 정년퇴직이 증가한 게 한 요인이며, 사회안전망이 마련돼 있지 않아 퇴직 후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에 빚어지게 될 현상으로 분석된다. 베이비부머들은 아버지 세대와 달리 퇴직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이들 중 연금생활이 가능한 비율은 20% 전반에 불과하다.

중·장년 세대를 직접 만나본 경험에 의하면 일자리가 노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한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도 베이비부머들의 63.9%는 퇴직 후 노년의 일자리를 원하며 50% 정도가 생계를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만 있어도 중·고령층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우선 일자리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그동안 단순 노무직에 그쳤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농업 등을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거나 제조업에 종사하는 숙련된 베이비붐 세대가 전공을 살리면서 추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병원, 공원, 문화공간, 생필품 직영소매점 등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갖춘 미래형 도시를 디자인해 베이비부머가 새로운 사회 서비스를 창출해내게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현재 중·고령층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 도입하려는 복지정책인 기초연금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논쟁이 소모적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지급하는 ‘정부안’이나, 야당 및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20만원 일괄지급안’ 모두 중·고령층 빈곤 문제 해법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초연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빈곤율 개선 효과부터 과학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니, 모쪼록 현명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고도성장기에 치열한 경쟁을 몸으로 겪으며 우리 경제를 세계 13위로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헌을 한 대한민국 중·장년 세대에게 하루빨리 화려한 봄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