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주범선 ‘이카로스’ 중국은 ‘소형 우주정거장’ 발사…우주 강국 도전
에너지 자원 보고 ‘달·화성’선점 경쟁 후끈…후발주자 인도도 탐사위성 발사

일본의 첫 금성 탐사위성 아카쓰키호와 우주범선 이카로스호를 실은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중국 우주 개발의 아버지란 말을 들어왔던 ‘첸쉐썬(錢學森)’박사가 지난해 10월31일 9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중국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첸 박사를 추모하는 특집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그의 장례식에는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장쩌민 전 주석, 주룽지 전 총리 등 전·현직 최고지도부가 이례적으로 모두 참석했다.

중국 정부가 그에게 각별하게 애도를 표시했던 이유는 중국이 우주 과학 분야에서 강대국이 되려는 야심 때문이다.

첸 박사는 과학원 역학연구소장, 국방부 제5연구원장 등을 맡아 중국의 우주 개발에 초석을 다진 인물이었다.

중국이 1970년 4월 첫 인공위성인 둥팡훙(東方紅) 1호를 지구 궤도상에 쏘아 올린 것도 그의 공로였다.

그는 2003년 10월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 발사에도 기여했다. 현재 중국의 우주 과학 분야 최고 과학자들은 대부분 그의 제자들이다.

아시아에서 우주 개발 경쟁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 하고 있다.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우주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 경쟁을 벌였듯이 21세기를 맞아 아시아에서 새로운 우주 개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미국이 경제 위기로 주춤한 틈을 타 우주 개발 경쟁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달 탐사위성 발사에서 우주인 달 착륙, 화성 탐사뿐만 아니라 위성항법장치용 인공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10월 두 번째 달 탐사위성인 창어(嫦娥) 2호를 발사하고, 2013년 달 착륙 임무를 맡은 창어 3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중국은 또 내년 상반기에 소형 우주정거장이자 우주실험실 역할을 맡을 톈궁(天宮) 1호를 발사하고, 하반기에 유인 우주선 선저우 8호를 쏘아 올려 첫 우주 도킹 실험도 할 예정이다.

내년엔 무인 화성탐사선 잉훠(螢火) 1호도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은 2003년 선저우 5호의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유인 우주선 발사 국가가 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2007년 달 탐사위성 창어 1호 발사, 2008년 우주 유영 성공 등 매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2017년 우주인을 달에 보내고, 2020년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또 2030~40년에는 화성 유인탐사도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자원의 寶庫 ‘달’에 눈독
중국의 유인 우주선 발사는 미국과 옛 소련에 비해 40여 년 뒤떨어졌다. 그럼에도 중국이 미국과 옛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를 따라잡는 데 똑 같은 기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감안하면 머지않은 시기에 미국과 러시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왕원바오(王文寶) 중국 유인우주개발판공실 주임은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5월 16일자)에서 “중국은 이르면 2016년 미국의 유인우주계획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중국은 국가의 강력한 지원과 100여 개 관련 기관의 참여 속에 유인우주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우주 개발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정치, 경제, 군사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결속을 이끌어 내면서 대외적으로 강대국의 위상을 과시하는 동시에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강화하는데 우주 개발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로켓의 이름을 ‘창정(長征)’이라고 붙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은 과거 대장정을 통해 대륙을 통일했듯이 앞으로 초강대국을 향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의 우주 개발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달 정복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달이 지구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달에는 지구에는 없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대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에너지원은 바로 ‘헬륨(Helium) 3’이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효율이 높고 오염이 없으며 핵융합 원자로에 넣어도 방사능 부산물이 전혀 없는 에너지 자원이다.

과학자들은 달에 약 100만 톤의 헬륨 3이 있으며, 이는 지구의 전력 소비량을 수 천 년 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보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로 도약하는 것 자체가 인류에게 새로운 부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앞으로 달은 우주라는 무한한 미지의 세계에 인류가 도전하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때문에 달을 먼저 정복하는 국가가 지구는 물론 우주를 지배한다는 말이 나올 듯하다.

중국이 달 정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군사적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강대국이 되려면 경제대국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걸맞는 군사대국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우주 개발 계획이 바로 군사대국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 지배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기반으로 하는 군사 전략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인식해왔다.

만약 달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레이저 같은 무기를 배치한다면 지구 궤도상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앞으로 20년 내 우주 전쟁은 이 같은 공상과학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닌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독자적인 위성항법장치인 베이더우(北斗)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더우는 현재 미국이 운영하고 있는 GPS와 같은 시스템이다. GPS는 민·군 겸용이 가능하다. GPS는 미사일 발사 때 목표물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줄 수 있다.

GPS는 또 항공기와 함정은 물론 지상 전투에도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2015년까지 총 30개의 위성을 발사해 베이더우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은 2007년 1월 미사일로 1000km 밖 위성을 명중시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위성 요격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우주공간의 패권을 꿈꾸는 중국의 두번 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가 힘차게 발사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뒤흔들 동력이 우주에 있다고 보고,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위성, 발사체, 항법장치 등을 개발해온 우주 강국이다.


일본, 우주 범선 ‘이카로스’ 발사
일본은 우주 개발 분야에서 지금까지 아시아의 최대 강국이란 자부심을 내세워왔다. 때문에 일본은 중국에게 절대 우주 개발에 뒤질 수 없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5월21일 세계 최초로 우주 범선 ‘이카로스호’를 금성을 향해 발사했다. 이카로스는 보통 우주선과는 모양과 원리도 다르다.

이 우주선은 태양에서 쏟아지는 입자들(태양풍)을 큰 돛으로 받아내 반발력으로 움직인다. 돛에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를 태양 전지를 통해 추가 동력으로 사용한다. 별도 동력원을 탑재할 필요가 없다.

장거리 우주여행에 유리한 구조다. 이카로스의 본체는 직경 1.6m, 높이 0.8m의 원통 모양이다. 여기에 한 변이 20m가량인 정사각형 모양의 돛을 달게 된다.

돛은 대기권을 벗어난 뒤 회전하는 본체의 원심력에 의해 펼쳐진다. 돛의 두께는 100분의1㎜도 되지 않는다. 머리카락보다 얇다.

미국은 2005년 같은 방식으로 우주범선 코스모스 1호를 발사했지만 실종되고 말았다. 때문에 이카로스호가 성공하면 일본의 우주 개발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이카로스호는 6개월 뒤 금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 나오는, 거대한 돛을 달고 1000년을 날아가는 우주 범선이 현실로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일본은 또 이카로스호와 함께 금성 기후 탐사위성인 아카쓰키호도 쏘아 올렸다. 이 위성은 5억2000만㎞를 날아가 12월7일경 금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위성은 2년 간 금성 주변을 돌면서 카메라 5대로 왜 거센 바람이 부는지 관측할 계획이다. 미국과 소련, 유럽 등이 금성 탐사위성을 쏘아 올린 적은 있으나 지구 밖 혹성의 기상을 관측할 목적으로 위성을 발사하기는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은 금성 탐사에 성공하면 앞으로 10년 안에 목성 탐사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달 정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우주개발전략본부는 지난 5월25일 2000억 엔(약 2조6000억 원)을 투자해 오는 2020년 달 남극에 무인 탐사기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달 탐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이에 앞서 2015년 암석을 채취해 분석할 수 있는 탐사 차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탐사 차에는 지진계를 달아 달 내부구조도 조사한다. 일본은 2020년 로봇을 보내 무인기지를 건설하고, 장기 탐사를 벌일 계획이다.

로봇이 채취한 암석을 지구로 보내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2007년 9월 첫 달 탐사 무인 위성인 가구야 1호를 달 궤도에 쏘아 올렸다.

일본은 1970년 2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공위성을 로켓에 실어 우주에 쏘아 올린 우주 개발 선진국이다.

현재는 6t급 인공위성을 3만6000㎞ 정지궤도에 올릴 수 있는 H-2A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2030년까지 대기권 3만6000㎞ 상공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다는 프로젝트도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태양에너지를 모은 뒤 이곳에서 얻은 에너지를 지구로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10년 이내에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개발
인도는 우주 개발의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있다. 인도가 2008년 10월 최초의 무인 달 탐사위성인 찬드라얀 1호 발사에 성공하며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도가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을 발판 삼아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찬드라얀 1호는 2009년 9월 달 표면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해내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인도는 2013년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하고 2016년에는 유인 우주선을, 2020년에는 우주인을 달에 보내며 2025년에는 우주 왕복선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K. 라다크리시난 인도우주개발기구(ISRO) 소장은 2016년에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첫 번째 유인 우주선은 2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지구 궤도에서 7일 간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지난해 전천후 첩보위성 RISAT-2호를 발사해 지구 주위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자체적으로 초저온 엔진을 탑재한 로켓을 개발 중이다.

인도가 초저온 엔진 로켓 개발에 성공하면 우주 강국 반열에 오르는 동시에 우주산업시장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은 군사적으로도 효용이 크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도약에 자극 받은 미국은 다시 우주 개발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15일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우주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우주인을 2025년까지 소행성에, 2030년대 중반까지 화성에 보낸다는 것이다.

화성 탐사라는 원대한 계획을 통해 미국이 세계 최고의 우주국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것은 자칫하면 미국이 우주시대를 맞아 2, 3등 국가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올 초 2011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2004년 부시 정부에서 입안됐던 2020년 달 재착륙 계획인 ‘컨스텔레이션(별자리)’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일본이 올해 우주 공간에 쏘아올린 범선형 우주선인 이카로스가 유유히 어둠 속을 헤쳐가고 있다. 이카로스호는 좌우에 펼쳐진 돛 모양의 날개에 흡수되는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세계 최초의 위성이다.


미·러시아, 화성 탐사에 주력
미국이 화성 탐사 계획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성이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이기 때문이다. 화성은 8개 행성 중 대기가 지구와 가장 비슷하다.

이산화탄소·질소 등이 주성분이며 미량의 수증기나 산소도 존재한다. 태양계에서 인간이 적응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EU 회원국들 중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우주국(ESA)도 2025년까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오로라 계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SA는 2016년 화성 궤도위성을 발사해 화성 대기를 분석하고, 2018년 화성 표면 무인탐사선인 엑소마르스호를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도 우주 강국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원자력 추진 우주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 추진 우주선은 지구와 멀리 떨어진 화성을 탐사하는데 유리하다. 앞으로 치열하게 벌어질 우주 개발 경쟁에서 과연 어느 국가가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