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윈드리버 코리아]
무인항공기, 혹은 UAV(Unmanned Aerial Vehicle)나 ‘드론(Drone)’은 말 그대로 조종사가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항공기를 말한다. 미 국방부는 UAV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동력을 갖추고 있지만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으며, 항공역학을 이용하여 기체의 양력을 얻고, 자율적인 비행과 원격조정이 가능하며, 폐기 혹은 회수가 쉽고 살상 및 비살상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를 무인기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탄도 및 준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 포탄 등은 UAV로 분류하지 않는다.” 오늘날 무인기의 활용 범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며, 군용뿐 아니라 민간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군사분야에서도 무인기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계속 커져만 가는 중이다.

무인기는 특히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유명해졌다. MQ-1 ‘프레데터(Predator)’가 알 카에다 요인들을 추적해 미사일로 이들을 제거하면서 잘 알려지게 되었으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무인기 개발경쟁에 돌입하면서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 무인기 분야의 선진국은 비교적 일찍 무인기를 활용하기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이며, 유럽을 비롯한 항공 분야의 선진국들은 모두 무인 ‘정찰기’를 넘어선 무인 전투체계(UCAS: Unmanned Combat Aerial System) 개발에 전념 중이다.

이렇게 전 세계 각국이 무인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유인 항공기나 전투기에 비해 개발비와 단가가 낮으며, 작전 투입 준비시간은 짧은 반면 체공시간은 길기 때문이다. 일례로 어지간한 항공기는 약 3시간~4시간 정도가 최대 체공가능 시간이지만, MQ-1 ‘프레데터’ 같은 경우 50시간 이상 체공비행이 가능하다. 또한 정찰기, 훈련용 표적기, 미끼 항공기(‘decoy’), 전자전기, 공격기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한 명의 조종사가 동시에 여러 기체를 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항공기 제조사의 입장에서도 사실 유인기와 무인기의 설계구조 자체는 비슷하기 때문에 개발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인명 손실의 우려가 없다는 점이다. 기체가 적지 한가운데를 비행하다가 격추당해도 인명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 반면 피격 전까지 수집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본국에 전송할 수 있다. 아울러 인간은 9배의 중력(9G) 이상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유인기의 운동성은 그 한계가 분명한데, 인간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기의 경우 기술 수준만 더 진보한다면 인간이 탑승한 유인기가 견딜 수 있는 중력 수준을 넘어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군사분야에서 무인기의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현재 미 공군이 운용 중인 UAV 현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미 공군 보유 항공기(전체 1만3794대) 중 UAV가 차지하는 비율은 1%(163대)에 불과했으나, 정찰기만으로 놓고 분류하면 총 정찰기(648대) 중 25%가 UAV였다.

사실 무인기는 생각보다 그 역사가 깊은 편이다. 비록 성공으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이미 1차 세계대전 때 단순한 형태의 무인기 개발 시도가 있었고,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중에 개발된 독일군의 ‘V-1’ 로켓이 최초의 무인기로 인정받고 있다. 이 시기에 연구된 ‘무인기’는 무선으로 조종되는 단순한 형태의 항공기에 폭탄을 실은 후 표적에 충돌하게 하는 방식으로,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의 애매한 경계에 걸쳐 있던 비행폭탄(Flying bomb)이나 항공어뢰(Aerial Torpedo)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오히려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주로 유인 전투기 훈련용도의 무인 표적기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냉전이 심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무인기의 능력이 부각되어 정찰기 용도로 개발이 이루어졌다. 특히 무인 정찰기의 활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계기는 1960년 5월 1일 미 공군의 U-2 고공정찰기가 소련 영공을 정찰하던 중 피격당하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종사 구출’이 필요 없는 무인기의 개발이 본격화됐다.

실전에서 무인기가 처음 사용된 사례는 베트남 전쟁으로, 미군은 이 전쟁에서 정찰 용도의 AQM-34 ‘파이어 비(Fire Bee)’를 투입했다. 베트남 전쟁 기간 중 미군은 약 3400기의 무인기를 투입해 550기 가까이가 피격됐지만, 무인항공기의 투입을 부인하다가 1973년경에 이르러서야 그 존재를 인정했다. 무인기가 전쟁터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것은 1982년 제1차 레바논 전쟁 때로, 이스라엘 공군(IAF)은 무인기를 주로 유인기 보호 목적의 ‘미끼’로 대량 투입해 운용했다. 즉, 무인기를 먼저 대량으로 투입시켜 적 레이더의 관심을 흩뜨리거나 대공 방어망을 바쁘게 만든 후, 유인 전투기나 폭격기가 그 틈새로 진입해 목표물을 제거하는 식이었다. 그 덕택에 이스라엘 공군은 단 한 대의 우군 피해도 입지 않고 적의 대공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무인 전투기, 일명 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는 사실 2000년대 이후에 개발이 진행됐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도 그 사이에 이루어진 기술 및 항공역학의 발전 덕택이었다. 최근 무인기들은 뛰어난 기동성 외에도 스텔스 설계가 반영된 경우가 많고, 적재능력도 늘어나 간단한 미사일 공격이나 폭탄 투하 등이 가능하다. 심지어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사는 최근 대한민국 공군이 도입을 결정했던 F-35를 개발하면서 이것이 ‘마지막 유인기’가 될 것이라고까지 공언한 바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지만, 최소한 무인기의 중요성과 능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게 높아진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물론 무인기는 완전무결하지도, 무적도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아직 대부분 무인기의 추력이 낮아 장폭량이 유인기에 비해 적으며, 통계적으로 유인기에 비해 사고율이 100배에 달한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렇게 사고율이 높은 무인기들이 유인기와 함께 공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인기 조종사들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는 유인기처럼 섬세한 조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인기를 상대로 ‘전투’를 수행하거나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아울러 무선으로 비행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보니 지상 기지와 항공기 간의 교신체계가 무인기의 허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란은 이 허점을 이용해 미 공군의 RQ-170 ‘센티넬(Sentinel)’ 무인정찰기를 나포했다고 주장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남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훈련 중이던 미 해군의 유도미사일 순양함인 챈슬러즈빌(USS Chancellorsville)이 무인기를 사출시켰다가 회수 중 챈슬러즈빌에 그대로 충돌해 함이 손상되고 수병 두 명이 부상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2012년경 송도에서 오스트리아 업체가 무인기 시험비행을 실시하다가 무인기가 통제차량 위로 추락해 차 안의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또한 무인기 보급이 늘면서 우발적인 국지전 가능성이 늘었다는 우려도 있다. 일국의 전투기가 타국으로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장의 안개(fog of war)’라는 현상 때문이다. 즉, 적지정보가 아무리 확실해도 만에 하나의 예측하지 못한 요소가 있어 아군기가 피격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적국 상공으로 침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인기는 격추당하더라도 인명 손실이 없기 때문에 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유인기보다 쉽게 적지에 진입시킬 수가 있다. 이것이 무인기 문제로만 끝나면 다행이지만, 이런 상황은 자칫 국지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무인기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 역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무인기와 관련된 법적인 규제가 미비해 미 연방수사국(FBI) 등이 무인기를 활용해 감시임무를 수행하는 것 등이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각 주(州)는 미국 국내에서 허가 없는 무인기 비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명 손실 가능성이 없고, 생산단가가 낮으며, 교육이 쉽고, 활용도가 높은 무인기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물론 무인기가 유인기를 대체하기엔 아직 시기상조고, 기술 및 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길도 멀지만 분명히 무인기의 시대는 도래 중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코앞까지 와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Amazon)은 4~5년 안에 16km 이내의 배송지에 5파운드 이하의 상품을 무인기로 배달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고, 특송업체 DHL도 ‘파켓콥터(Packetcopter)’라는 무인기로 차량 접근이 힘든 곳에 배송을 곧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접근이 힘든 지역에 대한 의약품 및 식량 배송 등 구호활동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므로, 무인기의 미래는 우리의 생활과도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