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자(갤러리우덕 관장·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기I/모사, 동판/타피스트리.

 

배만실(전 이화여대 교수) 귀면 문양에서/실크, 흰 돌/누비기, 꼴라쥬

베·명주·모시 등 길쌈으로 불리는 직조(織造)와 바느질. 1960년대의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려지지만 지금의 중·장년층은 어머니가 입혀준 의복을 입고 새로운 마음과 정신으로 삶의 열망들을 깨우쳐 왔다. 그 시대를 개척해 온 바탕에는 바로 자연의 선물인 섬유를 통한 모정의 온기가 있었다.

 

 

 

 

중국의 린리칭(Lin Lecheng·북경 청화대학 교수) Bamboo/모사/타피스트리.

다양성과 가능성
섬유는 고유한 물적 특성을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며 인간의 손을 통해 비물질 요소인 빛과 공기 흐름의 조화로움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가장 인간 친화적인 복합적 산물이다.

이러한 섬유를 짜고 엮고 형상을 만들어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섬유에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새로운 이론과 형식의 작품들로 진화를 거듭해 섬유미술(Fiber Art)이라는 미술표현 양식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인간의 아름다운 일상과 친근하게 조화되는 섬유미술의 개성적인 언어와 참신한 감수성을 만나는 즐거움에는 섬유미술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섬유미술 가능성을 개척해 온 미술가들의 노력이 그 근간에 흐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제14회 한국섬유미술비엔날레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참여 작가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섬유미술 발전에 영향력이 큰 주목받는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김의정(한양여자대학 교수) 저 높은 곳을 향하여/종이끈, 에나멜선/직조.

아방가르드 정신
제14회 한국섬유미술비엔날레‘한·중·일 섬유미술의 오늘전’을 통해 작가들이 전하고픈 핵심 메시지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정신이다.

끊임없이 미지의 문제와 대결하며 오늘의 섬유미술 장르의 정착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우리 것의 탐구정신과 열정을 꾸준히 이끌어간다는 정신의 반영일 것이다. 이는 곧 작품들에게서 그대로 반영되고 드러난다.

이번 3국의 교류전에서는 아방가르드의 정신뿐만 아니라 각국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와 관습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섬유미술의 다양성과 에너지, 높은 수준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일본의 미사오 쓰바끼(Misao Tsubaki·동경 무사시노예술대학 강사) Work No.90/면, 실크/바느질.

한국 섬유미술의 선구적 개척자인 이신자 한국섬유미술가회 고문은 “한국 섬유미술이 평면에서 공간조형, 입체조형에 이르기까지 재료와 기법을 실험적으로 활용한 참신한 표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며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열의와 예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6명, 중국 3명의 작가를 포함해 총 95명의 작가가 출품한 이번 전시는 6월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대한민국예술원 미술관에서 열린다. www.naa.go.kr (02)3479-7233

권동철 문화전문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