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단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 백인 정권이 1948년부터 시행했던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을 말한다.

백인 정권은 인종별로 거주지를 분리하고, 인종 간의 결혼을 금지시켰으며, 심지어 해변, 버스, 병원 등을 인종별로 구분해 이용하도록 했다. 백인 정권은 남아공을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백인 지상주의 국가로 만들려고 했다.

백인 정권은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흑인들에 대해 학살, 살인, 고문, 강간, 투옥 등을 자행하면서 탄압해왔다.

이에 맞서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지도자 넬슨 만델라는 흑인들을 결집시키면서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을 전개했고, 이 때문에 반역죄로 26년 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94년 흑인이 참여하는 최초의 민주선거에서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완전 폐지됐다.

이후 남아공은 정치적 안정과 함께 경제 발전을 이룩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G20(주요 20개국)에 포함됐다.

1994년 이전까지 평균 1% 수준에 머물던 경제성장률은 2005년 5%, 2006년 5.3%, 2007년 5.1%, 2008년 3.1%에 달했다.

신흥시장 국가들 가운데 가장 유망한 국가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남아공은 아프리카 국가들 중 사상 최초로 2010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남아공은 월드컵 개최를 통해 무엇보다도 인종 간의 통합과 화해를 도모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공은 국토 면적(122만9090㎢)이 한반도의 5.5배나 되는 대국이다.

마치 축구에서 11명의 선수가 뛰는 것처럼 영어를 비롯해 아프리칸스어, 줄루어 등 11개 말을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전체 인구가 4900만 명인 남아공은 흑인 79%, 백인 9%, 컬러드(colored:각종 혼혈인) 9%, 아시아인 3%로 구성돼 있다.

백인들은 네덜란드계, 영국계, 프랑스계, 독일계 등이 있다. 이곳에 최초로 정착한 유럽인은 보어인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인으로서, 이들의 후손이 현재 아프리카인이며, 영어 외에 네덜란드어에서 파생된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하고 있다.

흑인들도 부족에 따라 호사(Xhosa), 줄루(Zulu), 츠와나(Tswana), 바페디(Bapedi), 소토(Sotho) 등으로 나뉜다. 종교는 기독교(66%), 가톨릭(9%)을 주로 믿고 있지만 유대교, 이슬람, 힌두교, 토속 신앙을 믿는 국민들도 있다.


축구는 흑백 통합의 수단
남아공처럼 인종이나 종교, 언어 등이 다양한 국가는 전 세계에 없다. 때문에 남아공 정부는 그동안 인종 간의 통합과 화해를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다.

남아공 정부가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할 당시 통합을 상징하는 국기를 새로 제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아공 국기에는 Y자가 가로로 그려져 있는데, Y자는 통합을 의미한다. 축구는 바로 남아공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남아공을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축구이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5684달러로, 아프리카에선 부국이다. 하지만 실업률은 지난해 24%를 기록했고, 빈곤선 이하 인구가 50%에 이를 정도로 소득 격차가 심각하다. 흑백 간 소득 격차가 무려 7배에 달한다.

특히 백인 실업률은 4%지만, 흑인 실업률은 무려 40%나 된다. 범죄율이 급증하고 치안이 불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아공 정부의 최대 과제는 아파르트헤이트의 부정적 유산인 흑백 간의 소득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가 남아공은 다양한 인종이 화합하는 ‘무지개의 나라(Rainbow Nation)’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월드컵은 남아공의 경제를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 5곳을 신축하고 5곳은 개축했다. 또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공항을 현대화하고, 요하네스버그와 행정 수도 프리토리아를 연결하는 고속전철도 건설했다.

이런 인프라 시설들은 앞으로 남아공의 경제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프라빈 고단 남아공 재무장관은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예산안에 대한 의회 보고를 통해 월드컵 개최로 얻는 경제 효과는 50억 랜드(7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남아공의 올 경제성장률은 2.3%를 기록하며 지난해의 마이너스 성장(-1.8%)을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컨설팅 전문업체 그랜트 손턴은 월드컵 기간 중 외국인 관광객 37만 명이 남아공을 방문, 1인당 3만200랜드(4093달러)씩 총 88억 랜드를 지출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남아공 정부는 해외에서 자국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외국인 투자도 대폭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14년까지 평균 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 GDP의 27%…시장공략 교두보
남아공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새로운 다크호스가 될 것이다. 실제로 남아공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이어 고성장 잠재력을 가진 마빈스(MAVINS)의 일원으로 꼽히고 있다.

마빈스는 멕시코,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남아공의 영어 이니셜을 딴 이름이다. 남아공의 최대 강점은 자원 대국이라는 것이다.

백금, 망간, 금, 크롬, 질석, 바나듐, 다이아몬드 등 7가지 광물의 매장량과 생산량이 모두 세계 1위다. 원자력 발전에 필수적인 우라늄 매장량 4위, 철 생산량은 7위다. 남아공 전체 수출의 30%가 천연자원이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아프리카의 광물자원과 에너지 확보를 위해 남아공을 교두보로 삼고 있다.

특히 외국 기업들은 법적, 제도적으로 보호가 잘 되고 인프라가 훌륭한 남아공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지둥그룹과 남아공의 콘티넨탈시멘트가 합작으로 추진하는 2억 달러 규모의 시멘트 공장 건설 계획이다.

투자 규모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이 최근 2년 동안 남아공에 투자한 프로젝트들 중 최대이다. 중국은 현재 남아공의 최대 교역국이다.

남아공은 또 아프리카 발전의 동력원이다. 남아공 경제가 1% 성장하면 아프리카 경제가 0.5~0.75% 성장할 정도로 파급 효과가 막대하다.

남아공이 아프리카 53개국 전체 GDP의 2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30대 기업 가운데 26개가 남아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남아공을 두드려야 아프리카가 열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남아공은 시장 측면에서 봤을 때도 매력적인 국가다. 백인 부유층과 신흥 흑인 중산층들을 중심으로 한 소비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신흥 흑인 중산층은 25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의 소득 수준 향상이 남아공 경제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희망봉(Cape of Good Hope) 위로 무지개가 뜨는 나라를 건설하려는 남아공의 꿈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