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를 무위(無爲)했던 우리네 선조들의 지혜로움과 정서를 아름다운 형상 아래 오롯이 작품 속으로 끌어다 놓는 오관진 작가가 초대전을 연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겉멋보다 우선하는 사색의 기운과 군더더기 없는 단아한 형상은 화면을 부유하는 정적인 기운과 더불어 그의 작품을 특정하게 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거칠지 않으며 억세지 않고 모나지 않게 질박한 소재와 교집합된 이 공명은 작화의 인성을 배경으로 진동이 되어 감동의 여울을 만들고, 감성의 기폭제가 되어 타자의 심상에 보다 강하게 각인된다”면서

“도자 고유의 매끈한 유기질감, 거친 손길로 빚어진 소박함, 전통적 맥락 아래 구현된 문양, 작금의 세태에선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정(情)마저 화면에 이식해 놓는다”라고 평했다.

한지를 조각조각 칼로 도려낸 바탕에 돌가루와 안료를 혼합해 자기(磁器)의 매끈한 형태를 올리고 태토(胎土)와 유약, 나무가 뜨거움 속에서 한바탕 어우러져 만들어낸 균열을 섬세하게 채운 입체적 화면은 관람자로 하여금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관용’과 ‘포용’이라는 삶의 지향에 관한 철학적인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는 오관진 작가의 작품세계는 그런 까닭에 즉시각적인 반면 매우 감각적일 뿐만 아니라 서정적이다. 전시회는 6월12일까지 장은선 갤러리에서 열린다. 문의 02-730-3533

권동철 문화전문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