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의 등장은 인근 주민들의 생활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포공항에서 신논현역까지 30분이면 주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명 황금라인 9호선을 중심으로 역세권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고 있다. 몇몇은 9호선을 따라 맛집 탐방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을 정도다.

그런데 유독 아쉬운 역이 하나 있다. 바로 당산역 주변이다. 2호선과 9호선 환승이 가능한데다 직장인들로 붐벼 유동인구가 많은데 비해, 먹을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집이 있다. 바로 ‘기찻길 연탄불 생고기집’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찻길 연탄불 생고기’에 기찻길은 없다는 점이다. 대신 당산역 고가철도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오후 6시쯤 되면 손님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한다. 대부분 근처 직장인들이다. 7시쯤이 되면 줄 설 것을 각오해야 한다. 다행히도 연탄불에 익어가는 치명적인 고기 냄새는 인내심을 고취시킨다. 줄을 서면 윤창혁(50) 사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손님들에게 대기번호를 직접 나눠준다.

이 집 손님 대부분은 단골이다. 윤 사장은 오는 손님마다 안부를 묻고, 처음 오는 손님에게는 어색하지 않은 미소를 띄워준다.

기다림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맛있는 시간이 시작된다. 이미 연탄불에 달궈져 있는 불판은 세팅이 완료된 상태로 손님을 기다린다. 자리에 앉아 메뉴만 결정하면 그야말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셈이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단연 돼지고기 생고기와 양념갈비. 둘 다 맛있어 비슷하게 잘나간다. 두툼한 두께의 양념갈비는 스테이크 뺨치고, 국내산 목살에 국내산 왕소금을 볶아 뿌린 생고기는 씹는 맛이 일품이다.

윤 사장이 말하는 고기 맛있게 먹는 세 가지 비법. 첫째는 화력, 둘째는 불판의 두께, 셋째가 고기 두께다. 물론 3박자 모두를 갖췄기에 알려주는 비법이다.
일단 불판이 얇으면 고기가 탈 수 있어 9.8kg 정도 무게의 굵직한 두께의 불판을 쓴다. 불은 연탄불을 쓴다.

영업 전 연탄불로 불판을 충분히 달궈 놓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웬만한 불판으로는 이집에서 두툼하게 썰어내는 고기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터. 반찬은 단출하다. 김치, 동치미, 파무침 등 기본 찬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집에서 직접 담궜다는 신김치는 생고기를 싸먹으면 일품이다. 밥 시키면 나오는 된장국도 짭조름하고 칼칼하다.

고기를 즐긴 후에는 쫄깃한 ‘껍데기’로 마무리해도 좋다. 여자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이 가득 쫄깃한 식감의 껍데기는 경쾌하게 입안을 마무리한다.
“나의 고달픔이 손님의 즐거움”이라는 윤 사장. 줄 서는 손님들 대기번호를 몇 번이고 재차 확인한다. 그도 모자라 테이블마다 고기는 제대로 뒤집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고기 맛있게 먹는 법까지 팁으로 알려주느라 쉴 새 없이 바쁘다.

식사류 | 생고기(국내산) 8000원, 양념갈비 8000원, 항정살 9000원, 껍데기 4000원
주 류 | 소주 3000원, 맥주 3000원
예약문의 02-2637-9282

김미선 객원기자 tjsdl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