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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질 급한 정부, ‘반쪽짜리’ 전‧월세대책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도리어 말보다 행동이 빨라 문제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최근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정부의 경우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된 정부의 전‧월세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다시금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최근 주택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위주로 바뀌고 있음에 따라 월세 세입자들에게는 월세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집주인의 임대소득에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발표 직후 월세소득에 대한 과세방식과 형평성 등 논란이 일고, 일부 집주인들이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러자 정부는 또다시 부랴부랴 방향을 선회해 2주택자 2000만원 이하의 월세소득에 대해 14%의 단일세율로 과세하기로 한 방침을 2년 동안 유예하는 전‧월세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는 분리과세와 필요경비율의 상향조정을 통해 세금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초 전‧월세대책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땜질하다시피 내놓은 정부의 정책 발표로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냉랭해졌다. 특히 정부의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전‧월세시장 안정보다는 혼란만 가중시키고, 이에 따라 주택매매시장도 주춤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집주인의 소득 과세로 인해 오히려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집주인은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으로 월세를 올림으로써 세입자에게 세금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세금폭탄에 겁먹은 주택 수요 대기자들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그 결과 주택 공급도 크게 줄어들고, 공급이 줄어드니 집값도 폭등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 오름세를 이끌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와 비교해 상승폭이 절반으로 줄며 이번 주엔 0.06% 오르는 데 그쳤다. 신도시와 수도권도 0.01% 변동률을 나타내며 오름폭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이 국회를 통과해 확정되기 전까지 당분간 주택거래 자체가 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득실 분석을 끝내기 전까지는 월세를 전세로 돌리거나 주택을 파는 움직임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라는 정부의 목표가 도리어 전‧월세시장 위축과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발표에만 급급한 반쪽짜리 대책을 지양하고 시장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더 신중히 멀리 내다보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세난이 오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정부도, 업계도 아닌 이사철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김하수기자  |  hskim@econovill.com  |  승인 2014.03.17  15: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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