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물가는 전 세계에서 17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보다 더 높은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세계 물가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은 싱가포르로 나타났다. 반면에 지난해 조사에서 1위 자리에 올랐던 도쿄는 순위가 6위로 떨어졌다.

EIU는 매년 3월 각 도시의 식품 가격, 수도·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교통비, 주류 및 담배 가격, 대학 등록금, 가사도우미 서비스 비용 등을 토대로 세계 131개 도시의 물가 수준을 비교해 물가지수를 산출한다. 부동산 가격이나 소득세는 물가 산정에 포함돼지 않으며 판매세, 주류세 및 담배소비세와 같은 소비세는 포함된다. 물가의 기준이 되는 도시는 미국 뉴욕(100)이다.

1위에 오른 싱가포르는 물가지수가 130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 도시인 뉴욕(26위)보다 물가가 30% 더 높다는 의미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6위에서 순위가 5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싱가포르의 물가를 끌어올린 원인은 지속적인 물가상승률이다. 홍콩 EIU 지사의 벨 연구원은 “특히 높은 자동차 유지비가 싱가포르의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교통비는 조사 대상 재화의 2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는 프랑스 파리(129)였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물가지수 128로 3위에 올랐다. 이어 스위스 취리히가 4위(125)를 기록했다. 호주 시드니의 물가지수는 120으로 5위에 랭크됐다. 일본 도쿄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스위스 제네바, 호주 멜버른과 함께 공동 6위(118)에 올랐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117)은 열 번째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경우 새로운 경제 정책의 여파와, 정책이 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아시아 지역 도시들의 물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113)과 오사카(112)는 나란히 13위와 14위를 기록했다. 17위를 기록한 서울의 물가지수는 108이었다. 중국 상하이는 순위가 9계단이나 뛰어 21위에 올랐다. 선전(32위, 96), 다롄(42위, 92), 베이징(47위, 88) 등 중국 도시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벨 연구원은 “임금 인상과 인플레이션, 위안화 절상 때문에 중국 도시들의 순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낮은 곳은 인도 뭄바이(131위, 39), 파키스탄 카라치(130위, 40), 인도 뉴델리(129위, 43) 등 남아시아 도시들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