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LCC)의 성장 속도가 날쌔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 이스타 등 5개사의 국내선 수송분담률이 45%를 훌쩍 넘었다. 노선 또한 해마다 확장 일로에 있다.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자신의 몸집만 불리는 게 아니다. 전체 항공서비스 시장의 확대, 본사 및 협력사의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순기능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국내 ‘하늘길’이 재편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4년부터다.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의 등장이 계기가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눠 가졌던 항공시장에 ‘저가항공사(Low Cost Carrier, LCC)’라는 제3의 옵션이 추가된 것. 2005년 ‘제주항공’, 2007년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2008년 ‘진에어’ 등이 잇달아 출범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내 서비스 축소와 단일 항공기 보유를 통해 비용을 줄인 저가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항공권을 제공하며 ‘단골’을 늘려갔다. 2008년 이후 저가항공사를 이용한 고객들이 꾸준히 증가했고, 5년여 만에 우리나라 항공여행객 5명 중 1명이 이용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국내ㆍ국제선 포함, 2013년 상반기 기준). 이에 힘입어 중국, 동남아 등 신규 노선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추가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영업 확장 정책도 활발하다.

 

국내 항공여행객 절반, 저가항공사 이용

국내 저가항공사는 모두 5개. 2008년 설립된 진에어가 가장 막내다. 같은 해 저가항공사의 국내선 분담률은 9.7%에 불과했다. 150∼18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중형 항공기를 이용, 국내 노선을 메인 타깃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수 없는 수치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저가이기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자릿수 분담률은 불과 5년 만에 47.8%로 껑충 뛰었다. 항공 이용객 절반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기우’임을 입증하며 신뢰를 키워온 결과다. 2010년 2.3%에 불과했던 국제선 분담률도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의 적극적인 확충과 함께 10% 수준까지 올랐다(2013년 상반기, 건설교통부). 이는 자연스럽게 영업실적의 연착륙으로 이어졌다. 거대 투자금이 들어가는 항공 산업의 특성상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흑자노선으로 돌아섰다.

‘흑자의 맛’을 처음 본 업체는 진에어와 에어부산이다. 2010년부터 흑자경영으로 돌아선 진에어는 2013년 상반기 매출액 1281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달성하며,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2780억원의 매출과 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매출목표는 3500억원(영업이익 100억원).

지난 2011년, 5년간의 긴 적자 터널을 뚫고 나왔던 제주항공은 지난해 1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매출액 4320억원). 티웨이항공은 설립 이후 2012년까지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2013년 총 매출을 집계 중인데, 흑자는 확실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티웨이항공은 2013년 3분기 기준, 1257억원의 매출과 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월 1000만 고객(누적)을 돌파한 이스타항공도 2013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선전이 한시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부분 저비용항공사들이 신규 항공기 도입과 국내선 증편 또는 신규 취항을 계획하고 있어 국내선 분담률은 연내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가격은 ‘저렴’, 서비스는 ‘특별’

저가항공의 가장 큰 매력이자, 경쟁력은 ‘가격’이다. 제주항공의 한 관계자는 “항공 서비스의 본질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라며 “서비스 가치의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낮은 운임을 선호하게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전한 비행과 특색 있는 서비스에도 소홀함은 없다. 티웨이항공은 매달 정기적으로 ‘얼리버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홈페이지 회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티웨이항공 측은 “출발 두 달 전에 오픈되는 ‘얼리버드’ 운임은 타 항공사와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설립 초기부터 “승객에게 더욱 편안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간다”는 차원에서 청바지 유니폼이라는 이색 전략을 택했다. ‘존(Zone) 좌석제’와 어린이 기내식인 ‘지니키즈밀’ 서비스(유료) 등도 LCC에서는 처음 도입된 서비스다. 지난 2012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백화점 정기세일 개념을 도입, 매년 두 차례씩 진에어 항공권을 특별가에 판매하는 ‘진마켓’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짜릿한 가격으로 추억을 파는 국민항공사’를 슬로건으로, 추억 마케팅(기내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모션과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 또한 제주공항 ‘JDC 제주 면세점’,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 등 이스타항공과 제휴한 다양한 업체들의 할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3060셔틀서비스’, ‘노선별 맞춤서비스’, ‘FLY & FUN서비스(제휴업체 할인 서비스)’ 등 다양한 옵션으로 고객을 배려한다. 특히 부산이라는 거점을 이용, 지역적으로 가장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저가항공사의 ‘고수익·고용창출’ 선순환

저가항공사의 약진은 국내 항공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 선택의 폭 증가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가항공사가 선전하고 있음에도 불구, 기존 양대 항공사들이 수익에 큰 변동을 겪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시장의 잠식이 아닌,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해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가 된 현시점에서 신규 고용 창출은 사회적 책임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항공사는 인력 활용이 많은 산업 중 하나다. 직접고용뿐 아니라 공항 현장의 지상직 등 협력사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고용 창출 효과가 배가된다.

현재 국내 5개 저가항공사 중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근무하는 곳은 제주항공이다. 2007년 항공기 4대에 279명의 임직원이 활동했던 이 회사는 작년에는 13대의 항공기에 임직원 818명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항공기 추가 도입에 맞춰 올해 1월에는 60명의 객실 승무원을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이 유관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제주항공이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