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를 보유한 인구 비중이 적은 중국에서는 버스와 함께 택시 이용이 활발하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중국 택시가 최근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영업에 나섰다. 예약은 물론 요금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택시앱. 이를 통해 부정적인 중국 택시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을까.

학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집을 나섰는데 운 좋게도 집 앞에 빈 택시가 1대도 아니고 3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도시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국에서 택시 잡기는 의외로 어렵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개인 승용차 이용자가 적기 때문인지 몰라도 학생들도 여럿이 택시비를 나눠 내며 타는 경우가 많고 아침저녁으로는 출·퇴근자들이 비슷한 시간에 몰려서 택시를 잡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불법 택시 차량인 헤이처(黑車)가 곳곳에서 활개를 치며 영업하고 있다.

‘오늘 운이 좋네’라고 생각하면서 택시 문에 다가서는 순간, 운전사가 손을 내저으면서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다음 택시로 옮겨갔지만 이번에도 택시는 손을 내저었다. 마지막 택시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저었다.

3대가 모두 예약이라니 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허둥지둥 다른 택시를 찾아 큰길가로 나서니 마침 한 여대생이 타고 온 택시가 앞에 멈춰선다.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 중국 사람들처럼 얼른 택시문의 손잡이를 열고 기다리는데 여대생이 돈을 내는 모습이 독특했다.

휴대폰을 꺼내서 열심히 클릭하더니 기본요금도 안 되는 5위안(한화 850원가량)을 내는데 그것도 휴대폰으로 몇 번 두드리더니 영수증을 받는다. 대체 저 여학생은 무슨 재주로 기본요금도 안 되는 돈만 내고 택시를 탄 것일까.

다음 날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최근의 택시대란은 양대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업체가 실시하고 있는 강력한 이벤트 때문이었다.

띠디다처(嘀嘀打车)와 콰이디다처(快的搭车)라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인데 사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됐다. 그러나 최근 두 업체가 경쟁적으로 한시적 가격 인하를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택시가 예약만 받기에도 모자란 상태가 된 것이다.

두 회사의 택시앱 이용방법은 거의 유사하다. 앱을 띄우고 지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휴대폰 인증번호를 전달받게 된다. 인증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하면 현재 위치와 목적지가 인근 지역의 택시 기사들에게 휴대폰으로 전달되고 이를 수락한 기사의 이름과 전화번호, 친절도가 다시 승객의 휴대폰으로 전송된다.

택시 승차 후 탑승했음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면 5위안(한화 870원)에서 12위안(한화 2000원)까지의 쿠폰이 무작위로 발송되고 최종 요금에서 쿠폰 금액만큼을 뺀 금액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택시 예약 앱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띠디다처는 인터넷 업체 텐센트의 투자를 받았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연동돼서 택시 승차 고객은 현금 대신 위챗 계좌에 연결된 은행 계좌에서 모바일뱅킹으로 돈을 지불하게 된다.

알리바바에서 투자를 받은 콰이디다처는 마찬가지로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연동돼 있어서 택시 승객들은 알리페이로 택시 요금을 결제하게 된다.

물론 할인된 쿠폰 가격은 콰이디다처나 띠디다처에서 택시회사에 내주니 택시회사는 손해 볼 일이 없는 셈이다. 오히려 택시기사에게 무료 스마트폰 충전기와 데이터통신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더구나 택시기사가 자사 택시앱으로 손님들을 받을 경우 보너스까지 지불하게 돼 있어서 택시기사들이 길거리에서 차를 잡는 손님보다는 예약손님을 더욱 선호하는 것이다.

이번 이벤트를 위해서 띠디다처는 3억위안(한화 521억원), 콰이디다처는 5억위안(한화 869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택시앱 업체들의 무차별 할인 공세에 이용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3년까지 중국 콜택시 애플리케이션 누적 사용자 수는 1800만 명이며 2014년에는 3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택시앱의 급격한 사용으로 모바일 이용이 불편한 노인이나 중국어 사용이 어려운 관광객들이 택시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하이시는 오전과 오후 출퇴근 러시아워에는 택시앱 사용을 금지토록 했다. 만일 택시기사가 이 시간에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잡는 승객을 예약을 이유로 지나치면 승차거부로 간주하는 것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라는 두 공룡을 앞세운 중국의 택시앱이 불친절한 기사, 담배냄새 나는 택시, 신호를 무시하는 난폭 운전으로 유명한 중국의 택시를 서서히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알아두면 좋은 중국의 풍습>

쉬쉬하는 동거, 중국에서는 못하는 사람이 바보?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간혹 한국보다 훨씬 개방적이라서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동거문화도 그중 하나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사람이 결혼 전에 동거를 하는데 특히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의 동거가 많다.

한국에서는 동거를 하더라도 쉬쉬하거나 얘기 꺼내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 반면, 중국에서는 스스럼없이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여전히 혼전 동거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지만 동거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2013년 베이징대학의 조사 결과, 혼전동거가 30년 전에 비해서 17배나 증가했고 기혼 부부의 32.6%가 혼전동거를 거쳐 결혼했다고 밝혀서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한때는 대학시절 동거를 못하면 바보라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였다.

중국에서 동거가 확산된 이유는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대도시로 와서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외롭고 힘들다 보니 이성친구와 더욱 친밀해지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적인 이유다. 대도시의 주택 임대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자연스레 여럿이 함께 사는 동거가 일반화된 것이다. 친구들과 사는 경우도 있지만 연인이 있는 경우에는 같이 사는 것이 집세도 절약하고 함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