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400억원…코스닥 상장 원동력은 끊임 없는 기술 개발


‘발명왕 CEO'. 변무원(59) (주)젠트로 대표를 설명하는 단골 수식어다. 변 대표는 무려 200여 개의 특허와 국가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989년 원주의 한 돼지우리에서 직원 2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변 대표는 창업 20여 년 만에 직원 110여 명, 연매출 400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PDF 물탱크, 광케이블 보호관, RPS 자연정화 시스템 등 수(水) 환경 및 건설자재 관련 전문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난 2006년 7월에는 코스닥시장에도 상장했다. 이 같은 눈부신 성장의 밑바탕엔 그의 발명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그에 따른 ‘기술 개발의 노력’이 있었다.

“직접 한번 지워보시죠. 어느 쪽이 잘 지워지는지를…” 인터뷰 도중 변무원 대표는 느닷없이 원형의 콘크리트 조각과 유성 펜을 꺼내들었다. 그는 반반씩 다른 종류의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콘크리트 조각 표면에 아무렇게나 낙서를 했다. 그리고는 직접 닦아보라며 기자에게 물티슈를 건넸다. 신기하게도 한쪽 면은 쉽게 지워졌다.

“일명 낙서가 지워지는 페인트입니다. 무기질 성분으로 만들어져 화재의 위험성이 없고, 오래 가는 것이 장점이죠. 게다가 인체에 무해하고, 특유의 페인트 냄새 대신 ‘흙 냄새’까지 맡을 수 있으니 ‘꿈의 도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변 대표는 자체 연구소 개발팀과 1년 6개월 간 밤낮 없이 매달린 끝에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신개념의 친환경 무기성 도료인 ‘세라믹 페인트’ 개발에 성공했다. 실험을 위해 사용한 유리판만 5000여 장에 달한다.

이 제품은 5월 말부터 시중에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엔 서울시의 ‘디자인서울’ 프로젝트 중 하나로 개발된 ‘서울색(色)’용 페인트 도료를 제작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변 대표는 “이 제품은 페인트 분야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며 “약 2조 원에 달하는 국내 페인트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만한 신(新)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문계고교 졸업장이 전부인 성공신화 주역
젠트로는 지난해 전년대비 7.8% 늘어난 407억 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94% 증가했다. 세라믹 페인트 신제품의 판매가 본격화되면 하반기 매출 상승폭은 더욱 커지리란 기대다.

변 대표는 맨손에서 시작해 코스닥 상장기업의 CEO가 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로 ‘특허왕’‘발명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실제 그에겐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변 대표는 “마흔 전에는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지난 89년, 서른여덟의 나이에 창업을 하게 된다. 그가 첫 사업 아이템으로 내놓은 것은 플라스틱 맨홀 거푸집.

당시는 나무로 맨홀 거푸집을 만들던 때라 가볍고 쉽게 깨지지 않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푸집이 분명 시장성이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는 살고 있는 집까지 저당 잡히며 제품 개발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소재와 공법을 보강해 결국 개발에 성공했고, 직접 제품을 들고 발로 뛰었다. 초기엔 거래하겠다는 곳이 없어 좌절도 많이 겪어야 했다.

그러나 포기를 몰랐던 그에게 결국 기회는 왔다. 당시 한국주택공사의 시공 우수자재로 채택된 것. 정부의 국민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이 추진되면서 주문이 쇄도했다.

토목 및 건축자재 사업으로 기반을 다진 변 대표는 수(水)환경 분야로 눈을 돌린다. 2005년 환경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은 RPS(Rolled Pipe System) 자연정화시스템은 ‘오염된 물은 흐르는 동안 미생물에 의해 스스로 정화된다’라는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하수고도처리기술이다.

“보리밥이 부패하면 고체에서 액체, 결국엔 기체가 되어 사라지게 되는 것처럼 지저분한 하수(下水)도 친환경 공법을 이용해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관 속에 미생물이 붙어 있을 수 있는 실타래와 함께 하수를 3km 정도 흘려보내면 맑은 물이 되는 것이죠.”

사업 다각화와 기술 개발만이 살 길
변 대표는 ‘발명왕 CEO’ 답게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만이 회사의 발전과 미래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예전엔 한번 기술이 개발되면 족히 10년은 그 생명력을 유지했죠. 그러나 치열한 기술경쟁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급속히 단축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 개발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먹여 살릴 신규 아이템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기업의 지속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한 필수요건이라는 것.

기존의 물(水) 환경 및 건설자재 분야 이외의 업종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변 대표는 ‘아기여(AGIYEO)’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기능성 화장품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천연 발효 목초액을 이용한 화장품 및 헤어보디제품을 선보인 것. 역시 제품 개발 아이디어는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참나무로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뛰어난 살균작용을 한다는 사실에 착안했죠. 여드름이나 아토피 등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모낭충 때문에 발생하는 탈모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외부기관의 임상시험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고 출시한 ‘아기여’는 출시 1년도 채 안 되어 서울, 경기지역 네일 및 피부관리숍, 미용실 등 800여 곳의 입점에 성공했다. 변 대표는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 소비자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판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직원이 연구 개발 마인드로 무장
변 대표의 경영 철학은 ‘사훈’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젠트로의 사훈은 “할 수 있을 때 하자!”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 또 능력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발휘해야 한다는 것. 이는 기술 개발과 특허등록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 직원들이게 ‘연구개발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변 대표는 그의 사전에 좌절과 포기란 없다고 말한다. 직원들에겐 늘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자”라고 다짐토록 한다. 지금 당장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 앞으로도 그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집무실은 실험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종 화학약품 병이나 임상시험용 제품이 즐비하다. 아직까지도 식지 않은 발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발명’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발명의 즐거움에 계속 묻혀 살렵니다.”

전민정 기자 pu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