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KT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황창규 KT 신임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월 말 취임 후 두 달도 채 안 돼 터진 일이다. 최장 기간 영업·사업 정지라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결정과 다시 터진 개인정보유출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황창규 회장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7일 KT는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기자 브리핑을 갖고 고객정보유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원래 김기철 KT CIO 부사장(ITO 부문장)만 참석하려고 했으나, 황창규 회장도 동석해 사과의 뜻을 전달한 후 예정된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황 회장은 브리핑에서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2012년 이후 보안 시스템 강화를 약속했으나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2012년 KT는 영업전산 시스템을 통해 800만 건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유출된 전례가 있다.
그는 이어 “IT 전문기업이라고 하는 KT가 고객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브리핑에 직접 황 회장이 나서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서 황 회장의 위기관리 해결 리더십은 합격점일까. 일부 기업 전략 전문가들은 “대규모 신용카드 고객정보유출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고 대통령도 직접 신경 쓰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황 회장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KT가 아직까지 정보유출 규모와 어떤 정보가 새어나갔는지, 향후 대책을 설립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황 회장의 리더십이 아쉽다는 평도 나왔다. 사과 외에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대응책 등 핵심적인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KT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 등은 수사기관과 최대한 협조해 빠른 시일 내 파악해 알릴 것”이라고 했다. 피해 보상은 ‘개인 사과 서신’만을 언급했을 뿐이다.
CEO와 기업 위기관리 솔루션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인정보보안 이슈는 영원히 반복될 문제다. 워낙 해킹 수단이 다양하고 유통 채널도 많기 때문이다”라면서 “위기를 미리 방지할 수 없지만 위기관리 준비를 해놓는 것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 가이드라인을 책임자를 지정해 만들어 놓는 것이 최근 기업들의 위기관리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