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F.베이컨은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노후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현대시대에는 ‘은퇴설계가 힘이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빨라야 20대 중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약 35년간 일해 번 돈으로, 나머지 30년을 살아가야 하는 실버시대. 탄탄한 노후대책은 말년을 인생의 전성기로 혹은 쇠퇴기로 만들 수도 있다. 노후대책의 대표 상품, 월지급식펀드와 일시납연금보험을 비교·분석해본다.

 

# 조만간 퇴직할 예정인 은행 지점장 김경수 씨(가명, 51세)는 요즘 밤잠을 이룰 수 없다. 충분한 노후자금을 만들지 못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제 대학교 1, 2학년생이 된 두 아들의 등록금, 결혼자금, 생활비 등 지출 목록은 끝이 없는데 김 씨 부부의 노후대책은 국민연금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서울의 주택을 처분, 지방으로 이사하고 크기도 줄일 예정이다. 차액이 발생하면 월지급식펀드나 일시납연금보험 가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두 상품 모두 목돈을 맡긴 후 원리금을 월급처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두 상품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가 되니 어떤 상품이 더 유리한지 헷갈린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

월지급식펀드: 매달 일정액 지급에 원금 손실 적어

월지급식펀드란 말 그대로 펀드다. 다만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거치식으로 맡긴 후 분배금을 매달 고정적으로 돌려받는다는 점만 다르다. 일반 펀드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환매할 때 수익을 한꺼번에 찾거나, 매월 자금의 일부를 환매하는 방식으로 꺼내 써야 한다. 즉, 월지급식펀드 매월 고정적·자동적으로 환매, 자유입출금식 통장에 입금해주는 기능이 추가된 펀드다.

이런 월지급식 기능이 있는 펀드는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 시기에 맞춰 인기가 급등했고, 7년 만에 10배 급성장했다. 실례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조사에 따르면 2007년 초 펀드가 처음 나왔을 때는 투자 적립금도 765억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 12월 기준 68개 펀드에 1조8522억원의 자금이 쌓여 있다. 일반 펀드를 노후 대비용 월지급식펀드로 변형하거나 동시 운용하는 펀드도 늘었다.

분배금을 매달 고정적으로 돌려준다는 것 이외에 또 다른 특징도 있다. 노후 대비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식적립형펀드보다 안정적으로 운용된다. 월지급식펀드의 펀드 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해외재간접형이 59%로 가장 많고 해외채권형(22%), 국내투자(14%), 해외부동산(5%)순이다.

즉, 국내 주식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펀드보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적어 안정성 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안정성과 반비례해 기대수익은 주식형펀드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표 참조>

외국계 운용사의 월지급식펀드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3월 5일 기준 1,2위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칸서스자산운용의 월지급식펀드다. ‘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Class A 2’는 2009년 4월 설정 후 약 5년 평균 70.2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증권투자신탁 1(주식) Class C 2’는 57.93%를 달성했다.

재간접형 월지급식펀드도 선방하고 있다. 글로벌 전역의 펀드에 투자하는 얼라이언스자산운용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A’가 33.10%를,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지급미국달러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H)(C)’가 30.65%를 기록하고 있다. 5위권에는 이스트스프링운용사의 ‘이스트스프링월지급미국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H)[채권-재간접형]클래스C가 올랐고, 해당 펀드는 27.10%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재간접형펀드(Fund of funds)란 다른 펀드가 발행한 펀드에 40% 이상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즉 A·B·C 등 다른 운용사가 발행한 펀드를 D운용사가 40% 이상 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최소한 5개의 펀드, 2개 이상의 운용사 조합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다른 운용사가 발행한 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시장이 많이 상승하거나 하락해도 재간접형펀드는 출렁임이 적어 안정적이다. 반면,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조금은 낮아진다. 해외재간접형이란, 국내가 아닌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월지급식펀드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월지급식펀드도 펀드의 일종이기 때문에 수익의 등락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은퇴 금융상품이라고 해서 당연히 원금보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에서 판매 중인 월지급식펀드의 60%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손실을 본다고 해도 매월 고정적으로 분배금을 돌려준다는 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분배금을 매월 균등하게 돌려준다는 것은 펀드 가입 시 일시납했던 원금을 깎아 먹기에 단점이 될 수 있다. 1억원을 맡기고 분배금으로 매월 60만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면, 연 7.2% 이상 수익을 내야 원금을 지킬 수 있다.

만약 수익률이 이보다 낮으면 원금에서 분배금이 지급된다. 그러면 향후에는 7.2%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야 원금 이상의 자금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수익이 7.2%보다 높으면 원금이 증가하게 된다. 적립식펀드의 분배금은 위의 예처럼 고정액수로 설정할 수도 있고, 수익의 일부, 수익의 전부 등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일시납연금보험 : 안정성 높고, 개인별 2억원 세제 혜택

노후보장 대책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하는 일시납연금보험은 어떨까. 일시납연금보험도 말 그대로 연금보험의 한 종류다. 다만 연금재원을 초기에 목돈으로 맡기고 즉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일반 연금보험은 현역시절 매월 보험료를 납입, 4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이 가능하다. 반면 일시납연금보험은 45세 이후에만 가입 가능하다. 보험사마다 상이하지만 최소 1000만원부터 가입이 가능하며, 향후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대 가입한도를 정해놓은 곳도 있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약 1.5% 높은 공시이율로 목돈이 운용되며, 복리투자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장기투자할수록 유리하며, 일반 연금상품처럼 가입 후 10~20년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일정 기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도 없다. 상해나 질병 등 관련 특약도 함께 가입할 수 있어 의료비 증가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 중 하나다.

즉시연금에 적용되는 공시이율이란 저축성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금리를 뜻하며 매월 초 변경되어 공표된다. 즉, 매달 발표되는 공시이율이 그달 저축성보험의 금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실세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공시이율도 오르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공시이율도 떨어진다. 그러나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저금리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보험사마다 공시이율과 최저보증이율은 각각 다르게 적용되므로 가입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연금보험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종신형은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원금과 이자를 연금 형태로 받게 된다. 원리금을 전부 받기 전에 사망할 경우 만료 시까지의 미지급금은 유가족이 수령한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료기간은 10년, 20년, 30년 등으로 가입자가 미리 정할 수도 있다. 물론 만료기간이 짧을수록 연금 수령액수는 조금씩 더 많아진다. 노후가 예전보다 길어지는 추세 때문에 가장 많은 보험소비자가 선택하는 종류다.

상속형은 원금은 그대로 둔 채 이자만으로 연금을 받는 형태다. 상대적으로 수령하는 연금액수는 적다. 다만 10년이나 20년 등 만기 시까지 생존하면 일시금으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계약기간 중 사망하면 원금은 자녀들에게 상속되며, 상속세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확정형은 약속한 기간 동안 연금을 받는 형태로 10년, 20년, 30년, 100세 등으로 선택 가능하다.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매월 수령액은 당연히 적어지게 된다. 같은 재원을 더 길게 여러 차례 나눠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시납즉시연금의 경우, 연급 가입 다음 달부터 연금을 받기 때문에 확정형, 종신형, 상속형 등 연금지급 형태 변경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한 후 가입해야 한다.

물론 일시납즉시연금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세법이 개정돼 상속형의 경우 2억원 초과 가입 금액은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됐다. 즉, 3억원을 일시납으로 가입하면 2억원은 비과세 혜택을 주지만 1억원은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개인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4억원을 일시납연금보험에 가입하려면, 남편과 배우자 각각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남편 3억원, 배우자 1억원으로 가입하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는 셈이다.

보험회사 운영에 필요한 금액을 납입금액에서 차감하는 사업비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보험사에 따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8% 이상 사업비를 초기에 집중적으로 뗀다. 사업비를 많이 떼면 그만큼 수령할 수 있는 연금액도 적어지게 된다.

실제로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에 51세 남성이 2억원으로 일시납연금보험에 가입, 20년 동안 확정연금을 받을 경우 1200만원 이상의 연금 총액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00만원은 소형차 한 대 값이다. 사업비를 얼마나 떼는지 알아보고 몇 개의 보험사 상품을 비교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목돈 맡기고 월급 받는 최고 금융상품 승자는?

사회생활을 하는 현역 시절에는 월급 등 일정 수입이 있는 반면 은퇴 이후에는 일정 수입이 없어 불안하다. 은퇴하면 목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월급과 같이 매월 일정하게 들어오는 현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후에 쓸 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 시절 연금에 차곡차곡 자산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자녀 교육비 등으로 저축하기 쉽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럴 경우 퇴직금 등을 활용해 일시에 목돈을 맡긴 후 고정적인 연금을 받는 이 두 가지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알기 쉽게 두 상품의 특징은 아래 표와 같다.

두 가지 상품 중에서 어떤 상품이 더 좋다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금융사마다 판매하는 상품도 조금씩 차이가 나며, 개인의 투자 성향 등에 따라서 선택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정 성향이 강하거나 금융투자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면 보험사의 일시납즉시연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공격적인 투자성향이 강하거나 금융투자에 대해 높은 지식이 있다면 증권사의 월지급식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높은 기대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