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더스가 지난 2007년, 독일 에센에서 개최된 ‘러브 퍼레이드(Love Parade)’ 행사에서 프리미엄 콘돔 브랜드 ‘아니말(Animal)’을 마케팅하고 있다(사진제공=유니더스).

콘돔 회사 대표다 보니 사석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곤 한다. 이를테면, ‘찢어진 콘돔’ 이야기는 이미 20세기부터 들어와서 이제는 식상할 만도 한데, 21세기에도 여전히 화제가 된다.

10대 사춘기와 혈기 왕성한 20대를 거쳐온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으로서, 성에 대해 호기심도 많았고, 친구끼리 모여 앉아 음담패설을 주고받던 때도 있었다. 세월이 바뀌어도 성에 관한 이야기는 단골 주제인 모양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섹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물론, 똑같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젊은 층과 노년층, 즉 연령별로 주제에는 조금씩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성장해서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데 대해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이 제법 많다는 사실이다. 근의 공식이나 용비어천가, 호이겐스의 원리 같은 것은 학교에서 배웠어도 세월이 흘러 잊게 되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 생각하지만, 어떻게 섹스에 대해서 이토록 무지할 수 있을까 싶다.

이를테면,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기다리고 서 있다가 ‘파란불’이 켜지면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이에 대해 배웠고, 앞서 말한 근의 공식처럼 어느 정도 수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만 알 수 있고, 갈고닦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는 것과는 달리 무척 단순하고, 일상에서 자주 겪는 행위이며, 이걸 무시했다가는 생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중차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가 나는 이유는 알면서도 안 지켰거나 잠시 한눈을 팔았기 때문이다.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난 사람 가운데 이토록 간단한 교통법규를 몰라서사고가 난 사람은 거의 드물겠지만, 놀랍게도 섹스에 대해서만큼은 몰라서 사고가 난 경우가 정말 많다.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둘째, AIDS와 같은 다양한 성병으로부터 자신과 사랑하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의외로 이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다. 피임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경구피임약이나 사후피임약 등은 성병으로부터의 보호기능이 없다. 한밤중에 신호등이나 가로등이 켜져 있지 않은 횡단보도를 눈 감고 건널 용감한 사람이라면 콘돔 없이 섹스를 해도 좋다.

자, 그럼 콘돔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걸까? 다른 건 그냥 다 알고 쓰던 방법대로 쓰면 된다. 딱 한 가지! 제발, 콘돔 정액받이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서 공기를 뺀 다음 성기에 착용해 달라.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정말 너무나 많기에 하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찢어진 콘돔’ 이야기는 그냥 우스갯소리다. 콘돔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생명,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제품이기 때문에 매우 엄격한 기준에 의해 생산된다. 생산 공정에 ‘100% 전수검사’가 있다. 즉, 생산 중에 몇몇 콘돔을 무작위로 추출해 불량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제품을 미세한 구멍(pinhole)이 있는지 검사해 불량제품은 바로 라인에서 제외된다.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천연고무(latex) 재질의 콘돔은 공기 40리터가 들어가도 터지지 않을 정도로 탄력과 인장력이 대단하다. 드물지만 성행위 시에 콘돔이 찢어지는 이유는 콘돔 자체의 불량 탓이 아니라 앞서 말한 정액받이의 공기를 빼 주지 않아서 마찰로 인해 파열되거나, 손톱으로 인해 파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이쯤에서 유니더스가 어떻게 세계의 쟁쟁한 경쟁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때로는 그들보다 앞서가며 콘돔이라는 아이템에서 세계시장을 무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는지 짐작하리라 믿는다.

엄밀히 말하면 얼마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은 모 TV 프로그램, <착한 먹거리 X 파일>에 ‘간택된’ 음식점과 별반 차이가 없다. 길고 긴 마라톤 경기에서 낙오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하려면 잔재주를 부리는 것보다 평소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져놓는 것이 가장 기본인 것처럼, ISO에서 정한 국제규격을 상회하는 엄격한 자체 표준을 만든 뒤 이보다 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온 것이 바로 유니더스의 성공비결이다.

USAID, UNFPA, PSI, AIDSHEALTH, 브라질 보건성 등이 유니더스 콘돔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세계에서 인정한 최우수 콘돔을 외면한다면, 진짜배기 착한 먹거리를 정성껏 만들어 판매하는 양심적인 식당을 지나쳐 MSG 듬뿍 넣어주는 무늬만 맛집으로 달려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결국 정직한 식당은 언젠가는 고객이 먼저 알고 찾아오게 되어 있는 것처럼, 유니더스 또한 1973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한눈팔지 않고 콘돔이라는 한 우물을 꾸준히 파온 것이 성공비결이 아닐까 한다.

글: 김성훈 유니더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