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 바닥론에 대해 아직까지 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바닥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완화 대책 등이 맞물려 분양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이 강남3구 지역의 아파트 매매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신규 분양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도 매스컴을 통해 종종 들려온다.

현재 강남3구의 경우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급매물이 소진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 현상은 과천과 분당 등 경기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경기도 과천의 아파트가격은 0.15% 상승했다.

올해 초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과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개발 등 호재에 힘입어 급상승을 거듭한 서울 송파와 강동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강남지역의 매매가격보다 높은 수치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강동구 상일동 중앙하이츠 72㎡의 매매가는 2억7000만~2억8000만원으로 한 주 동안 무려 2500만원이 올랐다. 집값 상승의 지표인 전세가 역시 1000만원이 오른 1억~1억1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재건축이 진행 중인 둔촌주공은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율이 75%에 육박하는 등 사업추진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아져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올 초부터 송파구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상승하면서 반사 효과를 본 것 같다면서 추가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급매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매물도 저층으로 한두 채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곳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이어질 듯싶다”고 말한다.

분양 시장도 장기화된 불황의 먹구름을 뚫고 선전을 하고 있다.

금호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분양 중인 한남더힐은 청약접수 결과 평균 4.3대 1을 기록하며 불황기에 보기 드문 경쟁률을 보여줬다. 특히 임대보증금 25억원이 넘는 펜트하우스(12가구)의 경우 51.3대 1로 올 들어 최대 경쟁률을 보이면서 분양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푸르지오 그랑블 역시 1순위 청약에서 최대 51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높은 청약률에 따라 계약률도 90%를 훌쩍 뛰어넘었다. 또 판교 휴먼시아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평균 2.56대 1의 청약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지난 20일 청약을 마감한 청라 웰카운티 217㎡(65평)와 210㎡(63평) 대형주택 역시 각각 1·2순위에 모두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강남지역을 축으로 일부 지역의 주택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부동산 바닥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지역으로 한정됐다고 하지만 강남지역도 아닌 수도권지역에서 기존 주택을 중심으로 한 급매물이 팔리고 있다는 점과 분양 시장에서 청약 경쟁률이 치열한 것은 올 초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집값 바닥은 지나갔다”면서 바닥 이후 대세 상승론을 조심스럽게 꺼내놓고 있다.

“바닥론, 시기적으로 이르다” 지적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부 인기 지역에서 나타나는 국지적인 현상이라면서 부동산 바닥론을 논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지적한다.

급매물이 강남3구를 중심으로 사라지고 서울과 판교, 과천 등 경기 남부지역에서 높은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가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기술적인 반등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오름폭이 주로 한강변을 끼고 있는 강남 일부 지역의 재건축 단지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에 강남권 전체가 대세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교 휴먼시아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좋은 입지와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초기 자금의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남더힐 역시 최고 25억2070만원이라는 높은 임대보증금에도 불구하고 성황을 이룬 것은 해당 건설사의 특별한 마케팅 전략과 최고급 입지에 자리한 지리적 여건 등이 투자자들의 심리와 맞물려 적중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좋은 입지와 건설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인한 특별한 경우라는 것이다.

스피트뱅크 김은경 팀장은 “서울지역도 주요 재건축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된 다음 호가가 올라가면서 실제 거래가 동반됐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부동산이 바닥을 쳤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강남의 대표적인 아파트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규제 완화 분위기에도 가격이 제자리에 맴돌고 있고 개포 주공아파트 단지는 오히려 2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또 서초, 강남 등 재건축이 아닌 일반 지역 역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바닥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 역시 “분위기를 좀 타고 있는 것 같지만 전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강남권이나 버블세븐 지역 등에서 급매물이 소진되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정책적인 호재를 중심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부동산은 경제 전반적인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한 일부 지역의 호가 상승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산 가능성은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동산 바닥론이 시기 상조임을 밝혔다.

경기회복 사이클 볼 때 하반기가 분수령
그러면 부동산 바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쯤 도래할까.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공격적으로 펼친다면 올 하반기쯤에는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잠정적인 추정만 있을 뿐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실물경기와 동행하거나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장 치명적인 악재인 실업률 증가 등 고용 시장 악화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조건하에 내년 상반기 정도에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을 소진시킨다고 하더라도 실업률이 증가돼 가계소득이 감소된다면 실수요자들의 추가 매수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는 매수세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일부 투자자들이 매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선매수를 했지만 이것이 중산층의 추가매수로 이어지지 않아 바닥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올 하반기 경기가 호전된다고 봤을 때 내년 상반기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홍성일 기자 (hsi@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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