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學

식물도 오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고운 말’을 들려준 식물은 풍성하게 자라는 반면 ‘나쁜 말’을 들려준 식물은 앙상하게 메말라갔다. 식물도 감정을 느낀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동물이 잎을 뜯어먹지 못하도록 타닌을 내뿜어 ‘경고’하고, 콩은 동종식물이 좁은 공간에서 자라면 뿌리를 좁게, 깊게 내리는 등 ‘배려’한다. 최근 이 같은 식물의 네트워크를 활용, 식물사회를 하나의 센서 네트워크로 만들어 자연환경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는 ‘감사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K-리그에서 우승를 거머쥘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선수 간에 따뜻한 감사의 말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팀에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는지 체험을 통해 깊이 깨닫게 됐다. 포항스틸러스 선수들은 매 홈경기 시작 전에 그라운드에 모인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상을 받거나 특별한 기록을 거두면 선수들이 사비를 털어 팬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하게 된 것은 ‘고구마 실험’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클럽하우스 입구에 똑같은 고구마를 심은 화분을 두 개 가져다 놓고 하나는 ‘예쁜 말 고구마’, 다른 하나는 ‘나쁜 말 고구마’라 고 써 놓았다.

선수들은 식당을 지날 때마다 예쁜 말 고구마를 향해선 “사랑해”, “너 참 예쁘다” 등 긍정적인 말을 건넸고, ‘나쁜 말 고구마’를 향해선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살펴보니 ‘예쁜 말 고구마’는 잎과 줄기가 풍성하게 자란 반면, ‘나쁜 말 고구마’는 잎도 몇 개 안 달리고 줄기도 앙상한 채 메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선수들은 ‘식물도 사랑을 주면 힘이 솟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며 ‘칭찬의 힘’을 깊이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 선수들은 그 후 서로를 격려하고 칭창해주면서 마침내 7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거머쥐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식물이 고운 말을 알아듣고 반응한다

식물이 과연 언어를 구분하고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식물은 고운 말의 주파수와 나쁜 말의 주파수가 다른 점을 구분해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식물이 실제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실험은 오래전부터 확인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은 이미 식물에 음악을 들려주면 생육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음악을 이용해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방법은 특허로도 여러개가 등록돼 있을 정도다.

식물에 들려주는 음악의 음량은 스피커 등의 음원으로부터 2m  떨어진 곳에서 측정 시 60~80데시벨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아울러 음악을 들려주는 시간은 하루에 적어도 1시간 이상이 적당하고 , 1~3시간이 바람직할 뿐 아니라 하루 중 오전 6시 내지 9시경에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려면 연주음으로 전원을 연상케 하는 재미있고 경쾌한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의 음향을 주선율로 사용하고, 은은하고 우아한 소리를 들려주는 현악기로 자극을 주며, 웅장하고 힘찬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의 음향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특히 물 흐르는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및 가축의 울음소리 등과 같이 단순한 느낌을 주는 음향을 자연에서 녹취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물들은 음이 날카롭고 시끄러운 헤비메탈 음악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식물들이 소리뿐 아니라 오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통한다. 줄기나 잎들은 빛의 파장은 물론, 빛이 오는 방향도 감지한다. 세포질 내의 포토트로핀이란 물질이 파란빛을 감지하면 옥신이란 호르몬을 작동시켜 그늘진 쪽 줄기가 늘어나도록 해서 줄기가 빛 쪽으로 휘게 만든다. 또 붉은 빛을 감지하는 피토크롬이라는 물질은 해가 저무는지를 알려주고 햇볕이 많거나 적게 비추는 것을 파악해 줄기가 높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아카시아 나무는 동물에게 뜯어 먹히지 않으려고 타닌을 내뿜는다. 이 타닌 향을 맡은 다른 아카시아도 곧바로 타닌 향을 내뿜으며 반응한다고 한다. 식물들이 화학물질을 내뿜어 서로 소통하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나무에 송충이 같은 애벌레들이 생기면 말벌을 유인하는 화학물질을 내뿜어 애벌레들을 박멸시키는 것과 유사한 케이스다.

동양란은 꽃에 꿀이 없어 벌레를 유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분을 제대로 퍼뜨리지 못한다. 그런데 꿀벌들이 위험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은 화학물질을 내뿜어 말벌들을 유인해 수분작용을 맡긴다. 식물의 뿌리는 마치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듯이 15종 이상의 화학물질을 구분해 반응한다. 흙이나 습기 속에 스며든 화학가스들을 감지하거나 화학물질을 보내 뿌리 끝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고 과학자들은 믿는다.

식물은 또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무를 잡아 흔들거나 만지는 것조차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다윈은 식물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특히 지나가는 벌레를 잡아서 녹이는 육식성 식물인 파리지옥풀 같은 경우, 전극을 대어 전류 변화를 측정해 물체가 잎 표면 털에 닿으면 마치 신경자극과 같은 전류가 발생하는 것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식물도 종족끼리는 서로 배려한다

식물도 같은 종족끼리는 서로 배려한다. 예를 들면 콩을 같은 밭에 뿌려 심으면 서로 잎 크기를 키우지 않고 주변의 잎들을 덮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뿌리도 짧고 깊이 퍼지도록 한다. 하지만 다른 식물을 곁에 심으면 서로 경쟁적으로 잎을 키우고 뿌리도 넓게 퍼지게 한다. 식물들도 같은 종끼리는 서로 챙기는 모양이다.

인도의 생물학자인 자가디시 찬드라 보스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식물도 신경계를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누군가가 식물에 해를 끼치면 바로 인식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예를 들여 잎을 떼어내면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잎을 떼어낸 순간, 그 부위의 맥박이 멈췄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서서히 맥박이 다시 뛰다가 결국은 멈춘다는 것이다. 그 순간 그 자리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미시간주립대학 연구진들도 식물이 기본적인 신경계통을 갖고 있어 고통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위험이 닥치면 다른 동료 식물들에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위스 헬베티카 연구소의 식물학자인 빌 윌리엄스는 식물이 통증을 인식하고 느낄 뿐 아니라 자기들끼리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위스인들은 식물들도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스위스는 ‘식물권리헌장’이란 것을 제정해서 식물들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보호받게 하고 있다.

식물도 보호받아야 할 생명체다

그 식물권리헌장의 내용을 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길가의 야생화를 꺾어선 안 되며, 식물은 소유대상이 아니므로 누구든지 함부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식물을 대상으로 측정 행위를 하려면 도덕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살아있는 생물의 존엄성에 반하는 유전적 조작은 사회윤리의 허용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아있는 생물의 존엄성에 반하는 특허는 허용될 수 없으며, 식물에 가해지는 어떤 조작도 도덕적으로 적절한 주의를 다해 정당화돼야 한다고 한다.

식물도 생명체란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식물들이 표현하는 다양한 신호를 감지해 이용하는 연구도 확산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식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물을 더 주세요.” “너무 오염물질이 많아요.” “우리를 먹지 마세요.” 식물들이 전하는 정보는 식물 자신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주변 환경의 변화를 진단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진다. 식물이 내뿜는 화학물질을 감지해 자연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식물들과 인터넷을 구성하는 기술이다. 식물에 전자신호발생기를 연결하면 훌륭한 센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유럽 공동체가 추진하는 연구프로젝트 중에 식물을 센서로 채용하는 기술개발 ‘PLEASED’가 바로 그런 사례다. 자연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로움이 많다. 책상 위의 난 화분이 나를 향해 속삭이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나도 무심결에 한마디를 건네본다. “그동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더욱 푸르고 싱싱하게 잘 자라길 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