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퀄리티에 대한 논의는 둘째치더라도 단순히 극장 관객과 매출만 보아도 국내는 이제 세계 10위권을 넘어 6~7위권 수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나 연간 관람객으로 따질 경우 북미와 중국, 인도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최대 시장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 이유로 국내에 외화가 개봉할 즈음에는 이전과 조금은 다른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전 세계 최초 개봉이란 문구나 주연배우의 내한 레드 카펫 행사, 또는 <설국열차>와 같은 전 세계 최초 프리미엄 시사회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앞다투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근래엔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화 팬들을 들끓게 만들었는데요. 확실히 할리우드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달라진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한국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이 비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까지 <겨울왕국>의 최대 흥행국은 영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며, 한때 <아이언맨>과 <트랜스포머>의 최대 흥행국 중 하나 역시 한국이었습니다.

최대 흥행작 기준 기본적인 시장 잠재력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영국이나 프랑스에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이지만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의 흥행력으로 따질 경우 중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란 것은 의심할 바가 아닙니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시장이 축소되는 마당에 중국 다음으로 큰 아시아 시장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죠. 일본 개봉 이전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던 한국의 모습은 이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자국 영화의 강세가 상당하면서도 할리우드 영화 성적도 뒷받침되는 얼마 되지 않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시장은 커져가는데 실상 유럽과 비교하면 외화의 흥행 구조 역시 지나치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가 아니면 100만 명 넘기기 어려운 흥행 구조에다 예술 영화로 구분되는 다소 작은 규모의 영화들은 10만 명을 동원하면 흥행 대박으로 분류되는 현실이니까요.

그렇다면 메이저 스튜디오가 아닌 준 메이저 혹은 소규모 배급사는 한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요? 비단 국내의 흥행 사정만 고려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시장일 테지만 그들 역시 한국 시장을 장밋빛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매년 해외 유수 영화제의 세일즈 마켓에서는 한국 수입사들이 엄청난 경쟁을 통해 여러 영화들을 고가에 수입한다고 하는군요.

중화 권 혹은 아시아권 영화를 제외하고 유럽이나 중소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들을 과도한 경쟁을 통해 수입하는 통에 메이저 배급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가에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죠. 그러니까 해외에서 영화 세일즈를 맡고 있는 회사들에겐 한국은 분명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시장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배우의 내한 행사에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비용입니다. 주연배우들이 사비를 들여 방문하는 것 같지만 실은 국내 배급사에서 주요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어벤져스2> 국내 촬영에도 상당한 무상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역시 영화의 흥행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긴 하지만 역시나 투자와 마찬가지라 하겠습니다.

인기 절정의 유명 배우들이 국내를 방문하면 영화 팬들에겐 즐거운 일이지만, 만약 지금처럼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지 못하는 시기가 온다면 그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른 인터넷 서비스, 그 어느 나라보다 열광적인 환영과 이른바 꽂힌 영화에 대해서는 무한 애정을 보여주는 한국식 영화 사랑 법까지 우리가 지난겨울에 경험한 <겨울왕국>과 <어바웃타임>의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유추해보면 국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일부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연 평균 1인당 영화 관람횟수가 4회를 넘은 한국 시장은 그래서 더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건 비단 제작자나 배급사의 문제가 아닌 마치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한국 공연을 감행하는 것처럼 유명 배우들의 국내 방문 러시는 계속 이어지겠지요. 그러는 동안 우리는 또다시 규모가 큰 영화에 열광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관객이 되어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기는 요즘입니다.

글: 네이버 영화 파워블로그 비됴알바 http://blog.naver.com/hanyu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