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틀 전 “2017년까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지금보다 5%p 낮추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을 늘리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금리상한대출 등 준(準)고정금리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임기에 맞춰 2017년 말까지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두 번째는 소득을 늘려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149.7%에서 2009년 154.1%, 2010년 158.0%, 2011년 162.9%, 2012년 163.8% 등으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즉, 빚이 많아져 가계 파산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 그러나 소득이 많아지면 가계부채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가계대책 발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15.9%인 변동금리대출을 3년 만에 40%까지 높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0.5%p 이상 높다”며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해도 0.2%p 이상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도 없으며 권유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등 향후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인센티브가 없는 상태에서 목표치만 높게 설정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소득을 늘려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겠다는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시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은 경제민주화보다는 대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가계부채에 따른 실질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도 고소득층의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있지 않다. 반면 하위 20% 저소득층의 부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내수 시장 활성화 대책도 거의 없는 상태다.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 시장은 활성화시키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곧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목돈이 들어가는 부동산을 전액 현금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LTV·DTI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것도 옳다”고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문제는 가계부채를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사항이 하나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소득증대 방안도 모호하며 심지어 LTV·DTI 규제 완화는 모순되는 대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그는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동시에 논하는 것은 살을 빼기 위해 몸무게를 늘리겠다는 말과 똑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몸무게를 늘려야 살을 빼는 것이 가능하다. 근육은 지방보다 무겁다. 따라서 지방질이 근육으로 바뀌면 살은 보기 좋게 빠지는데도 몸무게는 증가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건강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 전문가는 “현재 가계부채는 살이 조금 찐 상태가 아니라 퉁퉁 부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우선 치료를 한 다음에 운동을 시작해 체력을 강화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