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에서 말하는 '송서(誦書)'란 일반 사람들이 글 읽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노래 수업을 받은 사람이 글 읽는 것처럼 노래하는 것을 일컫는다.

송서는 1930년대에 서울 지역 가객(歌客)인 고(故) 이문원 선생이 묵계월(중요 무형문화재 제57호 명예 보유자)에게 전수했고 현재 유창 명창에게 유일하게 전수돼 전승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문원은 19세기 말 서울에서 출생했으며 1930년대 후반기까지 지식층이나 대가집 사랑방을 주 공연 장소로 삼고 활동했다. 1933년 콜럼비아사에서 발매된 음반에는 이문원 선생의 ‘등왕각서’나 ‘삼설기’ ‘짝타령’이 수록되어 있고 특히 1930년대 송서 관련 방송 11회 중 이문원 선생은 6회 출연해 송서 분야에서 그의 명성이 매우 높았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송서의 향유층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제 강점 이후 전통사회가 붕괴되고 외부로부터 유입된 음악문화가 새로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잡가나 가사, 민요와 같이 대중적인 극장무대와 라디오 등에서 점차 소외되었다. 결국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그 이후 쇠퇴함을 보인다.

송서는 국악사적 의미에서 고유의 창법과 리듬, 선율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한 전통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우리 성악 유산의 생명력을 되찾게 되었다.

권동철 문화전문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