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분양한 인천 SK스카이뷰의 견본주택을 가득 메운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파트 모형도를 보며 상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SK건설)

최근 부동산 시장에 ‘외국인’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인들은 제주에서 토지와 주택, 숙박시설 등을 매입하고 아예 개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미국 동포들도 수십 년의 이민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외국인’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인들은 제주에서 토지와 주택, 숙박시설 등을 매입하고 아예 개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동포들도 수십 년간의 이민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노후를 보내기 위해 집을 사거나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홍콩과 중국의 금융 회사들은 주요 대규모 개발 사업에 자금을 대는 PF 방식의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외국 자본이 국내 토지를 매입해 개발 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보유 자산이 한정적인 외국인들이 소규모 투자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일은 없었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 이민제란 외국인이 제주, 강원 평창 대관령 알펜시아 관광단지,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부산 해운대 관광리조트 및 동부산 관광단지 등 외국인투자지역과 인천 영종‧송도‧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 내 휴양목적 체류시설(콘도, 호텔, 별장, 관광펜션 등)에 5억~7억원을 투자하면 국내 거주자격(F-2)을 주고 5년 경과 시 영주권(F-5)을 허용하는 제도다.

부산이나 제주 등에 있는 휴양시설이나 숙박시설에 중국인들이 몰린 이유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아예 토지와 주택까지 대상을 넓혀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의 사례를 보면 투자 이민제 대상이 아닌 주택과 토지에도 이미 외국인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바다 조망이 가능하면서 별장을 지을 수 있는 330~500㎡ 규모의 땅은 매물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3.3㎡당 10만원 미만이던 제주 동부 일대의 해안가 땅은 이미 10배 이상 오른 지 오래다. 지난해 3, 4분기에만 58만6000㎡의 제주 땅이 외국인에게 팔렸다.

국제학교 인근과 제주 도심의 주택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이 몰려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분양권 프리미엄과 자본 이익(capital gain)을 자랑한다. 분양형 숙박시설인 ‘제주 센트럴시티호텔’의 경우 전체 분양자의 약 20%가 외국인이거나 교포였다. 제주에서 부동산 투자 이민제를 통해 국내 거주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은 어느새 400명에 이르고 있다.

해외 시민권·영주권을 가진 교포들의 역이민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국으로 역이민 해온 해외 동포의 수는 3621명이고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유지돼왔다. 해외로 이주하는 비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 시민권·영주권자도 약 147만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는 투자 목적과 더불어 한국에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공통점이 있다.

송도신도시에 들어서는 국내 최초의 외국인 주택단지인 ‘재미동포타운’은 전체 2500세대 중 벌써 1200여 세대가 해외에서 우선 분양됐다. 특히 상층부에 배치된 중대형 펜트하우스가 완판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재미동포타운 분양 관계자는 “미주 교포들의 역이민 희망 수요가 많고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집을 사는 비율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현재 미국, 독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을 순회하며 해외에서만 분양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법상 외국인이나 교포가 우리나라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하지만 금융권을 통한 중도금 대출이 힘들며 위임인이 없을 경우 거소증(한국에서 경제활동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신분증)을 만들어 외국인 등기용 등록번호를 부여받기 위해 반드시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 등 불편함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각종 세법이나 전매 제한 등은 내국인과 같은 적용을 받는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경우 매매계약 후 60일 이내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만 하면 된다.

고소득층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나 국제학교 주변도 부동산 열기가 뜨겁다. 서울 강남권이나 용산, 이태원에는 수백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빌라가 많은데, 외국인들은 보증금 없는 월세를 선호하며 단기 임대차 계약이 많은 편이다. 송도신도시, 평택 고덕신도시 등에서는 관광호텔 및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의 공급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 투자 기업의 한국 진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제주의 경우 총 9개 업체가 약 6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 호텔, 리조트, 해양관광단지, 헬스케어타운 등의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거의 200만㎡ 규모의 토지를 사들여 관광객 유치와 시세 차익 등을 노리고 있다.

홍콩, 중국 등의 금융 회사들은 한국의 개발 사업에 자금을 펀딩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대규모 개발 사업은 시행사-시공사-금융사가 합작하는 형태인데, 자금력이 취약한 시행사는 금융사에서 토지 대금 등을 빌리고 이후 시공사가 지급 보증으로 PF대출을 일으켜 공사를 한 뒤 분양 매출로 사후 금융비용을 갚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보증 능력이 뛰어난 대형 건설사(시공사)가 실질적인 사업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해외 자본을 끌어와 PF 자금을 충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통적인 개발 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부동산 업계는 전한다.

국내 금융권에 비해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의 입김을 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잘 활용될 경우 국내 건설 패러다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전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컨설팅 자문위원, MBN ‘생방송부동산’ 및 MTN ‘부자들의 비밀노트’ 출연, 현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