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하 전 극동호이스트 대표
1996 일본 와세다 대학원 공업경영학과/객원 연구원
1998 미국lowa state University 산업공학과/ 초빙교수
2000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원 경영학 연구과/객원연구원
1998∼2005 국동운반기술연구소 소장
1983∼2007 (주)극동호이스트 대표이사/회장/감사, 경기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경영공학 전공/교수

신용하(62) 전 극동호이스트 회장은 중소기업 출신의 자문위원이다. 윈치, 크레인 등 운반하역기계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의 대표로 1983년부터 2007년까지 재직했고, 극동운반기술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재직 기간 중에는 일본, 미국 등 이름 있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객원 연구원과 초빙 교수로 활동했다. 경영자인 동시에 기술공학 학자였다.

그런 그에게 은퇴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사회로부터 받았던 만큼 돌려줄 수 있는 새로운 출발이었다”고 회상했다.

중소기업 출신 CEO로서 누구보다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고충을 잘 알았고, 이를 학문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그다. 그래서 경영자로서 재직 중에도 기술연구소 소장을 동시에 지내며 학문적인 지식을 쌓는데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1987년 산업포장(호이스트 국산화 성공 공로), 1995년 기업인 대상(산학연 협동 공로) 등을 수상했다. 특히 〈기술경영론〉 〈기술경영길라잡이〉란 책을 펴내며 기술 발전을 꾀했다. 현재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단 중소기업혁신스쿨 학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소기업자문봉사단의 자문위원은 대기업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이 경험한 경영 노하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고민을 읽어 내는 능력은 제가 제일 나은 듯해 보입니다.

중소기업 출신 CEO로서 홀아비 심정은 홀아비가 잘 알지 않겠습니까. 제가 직접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자문위원들에게 또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최근 국내의 많은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로 ‘오너의 경영 능력’이 꼽히는 이유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1인(오너)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단적인 운영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항상 고민을 의논하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직원, 소비자, 동종업계 CEO, 선배 CEO들과 소통을 해야만 합니다. 소통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문을 요청하는 후배 CEO를 만날 때면 우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해법의 제시는 나중의 문제다. 고민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것.

대부분 중소기업 CEO의 고민은 자금 문제가 많아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후배 CEO의 얘기를 통해 해당 기업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순서를 정해 하나씩 해결 방안을 제안한다. 예컨대 자금 문제를 고민한다면 조직 관리 현황, 자재 관리 등 운영 방식의 변화를 제안하는 식이다.

때문에 신 전 대표는 후배 CEO를 친구처럼 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배 후배를 떠나 세상을 살아가는 든든한 동반자로서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자신이 중소기업 CEO를 지내며 원했던 것을 후배 CEO에게 만들어 주기 위한 의미도 크다. 단순한 조언을 떠나 후배 CEO가 필요한 것을 먼저 만들어 주며 골드 시니어로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갖고 있는 신 전 대표지만 중소기업이 혁신 활동을 게을리 하는 것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무조건적인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기업 경쟁력은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원이 많이 이뤄지다 보니 혜택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무료 혁신스쿨 강의를 할 때 참석자는 많아야 10명 남짓입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선별해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 전 대표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얘기를 꺼냈다.

“이 명예회장은 ‘경청’을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한 CEO, 협력사의 소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었습니다.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커진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청을 통한 소통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CEO들과 소통의 범위를 넓히며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이 은퇴한 CEO가 나아가야 할 길인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중소기업 CEO들의 든든한 맏형으로 자리매김한 신 전 대표. 그가 지향하는 길이 진정한 골드 시니어의 삶이 아닐까.

김세형 기자 fax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