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전용 ‘서울소리 천우극장’ 개관… “창조적 경기소리 터전 이뤄낼 터”

 

 

‘국악의 대중화’라는 대명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해왔습니다. 결국 국악이 친숙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이 모아졌지요.

한바탕 신명을 풀어놓거나 관객도 함께 참여해 감흥을 나눌 수 있는 소리마당이 우선 필요했습니다. 그러자면 관객과 가까이서 혹은 함께 하는 무대가 가장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지요.”

최근 국악 전용공연장 ‘서울소리 천우극장’을 개관한 유창(51) 명창의 일성이다. 그는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誦書)’ 예능 보유자이자 천우극장장(長)이기도 하다.

무대와 관객이 함께 호흡
극장은 서울 종로구 봉익동 종로3가역 창경궁 가는 길 인근에 160여㎡(약50평) 규모로 사재를 털어 개관했다. 국악계에서 아주 이례적인 일로 그는 “국악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컸다”고 개관 배경을 밝혔다.

무대는 마치 사랑방 분위기처럼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이 있는 것은 공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으나 공연자도 관객도 함께 공감하는 것을 중시하는 그의 평소 지론이 잘 반영된 결과다.

유창 명창은 극장을 개관하고 5월 초 첫 무대를 가졌다. 음 하나하나를 길게 늘려 부르는 긴 호흡에 담겨진 절제미와,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맛을 살려내는 품격 높은 창법 구사에 관객들은 그의 소리 멋에 흠뻑 빠져들었다.

객석은 온통 흥에 겨워 추임새는 물론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등 하나 되는 뜨거운 감동의 시간을 연출했다. 무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감흥의 공감이 물씬 느껴진 공연이었다.

송서, 청소년들의 인성 형성에 도움
그는 지난해 말, 교육적으로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을 엮은 ‘송서 명심보감’을 공연했을 때 “청소년들이 송서에 매료되어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우리 소리의 생명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국악의 대중화는 자주 듣고 가까이서 자주 보고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국악을 마치 우리 인체의 순환계가 물 흐르듯 도는 것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특히 “청소년들을 위한 송서의 교훈적 내용과 보급에 주력하고자 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바른 인성 형성에 우리 소리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천우극장은 향후 정가 등 상설 공연 계획이 빼곡히 잡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 송서 보급을 중시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청렴한 인간상의 내용을 송서로 소리극화 한 ‘청빈의 솥’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현재 제자들과 맹연습 중이다.

그는 “우리 음악은 호흡을 중시합니다. 이는 곧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음악으로 생명이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송서도 글에 운율을 붙여 소리 내어 읽는다는 그 자체가 이미 생명력을 담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마음과 정신의 맑음을 키워가는데 보탭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소리 맛 살려내는 창법 구사
충남 서산 출신인 유 명창은 어릴 때부터 시조와 시창에 능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으며 1979년 선소리타령의 박태여 선생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이은주·묵계월 선생을 사사했다.

1998년 전주대사습 경기민요 부문에서 남자로서는 최초로 장원을 차지하며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1999년 전국 경서도창대회 대통령상, 2003년 KBS 국악대상 민요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타고난 목과 부단한 연마를 통해 남자 명창으로 유일하게 묵계월 선생의 소리를 가장 확실하게 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삼설기’를 비롯해 ‘적벽부’ ‘등왕각서’ ‘추풍감별곡’ ‘짝타령’ 등을 지난 2004년 음반 취입해 최초의 송서 전집을 만들었다. 특히 사라질 위기에 있던 ‘등왕각서’ ‘짝타령’을 복원했고 ‘적벽부’는 서도식 적벽부를 경기 토리 송서로 복원, 경기소리의 폭과 깊이를 더해 음악사적으로도 기여한 바 크다.

그는 이른 아침 인근 산에 올라 목을 가다듬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송서 창작이며 후학들의 지도며 올 하반기까지 꽉 찬 극장의 프로그램과 하나하나 연습 현장을 확인하면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소리가 좋아 큰 스승을 찾아 뛰어든 지도 어언 31년여가 됩니다. 경기소리 고유의 원형을 체득, 보존하고 실현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명분과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합니다.

막중한 책무를 초심을 잃지 않고 꿋꿋이 이어가는 것이 저의 길입니다. 더욱 부단히 노력해 창조적 경기소리의 터전을 이뤄내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보전하고 계승하는데 신명을 바치고자 합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권동철 문화전문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