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에 공급하며 글로벌 부품 메이커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전문잡지인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는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주문자생산방식(OEM)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상위 100위 업체들의 순위를 발표했다. 순위에서 현대모비스가 19위를 기록하며, 관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 중에서 2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은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야구 경기로 따지면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20-20클럽(홈런 20, 도루 20)에 가입한 것과 버금가는 성과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부품을 한데 묶는 모듈 개발에 주력해 왔다. 특히 고부가가치 기능통합형 모듈 개발은 물론, 첨단 브레이크·에어백 ·조향장치 등 핵심부품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면서 순위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재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공격적인 사업 추진을 통해 기술 선도업체로 도약할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상위권 진입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의 브랜드 위상도 높아져 해외수출 시장 확대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예상은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BMW·GM에 잇따라 납품 수주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말, 유럽과 북미의 완성차 메이커로 핵심부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BMW와 GM으로 각각 램프와 제동장치 관련 부품 공급과 관련한 것이다. 총 수출 규모는 90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 원) 상당이다.

이 계약으로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BMW의 독일 공장을 비롯해 남아공과 중국 등의 글로벌 생산기지에 앞으로 3년 간 할로겐 및 LED를 적용한 램프를 공급하게 된다.

관련 제품은 현대모비스의 중국 장쑤지역의 램프 생산공장에서 2011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 부품업체가 BMW에 램프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M에도 향후 8년 간 90만 개 분량의 제동장치 관련 부품(DIH : Drum In Hat)을 공급한다. 미국 미시건 주에 위치한 GM공장에 공급되어 캐딜락 차종에 장착될 이 부품은 국내 창원공장을 통해 생산된다.

이에 앞서 현대모비스는 국내 부품업계 사상 최대 수출 규모인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5000억 원) 상당의 대단위 모듈 제품을 크라이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벤틀러, ZF 등 세계 유수의 부품 회사들과의 경쟁을 뿌리치고, 최종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쾌거였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크라이슬러의 생산공장 단지 내에 모듈공장을 구축하고, 내년부터 ‘지프 그랜드 체로키(Jeep Grand Cherokee)’와 ‘닷지 두랑고(Dodge Durango)’ 차종에 관련 모듈을 공급하게 됐다.

올 들어 현대모비스는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첫 번째 대상지역은 유럽시장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유럽 판매 대수 기준 2위 그룹인 PSA푸조시트로엥사를 대상으로 부품기술 전시회를 개최하며, 유럽시장 공략의 행보를 확대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7일부터 8일 양일 간 프랑스 벨리지시에 위치한 PSA 푸조시트로엥 기술연구소에서 구매담당 중역인 흐부(Reboud)씨와 흐나( Renat)씨 외 구매 및 기술개발 인력 17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친환경 기술·멀티미디어 제품 및 제동, 조향, 램프부품의 구조 및 기능에 관한 ‘PSA Tech Show’를 개최했다.

전시 품목 중 PSA푸조시트로엥 측에서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현대모비스가 작년부터 삼성LED와 공동 개발 중인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와 프리미엄 사운드, AV 내비게이션, 음성인식 등 첨단 인포테이먼트 (Information+Entertainment) 시스템이다.

특히 디멘션 (Dimension)이라 명명한 차량용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국내외 전문가 및 신기술 인증 심사원의 평가 결과 해외 경쟁사 제품보다 음질 및 내구성 부분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해 한국사업기술진흥협회에서 열린 ‘신기술 인증 수여식’에서 신기술 인증서(NET)를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가 이처럼 유럽 메이저 업체를 대상으로 부품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미국·중국·인도 등에 비해 비교적 국내 부품업체들의 진출이 취약했던 유럽 부품시장을 적극 공략해 수출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각화기 위해서다. 또 국내 부품업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체질 개선으로 수출 비중 30%까지 확대
현대모비스는 올 한해 해외 완성차 업체로 8억8천만 달러 규모의 모듈 및 핵심부품 매출 목표를 수립했다. 작년과 비교해 무려 60%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유럽 프리미엄 메이커로의 수출 품목 확대 및 모듈 단위 수출을 도모해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50% 가량 늘어난 총 3200억 원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책정하고 연구 인력도 작년 대비 20% 늘어난 1500명을 확보, 운영해 제동·조향·안전 및 친환경 기술 부분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