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졸업 후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된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예비직장인 김 군(28세). 직장을 서울에 얻게 돼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살 집을 알아보려 인근 중개업소를 모두 돌아다녀봤지만 전세물량은 아예 찾을 수 없고, 원룸, 오피스텔 등 월세매물은 비싼 보증금과 매월 꼬박꼬박 나갈 돈을 생각하니 현 수입에 비해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 도중 우연히 눈에 띄는 공고를 발견한 김 군. 바로 ‘LH 전국 다가구 등 미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고, 오로지 해당지역 전입일이 빠른 순과 소득이 낮은 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고 보증금도 많게는 250만원에서 적게는 140만원 정도에, 월세 또한 많게는 8만원대에서 적게는 4만원만 내면 된다고 하니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게 된 기분...

 

말 그대로 ‘미친 전세값’이다. 77주 연속으로 전셋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계속된 매물 부족에 봄 이사철 수요까지 겹쳐 당장 눈앞에 닥친 전세난에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전세난 가중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LH의 매입임대주택사업이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의 주거 트렌드에 부응하는 선진국형 임대주택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세 대비 30% 수준…지난해까지 4만3천여 가구 임대

국내 주택시장은 양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주택보급률은 2002년 이미 100%를 넘었지만 이러한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 및 자산 불균형 등에 의한 주택수급의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건설된 영구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은 정부의 실적홍보용 목표 달성을 위한 물량 위주의 공급으로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건설되거나 수백, 수천 호가 밀집해 있어 사회적 격리현상과 소외 등의 문제를 초래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 임대주택 건설에만 치중하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2004년부터 도심의 저소득층이 현재의 거주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가구주택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진행해오고 있다.

다가구주택 매입임대사업은 도심 내 최저소득계층이 현재의 생활권에서 현재의 수입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LH가 기존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이다.

매입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시중 전세시세의 30% 수준이며, 최근 국토부는 기존 10년이었던 입주자 거주기간을 최장 20년(계약횟수 10회)까지 연장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성을 강화키로 했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총 5만582가구를 매입했으며, 실제 임대된 가구 수는 전체 매입가구의 84.9%인 4만2920가구에 달한다”며, “가격도 시세 대비 30% 저렴한 수준으로 입주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하반기 기획재정부에서 실시한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LH 매입ㆍ전세 임대주택은 각각 97.7점과 96.1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해 입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LH 관계자는 “기존 주택 매입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은 입주자가 기존 거주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저렴하게 입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여건 면에서는 다소 미흡…LH, “반지하층 없는 가구 매입 주력”

정부의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이 입주자들의 주거만족도에는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로 개선돼야 할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은평구 매입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김경수 씨(56세)는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저렴하고, 위치가 좋은 편이어서 출퇴근 등의 접근성도 편리한 것은 장점이지만, 일반 공동주택단지와 달리 입주자를 위한 부대시설이나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LH공사가 매입해 입주자를 선정 중인 가구의 절반이 반지하 또는 지하 형태로 주거환경이 열악해 대상자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LH 관계자는 “다가구주택 매입 시 동 전체를 매입할 수밖에 없으며, 과거에 건축된 주택은 반지하를 포함한 주택이 대부분이므로 기존주택을 매입하는 사업방식의 특성상 반지하층이 없는 주택만을 매입하기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반지하층이 없는 주택을 매입하고 있으며, 실제 최근 신축된 주택매입 시 반지하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입임대주택은 매입 당시 거주 중인 기존 임차인이 퇴거한 후 해당 주택을 개보수해 입주대기자에게 공급하므로 연도별 매입호수, 기존 임차인의 퇴거일 등에 따라 개보수 중인 주택 및 입주자 선정 중인 주택이 매우 유동적”이라며, “이에 공사는 개보수 및 입주자 선정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입임대주택 개요

■매입임대사업이란? 도심 내 최저소득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현재의 수입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총 5만1000호의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개ㆍ보수 후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

■입주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보호대상 한부모가족(이상 1순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50%(224만6180원) 이하인 자, 장애인(이상 2순위)

■임대조건은? 시중 전세시세의 3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보증금 425만원, 월 임대료 8~10만원)로 최대 거주기간 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