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구 법곶동 5월의 들녘. 밭갈이로 뒤엎은 들녘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오르는 듯 묵은 퇴비 냄새가 아련한 향수를 자극했다. 197m²(약 60여 평)규모 창고형 2동의 작업실 문을 열자 아교와 풀 냄새가 확 밀려 왔다.

작업대 뒤편에는 대작 ‘해돋이’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는 “이곳에서 15년 동안 종이와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평범하게 말했지만 치열한 노동을 요구하는 작업 과정의 흔적이 곳곳에 배여 있었다.

작업 창고 인근에는 막 피어난 새싹들과 향기 나는 쑥 냄새 그윽한 들판이 펼쳐지고 연초록빛을 띤 수양버드 나무가 냇물과 어우러져 봄날의 서정적 풍경을 연출했다. “이곳을 산책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어느 땐 어디선가 날아든 새들이 한바탕 노래하노라면 하천 둑에 앉아 해지는 줄도 모르고 사색에 빠져든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봄, 2007년 봄과 가을에 연속으로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하여 낙찰 받는 쾌거를 올렸다. 또한 2008년에는 ’폐지나 종이의 단면을 이용한 회화표현’으로 특허도 받았다.

“작가의 창의적 산물이 보호받아야 될 필요성 때문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요즈음 “우리 시대의 한 상징으로 일찍이 관심을 가졌던 통일을 주제로 한 작업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대 예술대 회화학과와 동대학원 서양화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 관훈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미술과 놀이(예술의 전당), 신소장품전(국립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권동철 문화전문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