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실망스런 2013년 4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분기 대비 무려 19% 하락. 주력업종인 스마트폰 성장 둔화와 경쟁 격화로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 연속 영업이익 최고기록에 기여했던 스마트폰 시장이 부메랑이 돼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위기론을 언급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는 다른 글로벌 IT기업에 없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차별적인 강점은 단기적 또는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 기어(GALAXY Gear)'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8조3100억원. 전 분기 대비 18.2% 감소한 것이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6%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결정적 이유는 휴대폰사업부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 분기(8840만 대)보다 2.7% 감소한 8600만 대였다. 평균 판매가격도 지난해 1분기 317달러에서 3분기 272달러까지 내려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60%를 상회하는 IM(IT·모바일)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일각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 레노버는 지난달 30일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스마트폰 사업부)를 29억1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세계 스마트폰 3위로 올라섰다. 구글과 애플은 M&A를 통해 IT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구글은 19곳, 애플은 12곳의 기업을 인수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IT 산업 특성상 이들 기업은 산업 전반에 걸쳐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

또한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준비한 타이젠도 출시가 연기되면서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지난달 말 “타이젠 폰 출시를 미루겠다”고 발표했고, 유럽에서 타이젠을 선보이기로 한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도 타이젠 폰 출시 계획을 보류했다. 이 밖에도 세계 통신사들도 잇달아 타이젠연합을 이탈해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이에 영국 언론매체인 가디언(Guardian)은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올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IT전문 매체인 씨넷(Cnet)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원화 강세로 삼성전자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애플과의 특허 소송 등으로 법률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위기론을 집중조명했다. 미국 경제 방송인 CNBC는 IT 연구원들의 입을 빌려 삼성전자가 어려운 한 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으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중단될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는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에 없는 강점이 있다. 또한 강한 기술력과 도전으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러한 강점이 있는 한 삼성전자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우월한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글로벌 IT업체의 동향과 지난 4분기실적만 놓고 ‘삼성전자의 미래’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우선 삼성전자는 우월한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경쟁업체 대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본질적인 경쟁력은 글로벌 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지난해 “삼성전자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하드웨어(H/W) 강점을 유지하며, 새로운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 타깃 고객층에 맞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차별적인 요소로 앞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의 강점을 활용해 주력제품을 DRAM->NAND, 피처폰->스마트폰으로 교체하는 등 IT업계 변화에 빠른 대응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강력한 하드웨어 경쟁력이 없었다면 소니, 노키아처럼 무너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제일모직-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완벽한 수직계열화도 삼성전자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서플라이도 삼성전자의 부품 수직계열화 비중은 76%에 달해 안정적인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는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개발 기간 및 운송 시간을 최소화해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구글과 애플은 하드웨어에서 큰 약점을 지니고 있다. 구글은 90억달러를 투자해 모토로라를 인수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실제 ‘Motx X’를 출시하며 대대적으로 하드웨어 진출을 모색했지만, 소비자 반응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애플 또한 대표적인 하드웨어 업체지만 대만 폭스콘 공장 등에 제품 생산을 맡기는 등 현재 100% 외주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주요 외주 생산을 맡고 있는 폭스콘 공장이 파업이라도 한다면 생산이 중단돼 제품 공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하며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제품 라인업에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부터 의료기기까지 삼성전자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향후 웨어러블, 스마트홈으로 대변되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 디바이스 간의 연결성(Connectivity)과 융합(Convergence)이다. 특히 2014년부터 향후 몇 년간 IT업계 내에서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s)은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동시에 구축해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다양한 IT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스마트TV-PC-태블릿-스마트폰-웨어러블-스마트카-의료기기’로 연결되는 통합적인 성장의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부품 내재화를 통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무선충전, 헬스케어 등 사물인터넷에 필요한 차세대 제품의 각종 부품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들 기술을 조합해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것을 언제든지 재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왔다. 여기에 삼성 IT 제품들이 융합할 수 있는 플랫폼만 완성한다면, 삼성전자만이 차별화된 IT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기반으로 타이젠 등 소프트웨어만 빠르게 구축한다면, 초기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구글과 애플도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인 사물인터넷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기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를 인수하면서 사물인터넷의 중심에 서 있는 스마트홈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하지만 PC와 스마트폰에서 경험했듯이 소트프웨어를 받쳐줄 하드웨어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실현 가능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IT기기들이 필요한데,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업체 없이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애플도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웨어러블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기기의 낮은 호환성과 폐쇄적인 iOS가 향후 사업 전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 1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데이비드 은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역량을 강화, 하드웨어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신중하게 통합하고 기기들의 연결성을 위해 최대 규모의 배급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삼성은 지속적으로 거대한 배급 플랫폼을 위해 기반을 닦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며 “야구로 치면 아직 1회에 불과하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게임이 어떻게 끝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즉 OS는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4대 IT기업 중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자체 OS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성공적으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향후 IT 사업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동시구축으로 가고 있는 만큼, OS는 놓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런 측면에서 타이젠 개발과 구글과의 특허 상호 공유는 삼성전자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현재 타이젠 개발이 크게 후퇴한 상황이지만, 조만간 상용화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한 씨넷은 “삼성전자가 타이젠폰 출시를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타이젠 OS 기반의 디지털기기가 제품화됐고, 사물인터넷까지 넓게 생각한다면 시간적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덧붙였다. 즉, 지금 당장 타이젠폰을 출시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플랫폼과 모바일 웹 구성을 위해 준비기간을 길게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타이젠이 성공한다면, 그 잠재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이젠이 상용화되면 삼성전자는 자사 기기에서 앱,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자체 수익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안드로이드와 타이젠을 양손에 거머쥐고 입맛에 맞게 OS 진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게 된다. 더욱이 전 세계 제조사, 통신사, 소프트웨어 기업들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안정적인 OS 점유율도 기록할 수 있다.

이유인즉 타이젠은 안드로이드보다 호환성과 확장성이 뛰어나기 때문. HTML5로 제작된 콘텐츠는 다른 OS나 웹 브라우저에서도 같은 형태로 실행이 가능해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하드웨어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호환할 수 있다. 현재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의 iOS와 안드로이드에서는 자사 기반의 전용 앱만 정상적으로 실행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기의 방향성 중 하나인 연결성을 자체적으로 강화할 수 있고, 더욱 견고한 ‘삼성 생태계’를 구축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글과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은 삼성전자의 OS 개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양사는 향후 10년간 기존 특허는 물론 앞으로 출원되는 특허를 공유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전자 입장에선 소프트웨어 업계의 강자인 구글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중소 IT 기업을 수십 개 인수한 효과와 맞먹는다. 구글이 보유한 검색 및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 및 웹 개발력, 웹·모바일 광고 등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 특허를 마음껏 활용해 ‘삼성전자만의 OS’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Fast follower가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를 출시하며 웨어러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비교 대상이었던 애플보다 빨랐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에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선 대표적인 사례가 갤럭시기어. 성과도 나쁘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카날리스에 따르면 갤럭시기어는 출시된 지 3개월여 만에 100만 대를 판매했다. 스마트워치 분야에서 100만 대 이상 팔린 제품은 갤럭시기어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기어가 다소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출시됐지만 판매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올해는 스마트워치를 포함한 웨어러블 PC가 ICT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앞으로 스마트 워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00% 성장한 700만 대, 내년에 2340만 대, 2016년에 3910만 대를 거쳐 2017년에는 551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대비 스마트워치 사용 비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과 비교했을 때 스마트 손목시계 판매량 비율은 0.1%였다. 이 비율은 올해 0.7%, 내년에 2%,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3%와 4%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스마트워치의 초기시장인 만큼 새로운 디바이스 플랫폼과 향후 기기의 방향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를 통한 스마트워치 시장의 경험, 우수한 하드웨어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시장 흐름만 잘 파악한다면, 웨어러블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지위를 공고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변동성이 심한 IT 환경 속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킨 이유는 세트(완제품)­부품­장비/소재 업체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단순히 넘버원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유일무이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즉, 세트(완제품)­부품­장비/소재 업체로 이어지는 유일무이한 포지션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발표한 V낸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번 V낸드 개발에 성공해 경쟁사 대비 훨씬 더 적은 투자비로 물리적 특성이 뛰어난 NAND 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존 2D MLC 플래시의 최대 약점인 내구성을 10배까지 높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용 SSD(Solid State Drive)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SSD 기업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는 18개월마다 2배씩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이렇게 증가하는 데이터는 빅데이터의 대두로 경제성을 갖춘 자료로 재탄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더 많은 서버와 스토리지다. 이에 SSD가 최근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비용과 수명 면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성에 비해 성장성은 느린 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V낸드를 개발함에 따라 그동안 비용 문제로 채택을 미뤄온 수요층을 공략해 빠른 속도로 기업용 SSD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갈 수 있게 됐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역량을 활용해 서버 및 데이터 사업에 추진할 수 있는 회사”라며 “향후 빅데이터 시대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에 대한 인프라 사업은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85인치 모델 벤더블 UHD TV. [사진=삼성전자]
이것만 있어도 5년은 끄떡없다

굳이 멀리 보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삼성전자의 수익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즉,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경쟁력 있는 사업이 있다는 얘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실시한 2013 세계 50대 주요 상품 및 서비스의 세계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총 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에도 라이벌 애플과의 영업이익률 격차를 좁혔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에 의존하는 반면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 외에도 메모리 반도체와 가전·부품(DS) 등으로 수익률 포트폴리오가 분산된 것이 전반적인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발판이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성장정체 우려가 커지자 몇 년 전부터 타개책으로 신시장 개척을 택했다. 태블릿, 초고해상도(UHD) TV, 수직구조 낸드플래시(V-NAND) 반도체, 2차전지, B2B 등 5개 분야다. 그중에서도 TV는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사업으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천덕꾸러기 신세였지만, 차세대 TV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호재를 맞이했다.

특히 부품 계열사의 수직화와 가격경쟁력으로 판매가격을 대폭 낮춰 시장을 선점하고 TV 세대 교체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미 110·98인치 UHD TV, 55·65인치 곡면 UHD LED TV, 55인치 곡면 UHD OLED TV 등 총 6개 모델을 선보여 시장 주도자임을 분명히 했던 삼성전자는 앞으로 UHD TV 시장에서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향후 UHD TV 시장도 밝다.

디스플레이 시장 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UHD TV 시장은 향후 5년 이내 지금의 다섯 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신제품 TV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기대다. 당장 소치 동계 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블릿 시장도 스마트폰 시장 둔화를 타개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까지 전 세계 태블릿 시장에서 맹주 자리를 지켰던 애플의 뒤를 천천히 따라잡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지난해 태블릿 시장 판매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중·동부 유럽 등 3개 권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물론 태블릿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선 애플이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프로, 갤럭시탭프로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애플과의 격차를 점차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성장잠재력이 높은 업무와 교육용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압도하는 분위기다. 업무와 교육용 태블릿은 11인치 이상은 대화면이 필요한데, 삼성전자는 제일모직-삼성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부품 수직화로 애플보다 한 박자 먼저 대화면 태블릿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 향후에도 삼성전자는 12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제품을 앞세워 태블릿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미국 LA 교육위원회가 지난해 가을부터 66만 명의 학생에게 보급하기로 한 교육용 태블릿PC도 모두 11인치 이상인 점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의 대화면 태블릿 전략이 애플을 꺾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