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인 이른바 ‘스키니 진’을 입은 여성이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호주 <일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전날 시드니 법원은 여성의 스키니 진을 남성만의 힘으로 벗기기가 매우 힘들다며 피의자 니콜라스 곤살레스(23)의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곤살레스는 해당 여성이 성행위에 합의했다고 진술해왔다.

판결에 앞서 배심원단은 곤살레스가 어떻게 청바지를 벗겼는지 담당 판사에게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한 배심원은 “상대방 여성의 협력 없이 어떻게 스키니 진을 벗길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질의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에서도 이번과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08년 한국에서는 성폭행한 혐의가 있는 남성에게 7년 징역형을 선고한 하급 법원의 판결이 뒤집혔다. 그러나 같은 해 이탈리아 법원은 청바지가 정조대는 아니라며 하급 법원의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곤살레스는 2008년 4월 피해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만난 뒤 음악을 듣자며 그의 집으로 향했다고. 여성은 곤살레스가 드럼 연주를 들려주겠다기에 위층 그의 방으로 함께 올라갔으나 곤살레스가 연주는 하지 않고 자신을 침대 위로 밀어붙인 뒤 덮쳤다는 것.

여성은 “일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가 청바지를 벗긴 뒤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여성은 자신의 몸무게가 42kg에 불과해 청바지를 입고 벗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곤살레스 측 변호인은 “스키니 진의 경우 입은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 한 강제로 벗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호주 성폭행방지협회의 베로니카 웬싱 회장은 “여성의 옷이 성폭행 사건에서 쟁점이 될 수 없다”며 “어떤 옷이라도 완력으로 벗길 수 있다”고 이번 판결에 대해 비판했다.

이진수 아시아경제 기자ommu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