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 튜닝 전시회 '2014 도쿄 오토살롱'에 전시된 일본 튜닝 제품 / 사진 =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제공

정부가 잠자는 자동차 튜닝 시장을 활성화해 4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지난해 말 관련법까지 개정했지만 그 실효성 여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파악하는 현재 자동차 튜닝 시장은 약 5000억원 규모라고 했다. 이는 미국의 35조원, 독일의 23조원, 일본의 14조원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는 것. 이를 자동차 생산 5위 국가에 걸맞게 7년 내에 4조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과연 국내 튜닝 시장이 5000억원 규모라는 근거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자동차 튜닝이란 완성차를 구입해서 개인적 선호나 필요에 따라 크고 작은 부품을 교체하는 것을 통칭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튠업튜닝’과 내외관을 꾸미는 ‘드레스업튜닝’으로 구분한다. 기존에 정부가 불법튜닝을 규정해 단속했던 튜닝은 머플러 교체로 대변되는 ‘튠업튜닝’ 류다. 국내에서 현재도 활성화된 부분은 ‘드레스업튜닝’이며 이는 별다른 인증 절차나 제약 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인테리어를 바꾸는 ‘드레스업튜닝’은 자동차 외관에 스티커를 붙이는 ‘랩핑’ 부터 ‘아이가 타고 있어요’ 류의 각종 스티커까지 그 범위를 다 헤아리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5000억원 규모라는 시장 파악부터 업계 종사자들은 의문을 표한다. 실제로 음성적으로 진행되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의견부터 튜닝의 범위를 업계 종사자들조차 정확히 나누기 어렵다는 의견까지 분분하다.

시장 파악이 이렇다 보니 7년 내 4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도 ‘오리무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0년에는 대략 국내 자동차 시장이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선진국 사례로 추산해 10%가량 튜닝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상세한 계획은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난색이다. “일자리 창출 보고는 국토부가 해놓고 튜닝 산업 발전 계획은 왜 우리가 하느냐”는 식이다. 산업부는 현재 배당된 60억원 가량의 예산을 튜닝 타운 조성 정도의 가이드라인만 정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튜닝 산업 발전의 핵심인 인증제 개선방안은 국토부에서,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은 산업부에서 각각 해당 업체들로 구성된 협회를 만들어 각자 따로 모색하는 실정.

인증제도 개선도 문제다. 국토부는 민간 자율 방식으로 미국식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국내 시장 상황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개별 제조 업체 스스로 인증에 통과한 제품을 시장에 진입시키겠다는 것인데, 열악한 중소 부품 업체가 고가의 인증 장비를 스스로 장만할 여력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결국 국가가 공인한 인증기관에서 안정성 검사 등을 대신하는 유럽식이 현실에 맞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식은 결국 인증 장비와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만의 판로를 열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렸다. 대기업만의 인증제도라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다른 진입장벽은 그동안 자동차 관련 정부 정책이 완성차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되다 보니 중소 부품 업체가 설 자리가 없었다는 지적으로 이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튜닝된 제품을 완성차 업체가 사후 서비스(AS)를 거부한다든지, 보험업체가 튜닝된 제품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사례 등이다.

이 또한 법적, 제도적으로 우선 해결되어야 할 부분으로 정부 주도 인증을 통과한 부품에 대해 법적 보호가 뒤따르는 유럽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개선되어야 할 대목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올 한 해를 유예, 시범 기간으로 두고 관련 업계 의견을 청취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튜닝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이 생색내기식 전시행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면밀한 시장파악과 구체적인 계획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