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진통제 ‘타이레놀 500㎎’을 구입해봤다. 지난해 분명 2000원이었던 타이레놀의 가격은 2500원. 해가 바뀌어 가격을 인상했나 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찾아보니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레놀과 약국에서 파는 타이레놀은 다른 것이었다. 일단 개수가 다르다.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레놀은 8개입에 2500원(1알당 312.5원)이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10개입으로 2000원(1알당 200원)이다. 외관상 비슷해 보이지만 편의점의 타이레놀이 조금 더 작고 성분 표시 및 주의사항이 간략하게 표시되어 있다.

비단 타이레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웅제약의 베아제는 편의점에서는 3정짜리를 1200원에 팔고 있지만 약국에서는 10정을 3000원에 팔고 있다. 닥터 베아제도 이와 똑같이 1알당 100원의 가격 차가 있다.

그렇지만 왜 더 비싸야 하는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꽤나 많았다. 포털 사이트에서 ‘편의점 타이레놀 가격’을 검색해보면, 왜 편의점 약이 비싼지 묻는 질문과 답변이 많다. 심지어 지방 도시의 한 편의점에서는 3000원을 넘게 받는 곳도 더러 있었다. 약품의 표시된 조성과 성상은 동일하고, 심지어 알약 수도 적은데 왜 비싸야 하는지 의아스러웠다.

돌아온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일단 보건복지부의 답변이다. 안전상비약품에 관한 정책은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와 식약처가 담당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 관련 부서 측은 “가격은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즉, 정부 당국에서는 의약품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현재 중소형‧ 대형 약국에서조차 약품 가격이 통일되지 않는 상황인데 편의점까지 어떻게 동일할 수 있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약의 수량은 왜 적게 한 걸까.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은 약국이 열지 않았을 때 1~2일 정도만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 1일에 한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양만 팔도록 정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포장 용기를 제작하고 소포장으로 제작해야 하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또 가격은 편의점 측에서 정하는 것이라 자신들은 아무 힘도 없다고 말한다.

정량을 먹어야 하나 약사 가이드라인도 없는 일반의약품을 사야 하는 소비자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머리를 쓴 것이려니 한다. 실제로 편의점 점주를 대상으로 약품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수시로 바뀌는 편의점에서 모든 알바생에게 친절한 답변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허점이 있다. 편의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타이레놀을 무제한으로 구매할 수 있다. 특별히 모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마음만 먹으면 보건복지부가 말한 ‘국민의 건강’을 단번에 해칠 수 있는 일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또 주중에도 안전상비의약품을 오전이나 오후에 모두 구매할 수 있다. 특별한 제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1일 정량을 고려한 소포장 의약품을 비싸게 판다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프면 서럽다. 심지어 아픈데 약국도 문을 닫았을 때는 끙끙대며 약을 사야 한다. 그런 데다 약국에서 사는 것보다 무려 100원가량이 비싼 약을 먹어 아픔을 삼키는 일은 더 서럽다. 약국 문 닫았을 때 아픈 소비자는 ‘봉’이 돼야 하고, 이게 싫다면 약국이 문 열었을 때 아파야 된다.

안전상비의약품에 가격 상한선을 정해주거나 여러 갑을 구매할 수 없게 하는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아니면 공무원은 늘 ‘앉아서 펜 대’만 굴린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