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여개 국내 일등기업 파트너사 참여…90여개 직업체험장 테마로 인기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 내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KidZania)’ 매표소 앞. 때가 때인지라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법도 했지만 의외로 썰렁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1부 입장권이 온라인 사전 예매를 통해 모두 매진되었기 때문이다.

MBC 자회사인 MBC 플레이비(PlayBe)가 사업권을 갖고 운영하는 ‘키자니아 서울’은 유치원, 초등학생을 둔 엄마들 사이에서 한창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2월 말 문을 연지 3개월여 만에 입장 고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재방문율도 30%가 넘는다고 한다. 전 세계 키자니아 중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이 참여해 멕시코 본사에서도 성공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성과 뒤엔 최성금(51) MBC 플레이비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최 대표는 MBC 사상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1984년 MBC에 입사, 기획실, 공연사업팀 등을 거쳐 인력자원국 부국장까지 지내면서 경영 및 공연전시 사업 분야에 대한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이후 사내공모를 통해 2008년 9월 MBC플레이비 대표로 선임됐다.
편안한 생활이 보장되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사업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그녀는 초창기엔 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 직업체험장’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이었다.

사장이라고 해서 의자만 돌리고 있을 순 없었다. 직접 발로 뛰기 시작했다. 시설 건설, 파트너사 유치, 고객 홍보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며 온갖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40억 원의 투자금을 받고 수많은 파트너사 유치에 성공했다. 또 대부분의 주말과 공휴일엔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직업과 경제흐름에 대한 이해 도와
키자니아가 한국 엄마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고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최 대표는 “교육과 오락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형 테마파크’라는 차별화된 콘셉트가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오락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테마파크와는 달리, 90여개의 다양한 직업세계를 탐방하면서 리더십, 팀워크 등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

키자니아는 거리, 구획, 건물 등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축소된 사이즈로 도시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했다.

최 대표는 “실제 회사 직원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거나 실제 공장에서 재료와 도구로 과자 등을 만드는 실감나는 체험으로 산업 또는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키자니아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화폐 ‘키조(Kidzo)’로 돈을 벌고, 저축하고, 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경제교육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자니아엔 대한민국 일등 브랜드만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 대한항공, SK네트웍스, 롯데제과, 이마트 등 산업군별로 40여 개 국내 대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5월말엔 국세청 체험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어린이들에게 모범 납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자 하는 국세청의 요청에서다.

최 대표는 “외국 기업들의 문의도 많지만 국내 기업 입점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고 브랜드로 ‘한국형 키자니아’를 만들기 위해서다.

키자니아 도쿄의 병원체험시설 업체는 ‘존슨앤존슨’이지만, 키자니아 서울엔 50년 이상 역사의 토종 제약기업 보령제약이 들어와 있다.

“키자니아가 알려지기 전에는 참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기업이 많았죠. 그러나 이젠 기업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키자니아에 입점한 기업이 ‘대한민국 일등 기업’라는 자부심을 심어준 덕분이죠”

특히 식음료 기업들의 경우 입점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군별로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기적 브랜드 전략 수립에 도움
최 대표는 “어린이는 미래의 잠재고객이라는 측면에서 키자니아는 기업 입장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툴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기업의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중 상설 체험 공간이기에 브랜드 노출 효과도 크다는 것.

키자니아 서울에는 아이들의 직업체험 활동을 돕는 슈퍼바이저를 포함, 약 4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만족이 곧 고객만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최 대표의 경영철학. 사내 고객인 직원 관리에도 여성 특유의 감성과 리더십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파자마파티를 열어 직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하며, 지난 설엔 전 직원들에게 1만원권 신권을 세뱃돈으로 주었다.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 노하우를 인정받아 최근엔 서비스 인력관리 위탁을 제안받기도 했다.

최 대표의 꿈은 키자니아 서울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 것이다. “참여해준 기업들에게 키자니아와 함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또한 단순한 직업체험을 넘어 어린이 미래 진로교육의 길잡이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