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學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꿈의 슈트’가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기관이 전술공격용경전투복(TALOS)을 개발하기로 확정한 시점은 지난해 5월. ‘첨단전투복’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올여름이면 첫 번째 시제품의 윤곽이 나온다. 2018년 실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첨단전투복은 마치 영화에서처럼 외골격 추력장치, 전신 방탄기능, 상황인식 디스플레이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병사가 착용하고 이동하는 개별 장비이므로 ‘배터리가 더 오래가고, 더 가벼운 슈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2018년 실전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한국 군대도 미래전투에 맞는 첨단전투복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5월 미군 특수작전본부(SOCOM)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것과 같은 첨단 전투복 아이디어를 모집한다고 공표했다. 다가오는 미래 전투에서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군사적 우위를 점하려면 획기적인 전투복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투복은 영화 주인공과 같이 외골격 추력장치, 전신 방탄기능, 상황인식 디스플레이를 포함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계획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수년 전 전투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하던 한 병사가 폭도들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의 문을 여는 순간 곧바로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그때 지휘를 맡았던 한 젊은 장교가 ‘전투원들이 문을 통해 실내로 진입할 때 좀 더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없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고민이 시작됐고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전술공격용경전투복(TALOS)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에 관련 기술들을 선정하는 품평회를 거쳐 그 첫 번째 시제품들이 올여름까지 제작된다. 이어 8월에 실전 적용시험을 거쳐 2014년 연말까지 최종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조건은 1년 내에 가능한 기술들을 사용하고 3년 내에 전쟁터에 실전 배치할 수 있는 기술과 재료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TALOS를 개발하는 일은 기업체, 대학 연구기관, 개인, 정부 연구기관을 가리지 않고 모두 공동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56개 기업, 16개 정부기관, 13개 대학, 10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경합해 몇 개 개발팀이 선정됐다.

테스트를 거쳐 MIT, 미국 육군연구소, 개발공학단(RDECOM), 기타 참여 기업 및 연구기관들이 뽑혔다. 미 육군에 의하면 현재 다양한 센서, 카메라를 장착하고 방탄성능을 갖춘 시제품들이 조립되고 있으며 6월까지 시험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우선 TALOS는 외골격 추력장치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작동시킬 에너지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에 설치된 센서들이 장병의 체온, 피부온도, 심장 박동수, 체위, 습도 등을 측정해야만 한다. 일단 전투복이 가벼워 민첩한 동작이 가능하고 방탄성능을 갖춰야 한다.  또 웨어러블 컴퓨터를 장착해 명령, 장비제어, 통신이 가능해야 된다.

인공근육으로 근력을 보강한다

TALOS의 가장 핵심은 외골격 추력장치다. 전투병들이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도 민첩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전기나 유압으로 움직이는 인공골격을 장착하는 기술이다. 원래는 일본에서 고령인의 재활운동이나 병상환자를 들었다 놓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도우미들의 근골격 질병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개발되었지만 미국에선 곧바로 전투력 강화 목적으로 개발해냈다. 두 가지 후보기술이 있는데 록히드 마틴 사의 HULC와 레이손 사의 XOS2다.

HULC는 전원을 연결하지 않고 유압의 힘으로 움직이는 외골격 제품이다. 병사가 이 외골격장치를 입으면 100kg 정도의 무게를 들 수 있다. 무릎을 깊이 구부리거나 산을 기어오르며, 상체 굽히기를 하는 힘을 보조해준다. 물론 컴퓨터가 인체동작에 연동해 장치를 제어해준다.

XOS2는 미 첨단국방연구소(DARPA) 지원으로 개발된 기술인데 HULC보다 둔탁해 보인다. 자체무게가 90kg이 넘어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이와 별도로 DARPA는 지난해 병사용 추력장치(Warrior Web) 개발을 공개했다. 이 역시 외골격 형인데 군복 안에 장착하여 병사의 근골격을 보강해준다. 무거운 군장을 메고도 뛸 수 있게 설계됐다. 소비전력은 100W 정도다.

대낮의 중동지역 날씨는 섭씨 48도를 넘는 경우가 많아 군장이 무거우면 병사들이 쉽게 지친다. 그래서 가벼운 방탄복이 필수다. 최근 얇은 케브라 층과 일종의 액체세라믹 층을 적층해서 첨단복합체로 개발했다. 이 액체세라믹 층은 총탄의 충격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딱딱한 고체로 상변태를 일으켜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흡수하여 방탄효과가 증대되는 재료다.

전투헬멧 속에 가상 전투상황이 뜬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경합 제품들이 많다. 안경형 웨어러블 장치는 구글안경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경식에 터치 기능을 갖추고 음성 작동이 가능한 컴퓨터는 아직 시판되지 않고 있다. 구글이 유행을 선도하며 베타 제품을 시험 중이지만 비슷한 경합제품들이 많다.

경합사들은 일반 안경에 비디오카메라를 집어넣고 3차원 홀로그램을 허공에 비추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구글안경이 취약한 부분들을 공략한 성능들로 무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피파니 안경(Epiphany Eyewear)은 일반 안경에 32GB까지 메모리를 넣고 HD급 비디오카메라를 작동시킨다. 또 에피파니는 구글안경과 달리  모든 시력의 처방전 안경을 다 수용한다. 구글안경의 시제품 가격이 1500달러인데 비해 이 상품은 299달러에 불과하다.

제예즈(Zeyez)도 사전 판매 중인 일반 안경형 장치다. 시력처방 안경을 사용할 수 있고 녹화와 녹음이 가능하다. 8GB까지 데이터를 저장하고 페이스북과 연동된다. 뷰직스(Vuzix)와 그래스업(GlassUp)도 모두 스마트폰 콘텐츠를 처리하고 안경처럼 가볍게 착용할 수 있다. 이들은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되어야 한다.

가장 큰 도전과제는 배터리다. 전투복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성능이 좋은 배터리를 사용한다 해도 충전 없이는 오랜 시간 동안 견디지 못한다. 성능 좋은 배터리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이들 비싼 전투복은 차량 전원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전투장비 공급용 짐꾼로봇을 개발해 주인을 보조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트라스나 와일드캣이 그런 류의 로봇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휴대형 컴퓨터 크기는 스마트폰이나 소형 태블릿 크기로 작아질 수 있게 됐다. 안테나가 내장돼 있어 실시간으로 전쟁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신체 센서들도 개발돼 있어 병사들의 건강상태나 심리상태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장비를 미국은 2018년까지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 군대도 첨단전투력을 키워야 한다

매 주말 저녁이면 대한민국 병사들은 연예인들의 좌충우돌 병영체험을 각색한 <진짜 사나이>란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모여든다. 어디 병사들뿐인가? 군대 간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모들이나 군대 간 애인 생각에 젊은 여성들도 애타는 마음으로 이 프로에 눈을 돌린다.

여기에는 젊은이들이 병영 훈련과정에서 맞닥치는 극한 상황을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극복해가는 과정이 잘 묘사돼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대한민국 군대가 첨단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혹시나 미래의 전쟁도 60년 전과 마찬가지로 육탄으로 고지를 점령하는 전쟁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미국이 준비하는 TALOS 전투복은 공상과학 영화용 장비가 아니다. 전투병을 알몸으로 첨단전쟁터에 내보낼 수 없다는 생명윤리 사상이 배어 있다. 모든 전투병이 인공 기계근육으로 힘을 보강하고 첨단 정보처리 장비로 판단력을 보강하고 방탄전투복으로 완벽히 생명을 보호받은 상태로 전쟁터에 나간다. 대한민국 전투병도 그들처럼 첨단장비로 무장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