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 2층 여성의류 매장 한 켠. 마치 고급 미용실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공간이 연신 주부들의 눈길을 끈다. 예쁜 헤어스타일의 인형 디스플레이와 블랙톤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은 최근 문을 연 ‘씨크릿우먼’의 서른 번째 매장이다.

김영휴(48) 씨크릿우먼 대표는 ‘여성용 부분 가발’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백화점 유통망에 도전,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가발은 보통 변장할 때나 숱이 빠진 머리를 가릴 때 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컸죠. 그러나 이제는 옷과 같이 하나의 패션 상품, 나아가 의(衣)생활의 일부로 봐야 합니다. 여성복을 판매하는 층에 가발 매장을 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죠.”

김 대표는 사양산업 제품인 가발에 기능성과 패션성을 더했다. 여기에 백화점 유통만을 고집했다. 그 결과 가발을 ‘고급 패션상품’의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01년 창업 이후, 9년여 만에 국내 빅 3 백화점을 중심으로 전국에 30개 매장을 오픈했다. 매년 100%에 가까운 고성장을 거듭, 지난해엔 80여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허 및 상표, 디자인, 실용신안 등 경쟁사 대비 3배에 이르는 70여 개의 지적재산권으로 기술 경쟁력도 확보했다.

김 대표가 유독 백화점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체험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 만족 실현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직접 체험을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다보니 입소문을 타고 충성도 높은 고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현장에서 얻은 고객의 피드백은 제품 개선 및 상품 개발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씨크릿우먼은 제품 사용 기간 무료 AS를 제공하는 등 전사적인 고객 관리에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가발 하나로 평범한 주부에서 수십억의 매출을 올리는 유망벤처기업 CEO로 인생역전을 이뤄냈다.

39세의 늦은 나이, 사업 경험이 일천했던 그녀에겐 가발제조업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패션 가발에 대한 40대 이상 여성들의 숨은 니즈를 읽어낸 그녀는 가발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현재 (사)한국여성벤처협회 대전충청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창업의 꿈을 갖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강연에도 열심이다.

그녀는 “여성 CEO는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회사의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올해를 회사의 성장 원년으로 삼았다. 연내 주요 백화점 메인 점포 입점과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 출시를 통해 2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