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역사 드라마가 인기다. 특히,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와 KBS 주말대하사극 '정도전'이 높은 인기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기황후와 정도전 시대에 각광받던 보약 침향이 문득 떠오른다.

기황후 실제 배경인 고려는 개경 즉 지금의 개성이다. 기록에 따르면 개경 외곽에 위치한 벽란도는 당시 글로벌 무역항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영어 국호인 코리아는 벽란도를 통해 고려에 입국한 아라비아 상인들이 고려를 발음한 것이 코리아에 가까워 굳혀졌다는 말이 지배적이다.

이 시기 고려 특산물인 인삼이 주된 해외로 나간 수출품이었다. 반면 인기 수입품은 비단을 비롯해 각종 약재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침향은 지금의 오키나와에 해당하던 유구국 왕국이 주도하던 중계무역의 주된 상품이었다. 기황후 배경이던 고려 말은 원나라 말기와도 일치한다. 당시 원나라 황실과 고려 황실은 정략결혼을 통해 많은 부분들이 혼합되고 공유됐었다.

원나라 황실에서 애용하던 보약이 침향이었으니 고려 국왕과 왕실 그리고 권문세가들도 당연히 침향을 귀한 상품으로 여기며 사치품이자 보약으로 애용했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 그리고 많은 조선초 국왕들과 고관대작들 역시 침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가장 귀한 약재로 여겼다. 고대 침향은 아시아권에서 '신의 나무', '천상의 향기'라 불리며 사용된 최고급 약재이자 향료로 사용됐다. 또 침향 성분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묵주나 늘 지니고 다니는 액세서리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조선왕조 실록에도 침향에 대한 기록들이 많이 보인다. 조선 태종6년 병술년 12월 22일 '동불을 바친 댓가로 명나라에서 서적·약재 등의 물품을 보내오다. 조정(朝廷)의 내사(內史) 한첩목아(韓帖木兒)·양영(楊寧) 등이 오니, 임금이 시복(時服) 차림으로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반송정(盤松亭)에 나가서 맞이하였다…침향(沈香) 등 약재(藥材) 18종[味]을 하사하였다. 이것은 황제가 우리 나라에서 동불(銅佛)을 바친 것을 기뻐하여 하사한 것이었다'라고 기록돼있다.

실록에는 왕실에 보관 중이던 침향을 궁인들이 몰래 훔치다가 적발됐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렇다면, 침향의 어떤 특효 때문에 고려, 원나라, 조선의 제왕들과 고관대작들이 선호하는 것일까?

세계 3대 향은 향유고래의 용연향, 사향노루의 사향, 침향나무의 침향로 꼽힌다. 본래 침향은 나무의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생성된 수지다.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되어 굳어진 물질이 바로 침향이다. 침향은 소화불량, 식욕부진, 구토, 기관지천식, 조루, 정력 부족, 기억력 장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기력이 떨어진 중장년층부터 한창 집중해야 하는 수험생 등 폭 넓은 소비자층이 선호하는 귀한 약재다.

침향은 명나라 한방 의약서인 본초강목에 잘 기술되어 있다. '침향은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간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기력 회복, 정력 증강, 허리 강화, 복부를 따스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시켜 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드라마 기황후와 정도전을 볼 때 당시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던 침향에 대한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감상하면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무리 침향이 좋다고 해도 나 자신에게 맞는 보약인지 한의사와 상담을 통해 알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침향이 얼마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관련 도서를 열독 후 마니아를 자처하는 분들도 만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참조사항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완벽한 자신의 체질과 적합한 약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한의사를 통해 문진과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